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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박근혜' 피해 'MB맨 원세훈' 잡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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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박근혜' 피해 'MB맨 원세훈' 잡나?

권력기관 '물갈이' 끝나…사면초가에 빠진 원세훈

경찰이 국가정보원 직원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 수사를 통해 국정원의 정치 개입 정황을 일부 밝혀내 파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원세훈 전 원장 역시 책임 소재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다만 정치적 파장이 훨씬 큰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해 경찰이 선을 그으면서 부실 수사 논란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경찰이 이번 사건을 수사하면서 주안점을 둔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국정원 직원 두 명이 인터넷 진보성향 사이트 댓글 조작 등을 통해 정치에 개입했고 이것이 국정원법 제 9조 정치 관여 금지 조항 등을 위반했을 수 있다는 점. 둘째, 국정원의 이같은 정치 개입 행위를 대선 과정에서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느냐 여부 등이었다.

경찰은 18일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전자에 대해서는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후자에 대해서는 불기소 의견을 내 놓았다. 국정원 직원이 국내 정치에 개입은 했지만 선거법은 위반하지 않았다는 논리다.

야당에서는 "황당하고 정치적 결론"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박용진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경찰의 결론은 담을 넘어와 강도짓을 일삼던 범인에게 주거침입죄만 적용하겠다는 해괴한 논리로서 경찰의 정권 눈치 보기의 극치를 보여준 정치적 결론"이라고 규정했다.

경찰은 이번 수사 초기에 사건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었다. 국정원 직원이 대선 관련 댓글을 단 적 없다고 발표했다가 이후 댓글이 발견되자 말을 바꾸는 등 석연치 않은 정황이 많았다. 담당 수사과장이 갑자기 다른 곳으로 발령나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지난달 터진 사회고위층 인사 성접대 논란의 여파로 김기용 전 경찰청장이 낙마하고,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등 사건 수사 지휘라인이 옷을 벗으면서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다. 달라진 분위기는 결국 국정원 직원에 대한 '기소 의견'으로 이어졌다.

수사 결과만 놓고 본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불똥을 피해간 셈이 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성한 경찰청장 입장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연관될 수 있는 '선거법 위반'은 어떻게든 피해야 하지만, 전 정권의 임명한 경찰청장 지휘 하에 수사했던 (수사 축소) 기조까지 굳이 이어갈 필요는 없었을 것"이라며 "사건의 '윗선'으로 의심받는 원세훈 전 원장도 전 정권 인물이라 수사에 큰 부담은 없지 않았겠냐"고 했다.

▲ 대선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국가정보원 직원 김 모 씨가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수서경찰서에서 3차 조사를 받은 뒤 변호인과 함께 경찰서를 나서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권력 기관 '물갈이' 끝났다…사면초가에 빠진 MB맨 원세훈

'부실 수사' 논란이나 '눈치 보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경찰의 이번 수사 결과 자체는 주목할만 하다.

국정원 직원의 '정치 개입'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정원의 조직적 정치 개입' 여부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모이고 있다. 경찰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국정원 직원 두 명과 같은 혐의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출석에 불응했던 국정원 심리정보국장 A씨에 대해 기소중지 의견을 냈다. A씨에 대해 검찰이 본격적으로 수사에 나설 경우 국정원 정치 개입 '윗선'의 실체가 밝혀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경찰 수사 역시 완결된 것은 아니다. 경찰은 이들 외 다른 관련자의 개입 여부를 계속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재경 경찰청 차장은 지난 15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국정원의 조직적 개입 여부에 대해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않으면서도 "그런 부분(조직적 개입 의혹)을 포함해 종합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했다.

둘째, 검찰이 현재 원세훈 전 원장 관련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는 사실도 주목된다. 국정원 내부 문건인 '원장님 지시 사항'이 폭로된 후 제기된 의혹의 핵심은 '국정원 직원들의 조직적 정치 개입이 원 전 원장의 지시로 이뤄진 것인지' 여부다. 경찰이 송치한 사건과 '성격'이 상당부분 겹치는 만큼, 검찰이 국정원 직원 댓글 사건과 원 전 원장 고발 사건을 병합해 수사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경찰의 수사 발표 직후 신속하게 특별수사팀을 꾸렸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국정원의 정치개입과 관련된 일련의 사건을 총괄하는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 여주지청장)을 구성했다. 서울중앙지검 2차장 검사가 특별수사팀을 총 지휘하게 된다. 청문회에서 국정원 관련 수사에 대해 의지를 보였던 채동욱 검찰총장이 전날 임명장을 수여받은 후 내놓은 첫번째 '작품'이다.

여기에 정치권 등을 중심으로 거론되고 있는 원 전 원장의 개인 비리 의혹이 추가로 불거질 경우 "사건은 겉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세번째, 국정원의 '인사 물갈이'다. 남재준 신임 국정원장은 약 30여 명에 달하는 1급 인사 가운데 80%~90%를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전 정권과 선을 긋겠다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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