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는 "주간 연속 2교대제로 밤샘 근무가 사라지고 '임금 삭감 없는 노동 시간 단축'을 보장해 근로자들의 건강과 삶의 질을 개선할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현대차는 노동조합이 요구한 '신규 일자리 창출(인력 충원)'을 거부했다.
그 결과 공식 노동 시간이 1.5시간 줄어든 대신, 생산 물량을 그대로 맞춰야 하면서 노동 강도는 그만큼 높아졌다. 라인 속도가 빨라지자 일부 현장에서는 불만이 폭주했다.
현대차는 주말에도 온전한 수당 보전 없이 특근을 할 것을 요구했다. 급기야 노동자들은 '특근 거부'에 나섰고, 현대차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밤샘 근무가 없어졌는데, 노조가 과거 임금을 보전받으려고 한다"고 비난했다. 일부 언론도 노조가 임금을 더 받으려고 생떼를 쓴다고 주장했다.
노동계의 말은 다르다. 현대차 정규직 노동자에게 '장시간 노동' 문제의 핵심은 임금이 아니라 '삶의 질'이라는 것이다. 노조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5만5000여 직원 중에서 한 해에 30여 명이 과로사나 돌연사로 사망한다. 주중에는 새벽 1시 10분까지, 주말에 또다시 특근을 하면서 가족과 관계도 멀어졌다. 노동자들이 '저녁이 있는 삶'에 이어 '주말이 있는 삶'을 요구하는 이유다.
최근 박근혜 정부가 '노동 시간 단축에 따른 일자리 나누기'를 핵심 정책으로 제시한 만큼, '현대차 특근'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에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하부영 교육위원은 '현대차 특근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연속 기고를 게재한다. <편집자>
▲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생산 라인. ⓒ연합뉴스 |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큰딸 유치원 졸업 행사를 하는 날이었다. 집 앞에 유치원이 있었음에도 난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다. 2년간 다니며 여러 학부모 참여 프로그램과 행사가 있었지만 무슨 일인지 나는 단 한 번도 가지 못했다. 그러다가 졸업하는 날이 되어 이번만큼은 꼭 사진이라도 남기겠다는 결심을 하고 참여했다. 아이가 행사 내내 처음 참석한 아빠와 눈을 맞추려고 했고, 눈웃음으로 답하며 행복해 하는데 '참 잘 왔구나'라며 흐뭇했던 기억이 큰딸과는 단 하루밖에 없다.
행사를 마치고 원장 선생님과 인사를 나누는데 현대자동차 작업복을 입은 나를 보고 화들짝 놀라며 "참 잘 오셨다"고 칭찬했다. 자기가 시내에서 울산 동구까지 여러 해 유치원을 하고 있는데 아이들에게 가족 그림을 그리라고 하면 유독 현대자동차 아빠를 둔 아이들 그림에는 '아빠'가 없다는 것이다. 엄마와 자기, 아니면 엄마와 언니 또는 동생 세 명은 있지만 '아빠'는 그림에서 빠진다고 했다. 설사 그렸다고 해도 새까맣게 표시하거나 무서운 귀신 정도로 그려 넣는다며 '현대자동차 아빠들 잘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날 나는 충격을 먹었다. 현대자동차 자녀들 가슴 속에는 아빠라는 존재는 아예 없고, 있다 하더라도 밤에 슬며시 왔다가는 시커먼 그림자, 그 시커먼 사람이 엄마 옆에서 자다가 슬그머니 아침에 나가는 도둑과 같은 존재감이라는 게 너무 서글펐다.
인간답게 살자며 노동조합을 만들었는데 '아직 갈 길이 멀구나'라는 생각을 하고도 벌써 20년이 지나 큰딸이 스물여섯 살이고, 올해는 1987년 노동자 대투쟁 26년째가 되는 해이다.
그런데 세상 사람들은 우리보고 왜 특근을 안 하냐고 난리친다. 배가 불러서 특근을 안 한다나! 아빠 역할도, 남편 역할도 가정도 다 포기하고 회사를 위해 일하다 죽으라며 저들은 눈에 핏발을 세우며 몰아친다. 저들 손에 채찍만 들지 않았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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