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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상부, 국정원 정치 개입 사건 은폐·축소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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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상부, 국정원 정치 개입 사건 은폐·축소 지시"

경찰 '내부 고발자' 등장 …'무혐의' 주역 김용판 전 서울청장 영전?

국정원의 정치 개입 사건 수사 과정에서 경찰 고위층이 수사 축소와 은폐를 지시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정원 직원이 정치에는 개입했지만 공직선거법 위반은 아니다'라는 경찰 발표에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는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에 이어, 김기용 전 경찰청장 체제에서 경찰 고위 간부들의 조직적 대선 개입 의혹까지 불거질 수 있는 상황이다.

경찰,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 감추려다 '대선 개입 의혹' 받나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사건의 수사 과정을 잘 아는 경찰 A 씨는 19일 "작년 12월 민주통합당이 서울 수서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한 이후 수사 내내 서울지방경찰청(서울청)에서 지속적으로 부당한 개입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A씨와 이 매체에 따르면 수서경찰서는 작년 12월 13일 국정원 직원 김 모 씨의 컴퓨터 2대에 대한 분석을 서울청 디지털증거분석팀에 의뢰했다. A 씨는 "수서경찰서가 김 씨의 컴퓨터에서 대선과 관련한 78개의 키워드를 발견해 서울청에 분석을 의뢰했으나 그쪽(서울청)에서 '이러면 신속한 수사가 어렵다'며 수를 줄여서 다시 건네달라고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서울청은 '박근혜', '새누리당', '문재인', '민주통합당' 등 단어 4개만 의뢰받았고, 분석에 들어간 지 사흘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댓글 흔적이 없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얼마 전 퇴임한 김용판 전 서울청장이었다. 서울청은 지난해 16일 대선 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과 민주통합당 문재인 의원의 방송 토론회가 끝난 직후인 밤 11시에 이 같은 분석을 토대로 '무혐의' 취지의 중간 수사 결과를 기습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A 씨는 "애초 제출하려 했던 78개 키워드로는 그렇게 빨리 중간 수사 결과가 나올 수 없었다"며 "수서경찰서 실무팀은 그제야 속았다는 느낌에 망연자실했다"고 말했다. 문제의 78개 키워드가 당시 국정원 직원 김 씨의 혐의를 밝힐 수 있는 핵심 증거였다는 점에서 서울청이 사건 초기부터 수사에 개입한 정황을 방증한다고 A 씨는 주장했다. A 씨는 키워드 제출과 관련된 당시 상황은 서울청 공식 문건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당시 김씨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대한 분석을 책임졌던 서울청 관계자는 "자리를 옮긴 지 오래됐다"며 관련 사실 확인을 거부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A 씨는 지난해 12월 16일 경찰의 부실한 수사 결과 발표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 이외에도 광범위한 수사 개입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는 A 씨의 증언 등을 토대로 서울청이 국정원 직원 김 씨의 컴퓨터에서 나온 문서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일일이 김 씨에게 허락을 받았으며 이는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서경찰서는 복원 과정에 참여했던 사이버팀장을 현장에서 철수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수서경찰서의 잇따른 요청에도 서울청에선 '알아서 하겠다'고 했다"며 "압수한 증거품은 형사소송법상 자체 폐기를 하든 본인에게 돌려주든 수사 주체인 수서경찰서가 판단할 내용이라며 적극 항의하자, (서울청에서) 마지못해 넘겨줬다"고 밝혔다. 수서경찰서 담당 수사과장이 수사 도중 전보 발령이 난 것도 이 사건을 대하는 경찰 상부의 태도 때문이었다고 A 씨는 주장했다. A 씨는 "경찰 상부에서 김씨의 불법 선거 운동 혐의를 떠올리게 하는 용어를 언론에 흘리지 말라는 지침이 알게 모르게 있었다"고도 말했다.

▲ 지난해 10월 1일,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이던 박근혜 대통령이 서울지방경찰청을 방문해 김용판 서울지방경찰청장 등 관계자들과 기념 촬영을 마친 뒤 인사하는 모습. ⓒ연합뉴스

'국정원 무혐의' 발표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영전 코앞?

"(지난해 12월 16일 밤 11시 '무혐의' 수사 결과 발표를) 내가 주로 판단했다"고 언론에 당당히 밝혔던 김용판 전 서울청장은 엄청난 오판을 한 셈이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 사실을 일부 확인한 경찰 수사 결과를 놓고 보면, 김 전 서울청장의 당시 행동은 오히려 수사 대상이 돼야 마땅하다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김 전 서울청장이 출세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성한 경찰청장은 지난달 2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국정원 정치 개입 사건) 수사가 끝나면 김용판 서울청장에 대해 상응한 조치가 필요한지 검토하겠다"고 문책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이 발언이 나온 지 3일만인 지난달 29일, 김 전 서울청장은 경찰복을 벗고 명예퇴직을 했다.

이러한 김 전 서울청장이 오히려 "영전을 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국정원 출신이기도 한 김 전 서울청장은 TK(대구·경북)로 분류된다. 청와대 경호실 차장 하마평에도 올라 있다. 정성호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만약 (김용판 경호실 차장) 내정설이 사실이라면, 이는 국정원 선거 개입과 그 은폐 의혹이 있는 김용판이 저지른 국기 문란 사건에 대한 보은 인사로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원의 불법 선거 운동 사건의 수혜자임을 자인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전 서울청장은 현재 공직선거법 위반, 공무원법 위반 등의 혐의로 민주통합당에 의해 서울중앙지검에 고발당한 상태다. 당시 고발장을 낸 판사 출신 박범계 의원은 "김 (전) 청장이 대선을 앞둔 지난해 12월 16일 밤 11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한 것은 형법상 직권 남용과 경찰공무원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경찰관은 특정 정당이나 특정인을 지지해선 안 되는데 사실상 그날 발표 지시는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를 돕기 위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정치 개입 사건 수사팀을 꾸린 검찰이 김 전 서울청장과 경찰 수뇌부의 조직적 은폐 의혹을 수사 대상에 포함시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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