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는 "주간 연속 2교대제로 밤샘 근무가 사라지고 '임금 삭감 없는 노동 시간 단축'을 보장해 근로자들의 건강과 삶의 질을 개선할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현대차는 노동조합이 요구한 '신규 일자리 창출(인력 충원)'을 거부했다.
그 결과 공식 노동 시간이 1.5시간 줄어든 대신, 생산 물량을 그대로 맞춰야 하면서 노동 강도는 그만큼 높아졌다. 라인 속도가 빨라지자 일부 현장에서는 불만이 폭주했다.
현대차는 주말에도 온전한 수당 보전 없이 특근을 할 것을 요구했다. 급기야 노동자들은 '특근 거부'에 나섰고, 현대차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밤샘 근무가 없어졌는데, 노조가 과거 임금을 보전받으려고 한다"고 비난했다. 일부 언론도 노조가 임금을 더 받으려고 생떼를 쓴다고 주장했다.
노동계의 말은 다르다. 현대차 정규직 노동자에게 '장시간 노동' 문제의 핵심은 임금이 아니라 '삶의 질'이라는 것이다. 노조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5만5000여 직원 중에서 한 해에 30여 명이 과로사나 돌연사로 사망한다. 주중에는 새벽 1시 10분까지, 주말에 또다시 특근을 하면서 가족과 관계도 멀어졌다. 노동자들이 '저녁이 있는 삶'에 이어 '주말이 있는 삶'을 요구하는 이유다.
최근 박근혜 정부가 '노동 시간 단축에 따른 일자리 나누기'를 핵심 정책으로 제시한 만큼, '현대차 특근'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에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하부영 교육위원은 '현대차 특근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연속 기고를 게재한다. <편집자>
현대차 특근, 무엇이 문제인가 ① 엄마 옆에서 자다 나가는 그림자, '현대차 아빠' |
몇 해 전, 아니 정확하게 3년 전의 일이다. 잘 아는 친구가 24시간 철야 특근을 위해 일요일 출근을 했다가 9시경 현장 휴게실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사망했다. 과로에 의한 다발성 심근경색 즉 심장마비로 즉사했다.
나는 이때까지 '과로사'는 자살이라고 우겼다. "자기 몸에 피로가 누적돼 죽어가는 줄도 모르고 일만 했다는 것은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의사는 몰라도, 아내는 몰라도 자기 자신은 이렇게 일하다가는 곧 죽는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을 했다.
또 아내 탓으로도 돌렸다. "신랑의 몸이 어디가 차가운지, 따뜻한지도 모른다면 아내도 아니다. 틀림없이 아내는 신랑이 이렇게 일하다가는 곧 죽는 줄 알았을 텐데 돈에 욕심이 많아 특근을 나가는 걸 말리지 않아서 생긴 불상사"라고 했다. "신랑의 건강 상태는 아내가 가장 잘 알았을 것인데 신랑의 죽음을 방조했으니 이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도 가능하다"고 말도 안 되는 해괴망측한 논리를 주어다 붙이며 비난을 퍼부었다.
따라서 "일 많이 해서 과로사로 죽는 건 자살이고 산재도, 보험금도 해주지 말아야 하며 우리는 문상도 가지 말아야 과로사가 근절된다"는 억지를 부렸다. 실제 과로사가 분명하다면 조의금은 보냈지만 문상은 안 갔다.
아침 늦잠을 자려다 사망 소식을 듣고 장례식장으로 달려갔다. 아직 시신은 병원에서 후송되지 않은 상태여서 어정거렸다. 이마에 내 천자를 그리고, 어리석게 자기가 곧 죽는지도 모르고 일하러 출근했다가 죽은 그 친구를 욕하고 원망했다. 그의 아내도 비난했다.
그리고 같이 일하러 출근했던 동료들의 얼굴을 살폈다. 하얗게 질리거나 노란 얼굴, 아니면 새까맣게 검은 가죽으로 덮인 얼굴 모습에 어깨는 축 처져 있고 눈은 퀭하니 초점이 없었다. 동료의 죽음 앞에서 슬픔보다 지쳐 있는 모습들이었다.
초점이 없는 공허한 눈에서 나는 영혼이 없는 인간의 얼굴을 발견했다. 그들은 두려워하고 있었다. 기왕 24시간 철야 특근을 위해 출근했는데 동료가 과로사로 죽었다고 해서 취소가 될까봐 두려워하는 모습과 동료의 죽음 앞에 불안과 공포가 서려 움츠러드는 그들을 보았다.
나는 보았다. 영혼이 없는 얼굴을.
나는 보았다. 돈에 영혼이 팔린 돈의 노예들을….
나는 술을 먹고 흐느끼거나 울부짖었다. "특근 한 대가리에 목숨을 내던지는 이 아비규환을 어떻게 할 것인가?" 옆에 앉은 동료들을 괴롭혔다.
"이씨, 우리가 지금 6.25전쟁 하냐? 우리가 지금 월남전 하냐? 엉?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어디로 가느냔 말이다. 일을 많이 해서 죽은 동료의 시체를 치우고 공장을 돌리고, 특근이 취소될까 두려워하는 저런 괴물 조합원들을 우리가 만든 것 아니냐! 우리가, 활동가들이 죽을 짓을 했다. 회사 앞잡이 활동을 잘하는 짓으로 착각했었다. 조합원을 죽이는 용서받지 못할 짓을 했다.
회사를 위해 차를 한 대라도 더 만들기 위해 물량을 달라며 천막 농성까지 하는 말도 안 되는 짓을 민주 투사들이 해왔지 않느냐. 조합원들을 장시간 노동의 구렁텅이에 빠뜨려 과로사로 죽이는 살인마 같은 활동을 노동조합이 앞장서서 해왔으니 이를 어쩔 것인가! 우리가 이 꼴을 보려고 노동조합 운동을 했나?"
조합원들은 돈에 영혼이 팔려 돈의 노예가 되는데 노동조합 활동가라는 사람들은 생산 물량을 확보해 고용 안정을 확보한다는 말도 안 되는 사기를 쳐왔다. 선거 때마다 고용 불안을 조장하고, 자기들만이 고용 불안을 해결하고 고용 안정을 쟁취할 것이라는 사기를 쳐왔다. 강경 노선일수록 자본가 품으로 전투적으로 달려갔다. 경제주의, 실리주의 결과가 이렇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회사가 볼 때 얼마나 귀여운 어용 노조였겠는가. (관련 기사 : "자본가는 피를 빨고 진보정당은 표를 빨았다")
▲ 작업 중인 현대자동차 노동자. ⓒ연합뉴스 |
아∼ 비참하고 부끄럽다. '지금부터라도 그 미몽에서 깨어나자.' 현대차의 돈키호테가 되기로 결심했다. '자본의 마술에 영혼을 빼앗긴 활동가들, 악마의 덫에 걸린 조합원들의 영혼을 되찾고, 조합원들과 올바른 길로 함께 가야 한다.'
현대자동차 5만5000여 직원 중에서 한 해에 30여 명이 사망한다. 이 중 10명 이상이 과로사이고 뇌심혈관계 질환에 의한 돌연사다. 장시간 근로와 인과관계가 확인되면 산재 사망을 인정받지만, 사소한 개인 질환이나 '나이가 먹으면 퇴행성'이라며 산재 인정도 받지 못하고 죽는다. 공식 산재 환자가 한 해 500여 명인데, 현장에서 산재 은폐로 인해 공식 집계에 잡히지 않는 것을 감안한다면 1000여 명이 다치거나 장애가 남는다. 그리고 근골격계 질환으로 인한 산재 휴직이 300여 명인데, 실제 설문 조사를 해보면 70% 이상이 근골격 계통의 고통을 호소한다. 이렇게 완성차 공장의 노동자들은 고령화와 함께 거의 전부 골병이 들어 있다. 지금 살아 있는 자들 또한 과로사 예비군이다.
이러니 장시간 노동은 곧 살인이다. '노동 귀족'들이 과로사로 죽어나가고 있다. 나는 과로사는 자살이 아니라 타살이라고 인정했다. 노사가 공모하고 담합해 장시간 노동을 했건, 회사가 인센티브로 장시간 노동을 유혹했건 간에 사람은 자신의 느낌만으로 과로사를 사전에 알 수 없다는 의사의 조언도 수용했다.
장시간 노동을 통해 기업은 이윤을 얻는다. 동일한 장비로 10시간 가동하는 기업보다 13시간 가동하는 기업의 생산성이 30% 높다. 장시간 노동을 부추기는 건 살인이다. 최근 언론에서 현대자동차 특근을 종용하는 것은 법정 근로 시간을 초과하는 불법 연장 노동을 조장하는 것이고, 노동자들의 목숨을 담보로 현대차의 이윤 추구에 동원되는 도구들에 불과하다.
회사는 휴일 특근을 하면 임금을 할증으로 계산해 덤으로 듬뿍 얹어준다. 그 인센티브 유혹에 현대차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목숨을 던져가며 불나방처럼 특근과 철야에 뛰어들었다. 현대자동차 평균 근속 21.4년차의 소위 연봉이 9000만 원이라면 여기에서 기본급은 23.7%인 2133만 원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상여금과 성과급, 그리고 40% 이상이 연장 근무와 특근, 철야로 채워진다.
기본급을 책정하는 시급이 9424원이다. 2013년 최저임금 4860원보다 4564원 높다. 현대자동차 입사 1년차 1호봉의 시급은 5566원이다. 최저임금보다 불과 706원 높다. 연봉 9000만 원 하는 현대자동차 '노동 귀족'들의 기본 시급을 보면 지나가는 개도 웃을 일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이 사회는 현대차 특근을 종용한다. 불법 연장 근로를 종용한다. 죽음을 부추긴다. 저들이 살인마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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