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선 기간 동안 인터넷에서 여론조작 및 선거·정치개입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국가정보원 관련 ID이용자가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지지하는 내용의 글을 인터넷사이트 '오늘의 유머(오유)'에 올린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은 국정원 직원이 박근혜 후보자를 옹호하는 내용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국정원의 대선 선거·정치개입 의혹에 대해 선거개입이 아니라는 수사결과를 발표했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30일 지난 2개월간 프로그램 전문가, 데이터분석 전문가와 함께 국정원 여직원 김 씨가 활동하기 시작한 지난해 8월 28일부터 오피스텔 대치사건이 벌어진 그해 12월 11일까지의 오유 회원 가입·탈퇴, 로그인·로그아웃, 인터넷주소(IP), 게시글, 댓글, 추천·반대 등 총 140만여 건의 데이터를 분석한 뒤, 국정원과 연계된 아이디 73개의 활동 내역을 공개했다.
이 아이디들은 대선 여론조작 혐의를 받는 국정원 직원 김모 씨와 이모 씨 등의 아이디와 컴퓨터, 인터넷 주소를 함께 쓴 것으로 확인됐다.
분석 결과를 보면 73개 아이디 이용자들은 총 390개의 게시글을 작성했다. 여기에는 직접적으로 박근혜 당시 후보자를 옹호하는 글이 상당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자를 비방하는 글도 있었다.
아이디 '로**'는 대선 기간인 12월11일 '북괴가 박근혜 엄청 두려워하는 듯'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번엔 문죄인(문재인)이 되야 (북한에) 링겔이라도 꽂아줄텐데. 근혜짱(박근혜)이면 북괴는 괴멸할거다"라고 썼다.
지난해 11월7일에는 아이디 '상큼***'이 '왜 NLL(북방한계선)을 부정하는가'라는 제목의 글을 작성하기도 했다. 이날은 박근혜 후보가 새누리당 전국위원회에 참석해 "엔엘엘(NLL)을 지킬지조차 의심스러운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면 이 나라의 안보는 또 어떻게 되겠냐"며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공격한 날이다. 엔엘엘 논란 관련 글은 11월18일(해학***), 22일(상큼***), 23일(가슴***), 25일(따사****)에도 잇따라 작성됐다.
또, 73개 아이디 이용자들은 박 후보에게 유리한 쪽으로 1100건의 게시글 반대 활동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활동내역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박근혜 후보의 역사인식 논란', '박근혜, 정수장학회와 무관하다더니' 등 박 후보자가 불리한 내용에 반대를 누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오유' 게시글에 '반대'를 누른 것은 모두 1467건인데, 75%가량이 박 후보자 당선을 위해 이뤄진 셈이다. 경찰조사 결과, 국정원 직원 김 씨가 이렇게 게시글 반대 활동을 한 게 100여 건이라고 확인됐지만 그 규모는 10배로 커진 셈이다.
오유 사이트는 각 게시물의 추천·반대 수에 따라 노출이 잘되는 메인 화면에 올라가는데, 반대가 3을 넘으면 베스트 게시물로 이동할 수가 없다.
한편, 30일 국정원을 전격 압수수색한 검찰은 직원들의 인터넷 댓글 작업을 진두지휘한 3차장실과 산하의 옛 심리정보국 사무실 등에서 내부 지시 보고 문건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세훈 전 원장이 2009년 5월부터 올해 1월까지 내부 게시판에 올린 '지시·강조 말씀'과 관련해서도 서버 등에서 전산자료를 다운로드 받고 출력물을 압수했다. 또한, 심리정보국 등에 소속됐던 일부 직원의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도 확보했다.
검찰은 국정원이 압수수색에 대비해 문건을 빼돌리거나 컴퓨터 파일, 댓글 흔적 등을 삭제 또는 위·변조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색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국정원에 의해 인터넷 게시글·댓글 활동에 동원된 것으로 의심되는 수백명의 포털사이트 활동 내역도 수사중이어서, 국정원이 벌인 여론조작·정치개입 활동 규모는 훨씬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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