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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를 에워싼 '16개의 별'… 半군인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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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박근혜를 에워싼 '16개의 별'… 半군인정치"

[남재희-이철희의 대담]<1> "국정원 정치 개입, 이제 물타기 아닌 '물갈이'"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과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의 정치 대담을 시작합니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남 전 장관은 언론인 생활을 거쳐 국무위원과 국회의원을 역임한 다방면의 경험과 식견에 보수와 진보를 넘나드는 합리성과 유연함까지 갖춘 원로입니다. 그동안 <프레시안> 인터뷰와 칼럼에서 보여준 남 전 장관의 혜안에 많은 독자들이 호평을 보내주셨습니다.

이철희 소장은 프레시안 팟캐스트 <이철희의 이쑤시개> 진행자이자 명실상부한 당대 최고의 정치평론가입니다. 각종 언론의 섭외 1순위인 이 소장은 에두르지 않는 '돌직구'형 말과 글, 정연한 논리와 해박한 지식으로 사안의 쟁점과 본질을 꿰뚫었습니다.

그런 두 분을 한 달에 한 번 꼴로 한 자리에 모십니다.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여전히 6년 전이다. 정치권의 시계가 6년 전인 2007년 10월3일에서 단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당시 남북 정상 사이에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둘러싼 논란이 9개월째 지루하게 이어지고 있다.

국가기록원에 소장됐을 것이라 믿었던 대화록 원본은 실종된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이제 여야 공방전도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애초에 대화록이 기록원에 이관되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 정상적으로 이관된 대화록을 폐기한 것인지, 진실 공방이 한 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대화록 증발 사태에 대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다시 사법 권력이 정치권으로 소환되는 형국이다. 그 와중에 사건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과 남재준 국정원장의 대화록 무단 공개 문제는 온데간데없이 실종됐다.

여권은 상황을 느긋하게 즐기는 분위기다. 문재인 의원 등 노무현 정부 시절 인사들을 두들겨 패며 지난 대선 기간 벌어진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을 국민들 시야에서 멀찌감치 돌려놨다. '제 손으로 무덤을 판' 야권은 이렇다 할 정치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지리멸렬이다.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과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한 목소리로 야권에 '쓴 소리'를 했다. 새누리당의 '물타기'에 말려 국정원 선거 개입이란 본질을 사장시킨 '전략 부재'를 비판했다. 동시에 국정원이 '제2의 권력'으로 부상한 박근혜 정부의 '신(新) 군인 정치'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도 잊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을 떠받친 '16개의 별'만이 빛을 발하는 우리 정치 현실을 누군들 정상이라 말 할 수 있을까. 두 사람의 대담은 24일 서울 서교동 프레시안협동조합 사무실에서 열렸다. 진행은 임경구 정치팀장이 맡았다. <편집자>


"NLL 공방 와중에…'국정원 선거 개입' 본질 사라져"

프레시안 : '대화록 실종' 국면까지 이어지며 정치 상황이 더 복잡하게 꼬이고 있다. 일각에선 문재인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의 대화록 원본 공개 주장이 전략적 패착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재희 : 본질을 봐야 한다. 첫째가 국정원의 대선 개입이다. 두 번째는 국정원의 대화록 공개다. 대선 개입 사건을 덮기 위한 도발인데, 국정원이 일종의 월권 내지 불법을 저지른 셈이다. 셋째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새누리당이 대화록을 불법 열람하고, 그것도 모자라 선거에 이용했다는 점이다. 김무성 의원이 부산 유세에서 대화록 내용을 그대로 읊었고, 그걸 선거에 이용했다. 국정원과 새누리당의 일종의 '선거 부정'이었던 셈이다. 이 세 가지 사건이 말하자면 사건의 '본안'이 셈이다.

그런데 지금 정치권은 여기서 파생된, NLL 대화록 유실 공방이라는 '파생 안건'에만 매달리고 있다. 그 사이 '본안'은 사라져 버렸다. 파생 안건에 집중하느라 본안에 대한 진상 규명 및 책임 촉구 등은 슬그머니 뒷전으로 밀려버린 것이다. 지금 여야 모두 정치를 도대체 어떻게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특히 야당의 전략 부재는 심각하다. 완전히 여권에 놀아난 셈이다.

▲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이철희 : 국정원의 대선 개입이 정국의 핵심이었는데, 이걸 '물타기' 하기 위해 국정원이 지난달 대화록을 공개했다. 그런데 지금은 아예 '물타기' 정도가 아니라 '물갈이' 수준이 되어 버렸다. 국정원 대선 개입에 대한 국정조사는 이제 거의 물 건너간 상태다.

남재희 : 또 하나 강조하고 싶은 점은, 국정원의 사본이 공개됐을 때 국정원이 일종의 '손질'을 했느냐 안 했느냐가 관건이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국민들은 전문을 보고서도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 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는 점이다. 어떻게 보면 노 전 대통령의 화법이 국가 원수로서는 결함이 많지만, 인간적으론 굉장히 진솔하고 설득력이 있었다. 굉장히 성실한 태도로 회담에 임하고 김정일을 설득한 게 드러났다. 물론 북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가진 사람은 문제가 있다고 볼 것이고, 온건한 이들은 진솔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더 많은 국민들은 진솔한 대화를 했고, NLL 포기가 없었다고 평가한다. 쉽게 말하면 노 전 대통령 쪽이 (국정원 대화록 공개 이후에도) 손해 본 게 없는 것이다.

이철희 : 말씀하신대로 국정원 사본이 공개되고 나서 여론이 한 때 반전됐었다. 최근 <갤럽> 여론조사도 나왔지만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두 배 이상 높았다. 여권은 다시 궁지에 몰린 상황이었는데, 문재인 의원이 '원본 공개'를 주장하면서 원본 공개 국면까지 치달았다. 말 그대로 야당이 '바보 짓'을 한 것이다.

"한국 정치, 국정원 '연탄가스'에 중독되다"

남재희 : 닉슨이 워터게이트 호텔에서 민주당 선거본부를 도청한 것도 모자라 나중에 거짓말까지 해서 결국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이번 대선 개입은 어떻게 보면 워터게이트 호텔의 도청보다 더 심각한 것이다. 김무성 의원이 대화록을 그대로 유세 현장에서 읽은 것도 정보기관의 자료 제공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걸 선거에 이용했다. 이 또한 굉장한 정치적 스캔들이다. 이것도 모자라 국가 최고위 정보기관이 외교 기밀 문서를 자신들의 '명예 회복'을 위해 무단 공개했다. 국정원이 어느 순간 우리 정치에 너무 깊숙이 들어온 것이다.

예전엔 집집마다 연탄을 많이 쓰다 보니, 연탄가스 중독이 굉장한 공포의 대상이었다. 연탄가스는 아는 듯 모르는 듯 슬금슬금 새어나와 슬금슬금 중독돼 나중엔 결국 죽음에 이른다. 우리 정치 역시 국정원이란 연탄가스에 서서히 중독되고 있다. 상당히 심각한 문제다. 민주화의 역사를 거치면서 이런 문제를 상당히 극복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옛날로 회귀하는 일이다. 독재까지는 아니지만, 권위주의 준독재 체제의 전초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이라도 다시 '본안'으로 돌아가야 한다. 국민들도 그걸 바란다.

'대화록 증발'을 둘러싼 세 가지 가설

프레시안 : 논란 끝에 대화록 원본을 열람키로 했지만, 국가기록원에 정상회담 대화록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야간 싸움이 거칠어지고 있다. 합리적인 출구 모색이 쉽지 않다.

이철희 :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사초(史草)'라고 하는데, 그렇게 봐야할지 모르겠다. 물론 비유하자면 조선왕조실록과 같은 역사적 기록이니까 사초라고 할 수 있지만, 이런 표현을 여권이 쓰는 것 자체가 어떤 의도를 담고 있는 것 같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야말로 이른바 '사초'를 체계적으로, 방대하게 남기자고 주장했던 첫 번째 대통령이었는데, 어떤 의도를 갖고 일부러 대화록을 폐기했겠나.

대화록 실종을 둘러싸고 몇 가지 가설이 가능하다. <동아일보>가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이 지난 1월 검찰 조사에서 노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이지원에서 대화록을 폐기한 사실을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오후 조 전 비서관은 노무현재단을 통해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이지원 보고서를 폐기하라는 어떠한 지시도 받은 바 없고 검찰에서 그런 내용의 진술을 한 바도 없다"고 해당 보도를 정면으로 반박했다-편집자)

이 보도가 사실이라고 해도, 노 전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대화록을 완전히 없애버리려고 이런 지시를 내렸다고 볼 수 없을 것 같다. <동아일보>는 조 전 비서관이 "노 전 대통령이 회의록 자체를 완전히 폐기하려던 게 아니라 국정원에 한 부 보관돼 있다는 걸 감안해 이지원에서 삭제를 지시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보도했는데, 이런 취지라면 노 전 대통령이 후임 대통령에게 정상회담 대화록을 참고하라는 의미에서 오히려 기록을 남겨둔 셈이다. 왜냐하면 국가기록원에서 대화록이 대통령기록물로 지정이 되면 30년 동안 아무도 보지 못하고, 후임 대통령이 참고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국정원에만 보관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오히려 선의를 갖고 지시한 셈이 된다. 사초를 없앤 게 아니라, 후임자들이 제대로 볼 수 있게끔 편의를 제공한 측면인 것이다. 대통령지정기록물로 보관되면 후임 대통령 6명이 대화록을 볼 수 없게 되는 것 아닌가.

프레시안 : 국정원에도 한 부 보관돼 있으니 그걸 볼 수 있지 않나.

이철희 : 국가기록원에서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되면 국정원 보관 사본도 똑같은 효력을 갖는다. 사본을 마음대로 볼 수 있다고 하면 대통령기록물 지정의 의미가 없어지지 않나. 보도가 맞다고 전제한다면, 노 전 대통령이 상당히 엄밀하게 해석을 내린 것이다.

다른 가설도 있다. 노 전 대통령이 국정원과 청와대에 보관됐던 대화록 모두를 폐기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여권의 일부 인사들이 이렇게 주장하는데, 그렇다면 국정원은 대통령의 지시를 어기고 사본을 따로 제작한 게 된다. 지난달 국정원이 공개한 사본의 생산일이 2008년 1월로 돼 있다. 당시 국정원장이 후임 대통령과 이른바 '딜(deal)'을 하기 위해 사본을 몰래 숨겨놨거나, 혹은 사본을 폐기하고 난 뒤 이명박 당선자에게 보고하기 위해 2008년 1월 사본을 다시 제작했다는 설이 있다. 이른바 2차 사본인 셈이다.

▲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일각에선 여권의 '사전 인지설'도 제기된다.

이철희 : 검찰이 지난 1월 수사로 결론을 내렸다면, 이미 국가기록원에 대화록 원본이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 아닌가. 그런데도 침묵하고 있었고, 상황이 이렇게까지 되니 언론에 당시 수사 상황을 슬그머니 흘렸다. 또 남재준 국정원장이 지난달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국정원이 소장한 대화록이 '원본'이라고 주장했다. 국가기록원에 대화록 원본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른다'고 얘기했다. 추론이지만 여권이 이미 대화록이 기록원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부분이 추가로 밝혀져야 한다.

朴 정부 장악한 장군들…新군인정치의 부활인가

프레시안 : 지난해 10월부터 벌어진 일련의 상황에 국정원이 너무나도 깊숙하게 개입돼 있다.

이철희 : 현 정부에서 군의 영향력이 너무 커진 탓이다. 정치와 관료는 실종되고, 군인의 목소리만 너무 강하다.

남재희 : 박근혜 정부에 지금 별 16개가 빛나고 있다. 4성 장군을 경호실장으로 임명하고, 국가안보실장 역시 4성 장군 출신이다. 국정원장 역시 4성 장군이고, 국방부 장관 역시 마찬가지다. 박근혜 대통령이 부모를 모두 총탄에 잃었으니, 엄청난 공포가 있을 것이란 면에서 한편으론 이해가 간다. 그런데 정부에 4성 장군만 넷이다. 문제는 이들 목소리밖에 안 들린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쿠데타에 의한 군인정치는 아니지만 선거에 의한 반(半)군인정치가 이뤄지는 셈이다.

이철희 : 이번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문제, 개성공단 문제나 전시작전권 환수 연기 문제 모두를 안보라인이 주도하고 있다. 이런 구도를 의도적으로 박 대통령이 만든 것인지, 아니면 군 출신들이 과도하게 목소리를 내면서 대통령이 끌려가고 있는지 따져 봐야 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당초 박 대통령이 공약했던 복지 공약이나 경제민주화 공약들이 전부 후퇴하고 있다. 이런 걸 보면 대통령이 끌려가는 형국인 것 같다.

남재희 : 강권 정치를 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대통령의 '군인 애호'가 있는 것 같긴 하다. 성장 과정만 봐도 군인 집안에서 태어나 자라지 않았나. 그러다 보니 16개의 별이 이 정부에서 빛나는 것 아니겠나.

ⓒ프레시안(최형락)
그런데 이게 문제가 될 수 있다. 군인은 기본적으로 '절대 안보'를 추구한다. 때문에 '민(民)'의 통제가 필요하다. 프랑스의 클레망소 총리가 "전쟁은 너무나 중요한 일이라 군인에게만 맡겨둘 수 없다"고 했는데, 그래서 군에 대한 시민의 통제가 필요하다. 미국만 봐도, 국가안보의 최고 책임자는 항상 민간인 출신 전문가였다. 키신저도 그랬고, 브레진스키, 라이스 모두 민간인 출신 전문가다. 민간인이 더 유연한 판단을 하기 때문이다. 남재준 원장이 굉장히 외골수고 철두철미한 사람으로 정평이 나 있는데, 사실 외골수인 군인이 더 과오를 범하기 쉽다.

이번 전시작적권 환수 연기 문제도 그렇다. 언론 보도를 보니 남재준 국정원장이 주도했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의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연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게 판단의 참고 자료가 된다. 이명박 정부의 민간인 출신 안보수석은 연기하지 말 것을 주장하고, 박근혜 정부의 군 출신 참모들은 연기를 주장한다. 이게 '군'과 '민'의 차이다. 개성공단 문제도 실무회담 두 번 하고 협상 대표가 바뀌었다. 그것 역시 군 출신 안보 라인이 우리 협상 대표의 '고압적이지 않은 태도'를 문제 삼아 불만을 갖고 교체했다는 얘기가 들린다.

이철희 : 역사적인 참사는 선의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고 하지 않나. 대통령의 인사 시스템이 문제의 근원이다. 군 출신의 안보라인에게 정책적 판단을 모두 맡기고, 이들이 국면 전체를 핸들링(handling)하는 상황이 문제다. 그러다 보니 정치가 실종되고 있지 않나. 청와대도 정치할 생각은 없는 것 같다.

그러나 대통령의 인사 시스템에 대해 아무리 비판을 해도 바뀔 것 같지 않고, 국정원의 대선 개입 문제부터 빨리 정리를 해야 한다. 걱정스러운 국면이다. 이런 논란 와중에 시대적 화두였던 경제민주화와 복지 공약을 슬그머니 축소돼 뒷전으로 밀렸다. 민주당이 전선 관리를 굉장히 못하고 있다.

프레시안 : 전시작전권이나 NLL 문제는 2000년대 초반부터 군의 최대 화두였다. 군이 여태까지 갖고 있었던 일종의 '숙원 사업'을 박근혜 정부를 통해 해결하는 인상이다.

이철희 : 그렇다. 박근혜 대통령이 전체를 끌고 가는 게 아니라, 군이 박 대통령을 끌고가는 형국이다. 대표적인 게 개성공단과 전시작전권 문제다. 일단 군 출신들은 개성공단 문제를 풀 의지가 없는 것 아닌가. 나중에 밝혀지겠지만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최대석 위원이 석연치 않게 사퇴한 과정, 이번 개성공단 협상팀에서 서호 단장이 밀려나는 과정도 일종의 '강경 안보라인'이 '유화파'들을 몰아내는 시그널로 읽힌다.

남재희 : 대북 정책의 키를 통일부가 아니라 국정원이 갖고 있다. 통일부 장관은 존재감도 없을 뿐더러 현 정부에서 장관 취급도 못 받고 있다.

프레시안 : 이철희 소장 지적대로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민주화 종결을 선언했다. 후퇴를 공식화 한 것이라는 해석과 재벌과의 싸움에서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로 보는 해석이 갈린다. 어떻게 보나?

남재희 : 한 때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불렸던 경제민주화 이슈는 일단은 가라앉은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우리 정치가 순탄한 것 같지만 상당히 역동적인 역사였다. 국민적 궐기가 간헐적으로 있었고, 예측 못한 사태도 무수히 많이 발생했다. 경제민주화 화두가 일단은 수면 아래로 가라 앉았지만, '죽은 이슈'는 아니라고 본다. 언제든 어디에서든 다시 국민적 요구가 크게 표출될 수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경제민주화 요구도 제 1과제로 다시 나올 수 있다.

이철희 : 일단 박 대통령이 경제민주화에 선을 그었고, 당내에서도 이제 동력이 없는 상황이다. 야당이 선도적으로 움직여야 여당 개혁파도 견인할 수 있을텐데, 현재까진 쉽지 않아 보인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1단계는 이미 마무리 됐다고 봐야 한다. 2단계가 있을지는 현재로선 모르겠다. 여권 주도의 경제민주화는 일단 끝난 것이고, 바깥에서 새로운 동력이 공급되지 않는다면 경제민주화 추진이 어려워 보인다.

'NLL 덫'에 빠진 야당, 출구 전략은?

프레시안 : 두 분 모두 지적하신대로 청와대는 NLL로 얼어붙은 정국을 전혀 풀 의사가 없는 것 같다. 결국 현재의 국면을 남재희 전 장관이 지적하신 사건의 '본안'으로 돌릴 주체는 야당 밖에 없는데, 쉽지 않아 보인다.

남재희 : 일단 민주당 지도부의 역량이 의심스럽다. 이 과정에서 그 어떤 정치적 결단도 내리지 못하고 끌려 다녔다. 문재인 의원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본인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했기 때문에 더욱 원본 공개를 주장한 것 같은데, 본인의 결백만 생각했지, 대화록 공개의 파장에 대해선 계산을 안 한 거다. 그러니까 지금 궁지에 몰린 것 아닌가.

ⓒ프레시안(최형락)
이철희 :
 저 역시 야권에선 김한길 대표와 문재인 의원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본다. 일단 상황 관리를 못했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NLL'에서 '국정원 대선 개입'이란 본질로 돌려 놓을 건가. 합리적으로 빠져나올 방법은 현재로선 없어 보인다. 특검이든 검찰이든 수사의 주체를 갖고 여당과 싸우면 더욱 답이 없을 것 같다. 김한길 대표가 풀어야 한다. 자신의 정치 생명을 걸고 과감하게 당내 강경파를 설득해서 '본안'으로 돌아오는 결단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10월 재보선도 어렵고 내년 지방선거도 어렵다.

문재인 의원을 비롯한 친노는 일단 뒤로 빠져야 한다. 이번 국면에서 성과도 많이 냈지만, 판을 흐트려놓은 책임도 분명히 있다. 새누리당 역시 지금 국면에선 온건파의 목소리가 커져야 한다. 그래서 더욱 김한길-황우여 라인이 움직였으면 좋겠다. 그나마 양쪽에서 온건한 사람들이 움직여서 이 정국을 풀어야 한다.

남재희 : 새누리당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올 수 있겠나. 대통령 임기가 반은 지나야 나올 것이다. 임기 초에는 그 서슬에 감히 목소리를 못 낸다. 지난 번 새누리당 모 의원의 문자 파동만 봐도 충격적이지 않나. "형님께서 시키는대로 할 생각"이라며 읍소하지 않나. 이건 뭐, 완전히 충성 맹세를 하는 깡패 집단과 별 다름 없는 모습이다. (지난달 27일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이 같은 당 김무성 의원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사전 입수 발언'의 발설자 중 한 명으로 지목되자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읍소'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이 한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돼 논란이 일었다.-편집자)

이철희 : 그래도 양당의 온건 라인이 움직일 수 있게 해야 한다. 정치적 타협을 통해 국면 전환 노력을 해보는 게 출구가 될 수 있다. 강대강으로 계속 맞붙는다면 엄청난 소탐대실이다. 이제 이 국면에서 터닝(turning)해야 한다.

남재희 : 이제 김한길 체제가 '파생 안건'에서 벗어나 '본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앞서 언급한 국정원의 세 가지 문제를 계속 철저하게 추궁해야 한다. 여기서 해결을 해야 반(半)군인적인 정치에서 벗어날 수 있다. 연탄가스처럼 중독되는 국정원의 악몽을 이제 되풀이해선 안 된다.

이철희 : 국정원 국정조사가 민주당의 마지막 기회다. 적어도 올해 안에는 민주당이 존재감을 증명해야 한다. 127석을 갖고 국정조사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 민주당은 앞으로 해체 수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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