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은 수사 개입 의혹에 대해 20일 해명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서울지방경찰청을 통해 주의를 줬고, 경찰청 실무자가 수사팀에 질의를 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하며 "압력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청은 자체 진상 조사에는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이성한 경찰청장은 22일 "국정원 댓글 수사 과정에서 실제로 부당한 압력이 있었는지 사실 관계 파악을 지시했다"고 밝했다. "외압은 없"었으나 "사실 관계 파악"은 해보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권 과장과 경찰청 및 서울지방경찰청의 고위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 수뇌부가 새 정부 들어 물갈이된 상황이라, 진상 조사 과정에서 경찰 내 '이명박 정권 라인'에 대한 문책이 이뤄질지 여부도 주목된다.
▲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연합뉴스 |
"권은희 과장이 신임 순경도 아니고…협박으로 느꼈다면 의미 있어"
경찰청과 권 과장의 기싸움은 이미 시작됐다. "경찰청 '윗선'의 전화"가 있었다는 사실은 확인됐지만, 그것이 '부당한 수사 개입의 증거가 될 수 있느냐' 여부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전직 경찰 고위 간부가 부당한 수사 개입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경찰의 축소 수사 의혹을 제기한 후 사임한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22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권은희 수사과장이 신임 순경도 아니고, 수사 전문성을 갖고 있다고 해서 특채된 사법시험 합격자이고 변호사 자격을 갖춘 분이면서 수사 경력도 꽤 되는 분이라서 이분이 (경찰청 윗선의) 협박 내지 간섭으로 느꼈다고 한다면 그건 상당히 의미가 있는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표 전 교수는 "형사소송법과 범죄 수사 규칙에 보면 일선 경찰서가 맡은 사건의 수사 지휘권자는 검사이기 때문에 상급 기관인 지방경찰청이나 경찰청은 수사 지휘를 할 순 없고 어떤 조언이나 지원은 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표 전 교수는 "만약에 전화가 걸려오고 수사의 방향을 제시하거나 수사와 관련된 직접적 이야기를 하면 그것은 압력 내지는 청탁으로 받아들여질 수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표 전 교수는 이어 "결국은 (경찰청의 해명과 권 과장의 폭로 내용이) 소위 진실 게임 양상으로 가게 되면 이 부분은 검찰 수사를 통해서 밝혀지든지 또는 이후에 국정감사를 통해서 결국 드러나야 되게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표 전 교수는 "(대선을 3일 앞둔 지난해 12월 16일) 밤 11시에, 그것은 기본적으로 (키워드 분석) 데이터가 (일선 수사팀에) 전달되기 전에 (경찰이) 무리한 수사 결과 발표를 하도록 한 것은 대단히 커다란 문제"라며 "김용판 당시 서울(경찰)청장의 ("보도자료 배포는 내가 판단했다"는) 말은 첫째로 대단히 정치적인 의도가 있었거나, 둘째로 그렇지 않다면 경찰 수사나 경찰 수사의 파장 등에 대해서 대단히 무지하고 무능력하다고밖에 해석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표 전 교수는 "일단은 곤혹스럽다 하더라도 지금 당장의 이미지를 위해서 진실을 덮거나 문제를 감춰선 안 된다"며 "아프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찰 수사의 독립성·중립성 확보에 걸림돌이 되는 부분들을 모두 밝히고 개선해나가는 것이 오히려 장기적으로 경찰에 도움이 된다"고 지적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