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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불산 가스', 허술한 초동대응이 사고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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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불산 가스', 허술한 초동대응이 사고 키웠다

독성 물질 제거 중인데도 대피한 주민에게 귀가조치 내려

경북 구미 '불산 가스' 누출 사고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피해 사례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두통·피부발진 등으로 병원을 찾은 주민 등은 4일, 전날보다 290여 명이나 불어난 893명으로 집계됐다. 이런 가운데 사고 직후 정부의 초동 대응이 허술해 피해를 더욱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관련 기사: 구미 '불산 사태' 심각…"뼈가 녹을 수도 있다", 불산 유출된 구미산업단지, 안전관리대책 '전무')

5일자 <한겨레> 보도를 보면 국립환경과학원은 사고 다음날인 28일 공장 주변을 조사한 뒤 사고 현장 반경 50m 안 대기 중 불산 오염도가 인체에 해로운 수준인 30ppm(ppm : 100만 분의 1 단위)에 못 미치는 1ppm이라고 밝혔다. 구미시는 이를 근거로 다른 곳에 대피해 있던 구미시 산동면 봉산리·임천리 주민들을 귀가하도록 했다.

이 결정에 따라 사고 지점에서 약 10㎞ 떨어진 곳에 대피했던 주민 50명은 이날 오전 10시까지 사고 지점에서 약 100~700m 떨어져 있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오전 9시 30분 사고 현장에서 측정된 대기 중 불산 농도는 고용노동부가 정한 작업장 안전 기준인 0.5ppm의 두 배 안팎인 1ppm까지 검출됐고, 독성 물질 제거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인 상황이었다.

구미시와 환경과학원이 '인체에 해로운 수준'이라고 밝힌 30ppm은, 미국 산업안전보건연구원 기준에 소방관이 방독면을 써야 하고 일반인은 즉시 벗어나야 한다고 규정된 수치다.

한편, 이번 사고로 숨진 노동자 5명은 화학약품 탱크 근처에서 작업하다 누출된 불산을 액체 상태로 뒤집어써 화상으로 숨을 거둔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병원 응급실 담당 의사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병원에 3명의 환자가 왔는데 불산 탱크 아래서 작업을 하다가 액체를 뒤집어쓴 상태였다"며 "1명은 사망한 상태였고, 다른 2명은 각각 2도, 3도 화상을 입은 채로 왔는데 불산이 전신 독성을 일으켜 모두 숨졌다"고 말했다.

자신을 화학계열 연구직으로 반년 넘게 일했던 사람이라고 소개한 한 누리꾼은 블로그에 "(불산) 한 방울이 피부에 닿으면 피부에는 티가 안 나지만, 그 한 방울이 피부를 침투하여 뼛속으로 들어가 뼈를 녹게 한다"고 적었다. 또 그는 "다량의 불산이 사람 몸에 묻으면 사람의 모든 뼈가 녹아 죽을 수도 있다"라며 "공기 중에 있는 함량만으로도 (구미에 있는) 식물이 말라죽었으면 이건 대단히 위험한 일이라고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5일 재난합동조사단을 현지에 보내 피해를 조사한 뒤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검토하기로 했다. 주민들에겐 추가 건강검진을, 인근 공장 노동자에게도 치료와 보상을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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