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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학교…일본이 만든, 일본이 해결할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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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학교…일본이 만든, 일본이 해결할 문제

[다시, 조선학교]<3>국제인권법에서 본 조선학교 차별문제

들어가며

조선학교 설립은 재일조선인들이 식민지 지배와 강제적인 동화정책에 의해 부정되었던 민족의 언어, 문화, 자긍심을 되찾고 이를 다음 세대에 물려주기 위해 일본 패전 직후 일본사회에서의 고통스러운 생활 속에서도 가장 먼저 착수한 일이었다. 이런 역사적 경위에 비춰볼 때, 조선학교는 본디 일본정부가 식민지지배 책임의 일환으로 정성을 들여 지원해야할 교육사업이다. 그러나 일본은 학교 설립 당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조선학교에 대해 탄압과 차별, 냉대우로 일관하고 있다. 한편, 당사자와 지원자들의 끊임없는 운동으로 1960년대 후반부터 조선학교를 '각종학교'로 인가하고 보조금을 지급하는 지방자치체가 늘어났다. 그러나 최근 약 3년 동안, 역사의 바늘을 반세기 이상 되돌려놓은 것과 같은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 조선학교 수업 모습. ⓒ지구촌동포연대

2010년 4월에 시행된 이른바 '고교수업료무상화제도'(이하, 무상화제도)는 의무교육제도의 적용을 국민에게만 한정해 외국국적의 아이들의 교육에 책임을 지지 않았던 정부가 외국인학교의 학생들에게도 취학 지원금을 평등하게 지급하겠다는 점이 획기적이었다. 그러나 당시의 민주당 정권은 자신들이 한 국무회의에도 상반되는 '외교상의 이유' 즉,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하, 북조선)에 관련된 정치적 이유를 들어 조선학교에 대한 심사만을 무한정 연기하였고, 전국에 있는 10개교의 조선고급학교는 사실상 적용에서 제외되었다. 작년 12월, 총선거에 승리해 정권에 복귀한 자민당은 올해 2월, 관련 성령(*해당부처의 시행규칙 : 번역자)을 개정하면서까지 조선학교를 제도에서 완전히 배제했다. 2010년 3월에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인종차별철폐조약의 이행 감시기관)가 조선학교만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에 우려를 표명했으나 이를 무시한 것이다. 또한 중앙정부에 의한 이와 같은 노골적인 조선학교 차별에 호응해 지자체에서도 보조금의 대폭 삭감과 정지 사태가 확산되었다.

정부나 지자체는 이러한 조치가 북조선 적시정책의 일환임을 숨기지 않지만, 제도의 수혜자인 학생들이 납치문제나 핵문제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없는 것은 자명하다. 조선학교에는 한국적이나 일본국적 학생들도 적지 않다. 또 특정국에 관한 정치적 견해를 공공연하게 교육행정에 개입시키는 것은 국내법에도 위반된다. 일본변호사연합회도 '차별을 정당화할 근거는 없다'라는 회장 성명을 낸 바 있다. 이 문제에 관한 일본 언론의 보도에는 인권이라는 관점을 거의 볼 수 없으나 일본이 비준한 조약이나 그 외의 국제인권기준에 비춰보면, 일련의 조치들은 조선학교의 학생과 보호자, 학교 관계자들에 대한 인권 침해이며 즉각 시정되어야 한다.

국제인권기준

원래 인권은 인간이라는 이유만을 조건으로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게 갖고 있는 보편적인 권리여서 국가는 영역 내의 모든 사람들에게 인종, 민족적 출신, 국적, 성별, 계급, 경제력, 사회적 지위, 사상, 종교나 정치적 의견 등에 관계없이 차별받지 않고 평등하게 보장해야할 의무가 있다. 이것이 국제인권법을 관철하는 무차별평등원칙이라는 것이다. 참정권이나 공무 취임권과 같이 거주국의 국적이나 시민권을 갖고 있지 않은 자(외국인이나 무국적자)에 대한 제한이 허용되는 권리도 있으나, 예외적인 것이다. 특히, 교육은 다른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실현하는 데에 있어 불가결한 수단이며 동시에 전제조건이기도 하기 때문에 가장 기초적이며 중요한 인권의 하나로 꼽힌다. 이에 대한 침해나 불충분한 보장은 아이들에게 장기간에 걸친 회복하기 힘든 피해를 미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교육에 대한 권리(right to education)는 세계인권선언, 인종차별철폐조약, 교육에서의 차별금지조약 등에서 규정되어 있고, 국가는 무차별평등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해 보장해야 할 의무가 부과되어 있는 것이다. 더욱이 '공적기관에 의해 규율되고 보호되는 모든 분야에 있어서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차별을 금지한다'는 규정, 다시 말해, 차별을 받지 않을 권리가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이하, 자유권규약)에 규정되어 있어 교육의 권리에도 이것이 해당된다.

교육권의 한 요소로서 보호자가 어린이를 위해 공립 이외의 학교를 선택할 자유가 있으며 개인 또는 단체가 사립학교를 설립, 관리할 자유가 있다. 외국인이 사립학교를 설립하고 운영해 모어와 계승어를 교육하고, 민족의 역사나 문화를 가르치는 민족교육을 하는 것은 인권인 것이다. 또한, 이것은 국제인권법상, 민족적, 언어적, 종교적 소수집단이 일반적 인권 외에 추가적으로 향유하는 '특별한 권리'(자유권규약 제27조)의 일부이다. 국가는 소수집단에 의한 모어와 계승어 교육, 민족교육에 대해 간섭이나 방해를 삼가해야함은 물론 일반 사립학교 이상의 특별한 고려와 재정조치를 포함한 적극적인 조치에 의해 보호하고 장려하도록 요청되고 있다. 일본정부는 완강하게 인정하지 않으려 하지만, 유엔에서는 외국인도 소수집단으로서 이러한 '특별한 권리'를 갖고 있음이 인정되고 있다. 특히, 일본의 경우와 같이 공교육이 아이들의 언어적, 문화적 다양성에 부합된 교육을 제공하지 않는 경우에는 외국인이나 외국에 뿌리를 둔 사람들이 독자적으로 민족학교나 외국인학교를 설립, 운영할 자유가 충분히 존중되어야만 한다.

교육권의 평등이란 교육기회의 평등에 그치지 않고, 교육의 질에 있어서 실질적인 평등이 확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글로벌화한 현재 아이들의 다양성을 무시한 균일적인 교육의 제공이 아니라, 다문화, 다언어 교육의 실시를 요청하고 있다. 다수주류집단에게 보장되고 있는 모어, 계승어의 학습과 교육, 민족교육(계승문화, 역사교육)이 소수집단의 아이들에게도 동등하게 보장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지금까지 외국인학교에 대한 국고 지원은 없고 지자체의 보조금이 지급되는 경우에도 '일본인 대상'의 일반적인 사립학교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으며 세제상의 우대조치 등에서도 여러 불이익을 당해왔다. 사립학교에 대한 공적지원금의 조성의무를 명문화한 국제인권조약은 없지만, 조성할 경우에는 평등이 원칙이다. 특히, 무상화제도에서의 조선학교 배제와 같이 설립 운영하는 사람들이나 학생들의 국적 또는 민족적 출신에 의한 차별은 용납되지 않는다. 정부나 지자체가 사립학교의 인가기준이나 지원금 조성의 수급요건을 정하는 것 자체가 금지되어 있지는 않지만, 공립학교 교육에 대체 가능한 보통교육의 실시와 수학 기간과 같이 최저한도에 그쳐야 한다. 조선학교에게만 새로운 조건을 자의적으로 추가하는 것에 정당성은 없다. 또한, 일단 개시한 공적 재정원조의 삭감이나 정지, 즉, 인권 보장에서 후퇴되는 조치는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나라의 경제위기와 같은 상황 등에서 시한적으로 후퇴조치가 인정되는 경우는 있으나 그 때에도 국적이나 민족에 의한 차별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상과 같이 국제인권 기준과 괴리되어 있는 일본 상황에 대해 이전부터 여러 인권조약기관은 거듭해 우려를 표명하고 시정을 권고해왔다. 정부는 이에 대해 근거와 설득력이 결여된 반론을 하거나, 무시하는 불손한 태도로 관철하고 있다. 이번 5월에도 유엔 사회권규약위원회가 무상화제도에서의 조선학교 배제를 명확하게 "차별"이라고 인정하고 조선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에게도 이 제도를 적용시킬 것을 권고하였으나, 정부는 이러한 권고에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것을 이유로 '따를 의무는 없다'라는 답변서를 국무회의에서 결정하였다. 이는 조약 체약국으로서 대단히 오만한 태도이며 '비준한 조약의 성실한 준수'를 선언한 헌법 98조 2항에도 위반된다. 이처럼 조약에 기초해 설치된 이행감시기관에 의한 조약 해석이나 권고의 권위와 가치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정부의 자세와 일본이 비준한 인권조약을 심리에서 살릴 의지가 없는 법원의 태도가 일본의 제도나 인권 상황을 국제기준에 가깝게 만들려하는 데에 있어 큰 장애가 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정부가 비준한 조약은 자동적으로 국내법의 일부가 되며 효력 순위에 있어서도 일반 국내법보다 상위에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불합리한 상황이며, 이는 보조금의 부활(무상화제도에서의 불지급 결정의 취소) 등을 요구하며 각지에서 학교 관계자들이 일으킨 행정소송 투쟁을 힘들게 하고 있다. 일본에는 국내 인권기관도 없다.

맺음말

일본정부는 즉각 ①무상화 제도 문제에 있어서 성령을 폐지해 취학지원금을 지급하고, ②보조금의 삭감과 정지 문제에 있어서는 지자체에 대해 국제인권기준에 부적합한 행위의 중지와 적합한 방향으로의 개선을 권고해야 한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①보통교육을 실시하는 외국인학교의 법적지위의 적정화를 도모하고 보조금이나 세제상의 대우조치에서의 심각한 불평등과 불이익을 해소하고, ②인권 보장에 있어서 국민 우선주의, 외국인 차별의 오류를 시정해 내외인 평등원칙을 포함한 국제인권기준을 국내법령의 해석과 실시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이 문제의 근저에는 이 나라를 덮치고 있는 편협한 내셔널리즘의 조류가 있다. 식민지 지배를 관통하는 사상이었던 자민족 우월주의와 인종주의의 자각적 극복을 스스로 부과하지 못하고, 과거와 현재의 일본사회의 모습을 비판적으로 다시 묻는 작업이 결정적으로 부족했다. 그 위에 정부와 지자체의 이번의 일련의 조치는 '재일코리안은 차별해도 괜찮은 존재다'라는 메시지를 계속적으로 발신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와 같은 '위에서부터의 배타주의'에 고무된 '아래로부터의 배타주의'가 급속히 세력을 확대시켜가고 있다. 일본사회는 이제는 재일코리안에 대한 중상비방이나 상궤를 벗어난 증오성 발언(hate speech)이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 아래 아무런 규제도 받지 않고 난무하는 사회가 되었다. 조선학교 문제는 북조선의 문제가 아니라, 일본인이 만든, 일본인이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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