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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 후, 중국 생각 정말 바뀌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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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 후, 중국 생각 정말 바뀌었나?

[정욱식의 평화만들기] 중국의 딜레마는 여전하다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이 첫 조합원 대상 서비스로 6월 28일 뉴스 큐레이팅 서비스 <주간 프레시안 뷰> 준비호 1호를 냈다. 지난 4일로 준비호 2호를 냈다. <주간 프레시안 뷰>는 정치, 경제, 국제, 생태, 한반도 등 각 분야의 권위 있는 전문가들이 뽑은 뉴스다. 단편적인 정보가 아닌 '흐름으로서의 뉴스', '지식으로서의 뉴스'를 추구한다.

매주 금요일 저녁에 발행되는 조합원에게 무료로 제공되지만, 일반 독자에게는 유료인 콘텐츠다. <주간 프레시안 뷰>를 보고자 하는 독자는 조합원으로 가입하면 된다. 7월 한달 동안 준비 기간을 거쳐 8월부터 본격적인 서비스에 들어갈 예정이다. 내용이 궁금한 독자들을 위해 지난 5일 발행된 <주간 프레시안 뷰>에 실린 글의 일부를 게재한다. <편집자>


한 주간 안녕하셨는지요? 이번 주에도 여러 가지 소식이 있는데요. 두 가지만 간추려서 전해드리고 이번 주의 주제 '한중정상회담'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우선 북방한계선(NLL) 파동의 제3막이 올랐습니다. 작년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에서 '노무현이 남북정상회담에서 NLL 포기 발언을 했다'며 북풍(北風)을 일으켰던 것이 1막이라면, 국가정보원(국정원)이 정상회담 대화록 전문과 발췌록을 군사작전 하듯이 공개하고 나선 것은 그 2막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7월 2일 여야 합의로 국가기록원에 정상회담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했는데요. 이에 따라 국가기록원은 12일까지 대화록, 녹음 파일 및 녹취록 등을 국회 운영위원회에 넘겨주어야 합니다. 이로써 <프레시안> 임경구 정치팀장도 지적한 것처럼, 한번은 불법적으로, 또 한 번은 합법적으로 대통령 기록물이 공개되는 세계 외교사 초유의 사태가 계속 이어지게 됐습니다. (☞ 관련 기사 바로가기 : 노무현이 불쌍하다)

이번 주는 개성공단이 또다시 '롤러코스터'에 올라탄 한 주이기도 합니다. 벌써 잠정 폐쇄 석 달째가 되고 있는데요. 7월 3일에는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계·전자부품 업체들이 이른 시일 안에 공단의 폐쇄 여부를 결정해달라고 요구하면서 폐쇄 결정이 내려지거나 결정을 계속 미루면 개성에 남아 있는 설비를 국내외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최후통첩이라기보다는 개성공단을 살려달라는 절박한 호소이지요.

그러자 북한은 곧바로 개성공단 입주기업 및 관리위원회 인원의 방북을 허용하겠다고 통보해왔습니다. 다음날인 4일 박근혜 정부는 7월 6일 판문점에서 남북 당국자 실무회담을 열자고 역제안을 했고요. '개성공단 문제를 풀려면 당국자 회담 먼저'라는 기조 때문이었죠. 그러자 북측은 '실무회담 좋다, 다만 장소를 개성공단으로 하자'고 제안했고, 이에 대해 남측은 '개성공단은 곤란하다. 판문점이나 경의선 남측 출입사무소에서 열자'며 밀고 당기기를 거듭했습니다. 다행히 4일 밤 10시가 돼서야, 7월 6일 오전 10시에 판문점에서 실무회담을 열기로 합의가 이뤄졌습니다. 휴… 그렇다면 개성공단은 산소마스크를 뗄 수 있을까요? 함께 지켜보죠. 아니 함께 응원합시다. (☞ 관련 기사 바로가기 : 남북, '주도권 잡기' 신경전…개성공단의 미래는?)

▲ 중국을 국빈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인민대회당 광장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과 의장대를 사열한 뒤 환영객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와 시진핑 정상회담

자, 그럼 지난주에 예고해드린 것처럼 박근혜-시진핑 정상회담을 다뤄보겠습니다. 박 대통령이 중국에서 돌아온 지 사흘밖에 안 지났는데, 꽤 먼일처럼 느껴지는군요. 그만큼 'NLL 파동', 혹은 '국정원 게이트'가 다른 이슈들을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한중정상회담은 꼭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중관계와 북중관계 뿐만 아니라 향후 한반도 정세의 맥을 잡는 데 아주 중요하거든요. 일단 회담을 전후한 중국 측 분위기는 베이징대 박사과정에 있는 최민지의 중국 언론 요약문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고요. (☞ 바로가기 : [브리핑] 중국과 세계(9))

다음 주 초에는 저와 이재호 <프레시안> 기자가 함께 진행한 베이징대 진징이 교수와의 인터뷰가 나갈 예정입니다. 여기에도 흥미로운 얘기들이 많아 담겨 있으니 기대해주세요.

제가 한중정상회담 결과로 나온 공동성명에서 가장 주목한 부분은 역시 핵 문제였는데요. 성명의 내용을 보면 "한국 측은 북한의 계속되는 핵실험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북한의 핵보유를 용인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하였다"며 '북핵 불용'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러나 중국 측은 끝내 '북핵 불용'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양측은 유관 핵무기 개발이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및 세계 평화와 안정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 하였다. 양측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 및 한반도 평화와 안정 유지가 공동이익에 부합함을 확인하고 이를 위하여 함께 노력해 나가기로 하였다"라고 했습니다.

여기서 '유관'이라는 표현이 눈에 띄는데요. '관련국' 정도로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럼 왜 이런 표현이 나온 것일까요? 당연히 한국 측은 '북한'으로 명기하기를 원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을 직접 거명하면 북한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중국의 입장 때문에 '유관'이라는 표현이 나온 것이지요. 동시에 북한의 핵 개발을 이유로 한국과 일본 내에서 일고 있는 핵무장론을 경계하는 의미도 내포된 것 같습니다.

아울러 한반도 비핵화를 바라보는 관련국들 사이의 시각 차이도 담겨 있다고 볼 수 있어요. 한국과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 = 북핵 해결'로 보지만 북한이 말하는 '조선반도 비핵화'는 남한의 핵 투명성 보장, 미국 핵위협의 완전한 해소 등 남한 핵 문제와 미국 핵 문제까지 포괄해서 해결되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이 베이징에 가기 직전에 먼저 중국의 수도를 방문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북한의 최고 외교전략가 가운데 한 사람인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입니다.

한중정상회담 이후, 중국의 대북정책이 바뀌었다고?

김계관이 중국을 찾은 핵심적인 이유는 불편해진 북중관계를 복원하고 6자회담과 북미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것도 있지만, 북한이 말하는 '조선반도 비핵화'를 중국에 설명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습니다. 김계관은 5일 오전 8시 현재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는데요. 러시아 역시 6자회담 참가국의 일원이라는 점에서 김 부상의 방러 목적은 방중 목적과 상당히 흡사할 겁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중요한 포인트는 '한반도 비핵화'와 '조선반도 비핵화'의 간극을 어떻게 조정하느냐에 있고,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 역시 이를 염두에 두고 '유관'이라는 표현을 선호했을 겁니다. '한반도 비핵화'와 '조선반도 비핵화'의 차이에 대해서는 제가 <프레시안>에 연재 중인 '북핵이야기'를 통해 조만간 다뤄보겠습니다.

한중정상회담을 전후해 '중국의 대북정책이 바뀌고 있다'는 보도도 쏟아졌는데요. 과연 그럴까요? 지난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중국 정부의 어조가 강해진 것만은 분명합니다. 한반도 비핵화를 강조하는 빈도도 눈에 띄게 높아졌고 이를 북한에도 인지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 중국 일부 은행이 북한 은행과의 금융 거래를 중단하고, 통관 절차를 까다롭게 해 양국의 무역 규모도 주춤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시진핑이 김정은보다 박근혜를 먼저 초청했다든지,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붕괴 문제까지 논의했다는 보도 역시 '어, 중국의 대북정책이 바뀌고 있네'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반도 비핵화가 다른 정책 목표, 즉 한반도 전쟁 방지나 북한 안정 유지보다 상위의 목표로 올라섰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표는 아직 없습니다. 또한 중국이 비핵화를 강조하는 것도 새삼스러운 일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그 방법입니다. 한국과 미국은 대북 압박과 제재를 중시합니다. 그래서 중국도 동참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겁니다. 대북 압박과 제재가 강해져 북한이 붕괴하더라도 중국이 손해 보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유혹의 손길도 뻗치곤 합니다.

그러나 중국의 생각은 여전히 다릅니다. '대화와 협상을 통한 평화적 해결'이 한반도 비핵화에 접근하는 불변의 원칙이거든요. 이에 대해서는 아직 어떠한 변화도 감지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이 강하게 나갔을 때에는 중국 내에서도 대북 강경론이 부상하기도 했지만, 5월부터는 상황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북한은 조건 없는 대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한미 양국은 여전히 '비핵화의 진정성을 행동으로 보여 달라'는 조건부 대화론에 머물러 있거든요. 추측건대 중국 측은 박근혜 대통령 방중 시에 북한과의 대화에 보다 유연성과 적극성을 보여 달라고 주문했을 겁니다.

끝으로 중국의 대북정책과 관련해 글 한 편 추천하면서 마치려고 합니다. 국제위기감시그룹(ICG) 동북아 프로젝트 소장인 Stephanie Kleine-Ahlbrandt의 글인데요. ICG는 생소한 단체일지 모르지만, 국제 분쟁문제 관련해 연구 조사 정책 대안에 상당한 내공을 갖추고 있습니다. 각국 정부 관료들과의 네트워크도 아주 탄탄하고요. 이 글에서 핵심 요지는 다음 문장으로 압축됩니다.

"중국의 딜레마는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하면 할수록, 북한은 자신의 독립성을 보여주기 위해 더더욱 안간힘을 쓴다는 것이다."

(☞ 바로가기 : China's North Korea Policy: Backtracking from Sunnyla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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