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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주도권 잡기' 신경전…개성공단의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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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주도권 잡기' 신경전…개성공단의 미래는?

실무회담 제의, 개성공단 정상화 길 열리나

북한이 지난 3일 개성공단 입주기업 관계자들과 개성공단관리위원회의 방북을 허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이에 대해 남북당국 간 실무회담을 역으로 제의했다. 남북의 대화 채널이 다시 열리면서 개성공단 가동이 재개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남북 간 실무회담이 열린다고 해도 향후 개성공단 정상화를 장담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에 실무회담이 성사되면 개성공단 정상화의 수순으로 진행될 것이라 단정 짓기 어려운 이유는 남북 양측이 개성공단 재개를 놓고 서로에게 요구하고 있는 것들이 만만치 않은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우선 남한은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를 위해 북한의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북한은 이번 기회에 개성공단 노동자의 임금 정상화, 개성공단 2, 3단계 착공 카드를 꺼내 들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선임연구원은 양측이 이러한 서로의 요구를 들어줄 진정성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진단했다. 장 선임연구원은 "북한에 재발방지 약속을 받는 것은 둘째 치더라도, 우리 정부가 북한이 요구하는 것에 대해 논의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정부가 북핵문제와 개성공단 문제를 분리해서 추진할 의지가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도 (개성공단 정상화에 대한) 진정성을 가져야 하지만 남한도 진정성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 지난 6월 9일 남북 당국회담을 위한 실무접촉을 가진 남북 수석대표들. 당시 남북은 17시간 동안 10번에 이르는 접촉을 했으나 끝내 합의에 실패했고, 이후 당국회담은 회담 전날 북한이 대표단 파견을 보류하면서 결렬됐다. ⓒ통일부

반면 북한이 남한의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세종연구소 백학순 수석연구위원은 정부의 재발방지 요구는 "당연한 것"이며 "북한에서도 그것을 안 해줄 리가 없다"고 못박았다. 개성공단의 발전적인 정상화를 논의하자는 정부의 의제 설정이 개성공단 재가동에 큰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가 어떤 조건을 걸고 회담에 나가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는 신중론도 제기됐다. 동국대 고유환 교수는 "북한이 개성공단관리위원회, 입주기업대표들과 이야기하겠다는 것은 4월 이전으로 돌아가는 정상화에 한정된 것이다. 하지만 남한은 재발방지 약속과 새로운 남북관계라는 틀 안에서 재협상하자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 교수는 "아직 뭐라 말하기는 어려운 단계지만, 지난번 당국회담에서도 봤듯이 북한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을 들고 나가면 합의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한이 주장하고 있는 발전적 정상화를 위해서라도 일단 재가동을 시켜 놓고 그다음 단계에서 발전적인 방향의 정상화를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통일맞이 김창수 정책실장은 "개성공단을 4월 이전 단계로 돌리기도 쉽지 않다. 그런데 이것도 안 하고 발전적인 정상화를 하겠다고 하면 가능하겠나"라고 반문한 뒤 "1차적으로 우선 공단을 원위치시켜 놓고, 가동해나가면서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제의, 실무회담으로 역제의한 이유는

한편 북한이 기업관계자들과 관리위원회 인원의 방북을 승인한 배경을 두고 6월 이후부터 현재까지 지속됐던 대화국면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동국대 고유환 교수는 "북한은 향후 북미대화라든가 6자회담으로 가기 위해서라도 남북관계를 통해야 가능하다는 것을 최근 여러 접촉 과정에서도 확인했을 것"이라며 "북한에서 남북대화 제안했지만 결국 무산됐었고, 북미 고위급대화 제안도 안 되고 있지 않나"라고 설명했다.

세종연구소 백학순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기업인들을 돕고 싶다는 뜻을 내비침으로써 명분의 차원에서 우위에 설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창수 통일맞이 정책실장 역시 "장마철이 되면 개성공단 장비 유지에 문제가 생긴다. 공단을 가동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가름하는 '데드라인'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북한의 책임도 명백하게 존재하니까 장마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명분 제시용'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북한의 제안에 대해 정부가 '당국 간 실무회담'으로 역 제의한 것은 주도권 싸움에서 흔들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고유환 교수는 "북한의 페이스대로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면서 "개성공단 정상화도 북한이 말하는 방식의 복원, 즉 4월 이전의 개성공단으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복원하겠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근혜정부가 개성공단 문제를 놓고 과거 정부와 차별성을 두기 위한 의도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창수 실장은 "현 정부는 기본적으로 개성공단 문제에 대해 과거 정부와 다른 박근혜 식 대화 모델이나 개성공단 모델을 만들고 싶은 욕망이 있다"면서 "문제는 이게 과도하게 될 경우 실질적으로 남북관계 진전을 가져오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실무회담 제의가 장관급 회담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백학순 수석연구위원은 "개성공단 정상화를 하려면 장관급 혹은 그 이상의 높은 급의 인사와 회담을 해야 한다"며 "장관급 회담 논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번 당국회담 결렬은 북한이 대표단 파견을 '보류'하겠다고 한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회담은 장관급 회담의 맥락 속에서 열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황적으로 실무회담을 제의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론도 등장했다. 장용석 선임연구원은 "공단이 재가동되려면 재발방지를 비롯해 공단 가동을 위해 필요한 여러 조치가 있다. 이 문제는 민간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라면서 "당국 차원에서 풀어야 할 문제가 있기 때문에 실무회담을 제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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