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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 위기에도 그들은 불황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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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 위기에도 그들은 불황을 몰랐다

[민생복리가 경제민주화다] <7> 빈부격차 최대, 주말 거리는 좌판 행렬

지구촌을 강타한 2008년 9월 미국발 세계적 금융위기에 이어 유로존의 재정위기가 아직도 그 꼬리를 다 드러내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부유층은 처음부터 그 사정권에서 벗어나 무풍지대에 사는 느낌이다. 서울 강남에 몰렸다던 외제 승용차가 지방도시로 빠르게 보급되면서 승용차의 크기도 빠르게 대형화하고 있다. 세계유명상표 매장으로 탈바꿈한 백화점은 대중품을 취급하는 대형매장과는 달리 판매가 늘고 있다.

부유층이 찾는 술집, 밥집, 골프장 등은 불황을 모른다. 피한여행-피서여행의 행렬도 점점 길어져 공항은 항시 만원이다. 이와 달리 빈곤층의 그늘은 갈수록 짙어진다. 황학동 벼룩시장이 동대문 운동장으로 옮겼으나 2008년 그곳이 헐리면서 다시 신설동 풍물시장으로 이전했다. 벼룩시장을 시설물로 집단화하면서 서울 시내에서는 좌판시장이 한때 사라졌다.

그런데 이제는 주말이면 거리에 좌판을 펴고 잡동사니를 파는 행상들이 쏟아져 나온다. 종로통을 거쳐서 동대문을 지나 신설동까지 인도변을 따라 뒷골목까지도 행상, 좌판 행렬이 이어진다. 신당역에서 청계천을 잇는 거리, 동묘 인근, 신설동 풍물시장 주변에도 커다란 좌판시장이 형성된다. 2~3년 전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그 규모가 커졌다.

지난 몇 년 새 먹고살기가 더 어려워지자 달라진 풍경이다. 더러 값깨나 나가는 물건도 있지만 주로 쓰다 버리거나 쓰다 남은 잡동사니나 헌옷가지를 판다. 다 팔아도 몇 만 원, 몇 천 원이 될까 말까싶다. 사는 사람보다 파는 사람이 더 많아 보인다. 그래도 하루 벌이를 하려고 여름날 뙤약볕이나 엄동설한에도 거리에서 손님을 기다린다. 직장에서 쫓겨나거나 자영업을 하다가 망한 사람들이 그만큼 많이 늘어났다는 소리다.

정부통계를 보더라도 양극화 사회에서 저소득층의 절박한 삶이 그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음이 짐작된다. 2009년 6월 자영업자가 1년 전에 비해 28만7000명이나 줄었다. 일손을 돕는 가족까지 합치면 34만7000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경기불황 탓도 크지만 유통재벌들이 기업형 슈퍼마켓을 통해 골목상권을 침탈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2009년 5월 임시직이 8만9000명, 일용직이 13만8000명 감소하는 등 취약계층의 고용사정이 크게 악화됐다.

▲ 세계 유명 상표 매장으로 탈바꿈한 백화점은 판매가 늘었다. 사진은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이 2011년 8월 25일 롯데호텔에서 연 '제5회 해외 명품대전'.. '명품' 이월 상품을 최대 70%까지 할인 판매하는 행사였다. ⓒ연합뉴스

2009년 2/4분기 대학졸업 실업자가 34만3000명으로 1년 전에 비해 6만4000명이 늘어났다. 그중 20대가 17만9000명, 30대가 9만7000명, 40대가 5만1000명이다. 30-40대의 상당수는 구조조정에 밀려 퇴직했을 가능성이 크다. 20대 실업자는 기업들이 신규인력 채용을 기피하면서 크게 증가한 탓이다. 취업난으로 인해 사실상 구직활동을 포기한 20대가 24만5000명이나 되는데 이 또한 2008년에 비해 5만5000명이나 늘어난 것이다.

비정규직법은 그냥 두면 큰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기업의 능력에 따라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이 나서 100만 명 해고대란설을 유포하면서 계약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한다고 난리를 피운 바람에 고용시장을 더욱 악화시켰다. 그것도 고용안정에 힘써야 할 공기업이 앞장섰다. 공기업 선진화 시책에 따라 인건비를 절감한다며 비정규직을 무더기로 해고했던 것이다. 해고가 선진화라니, 고용안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정권이다.

불황의 여파로 빈곤층의 삶이 더욱 궁핍해지고 있다. 2009년 1/4분기 하위 10%의 월평균 소득이 45만6487원으로 2008년 동기에 비해 7만4328원이나 줄었다. 그중 절반에 가까운 20만 원은 정부 등에서 나온 지원금인데 그나마 2008년보다 3만7097원이나 준 것이다. 일해서 번 돈은 고작 13만5000원에 불과했다. 반면에 지출은 2008년보다 10만1109원이 감소했지만 126만6478원이나 되어 심각한 적자를 나타냈다.

도시노동자의 소득격차도 갈수록 벌어진다. 2009년 1/4분기 상위 10%의 월평균 소득은 1023만7410원으로 2008년 같은 기간에 비해 3.4% 증가했다. 반면에 하위 10%의 소득은 95만9338원으로 오히려 9.7%나 감소했다. 이에 따라 상위 10%와 하위 10%의 소득격차는 2008년의 9.32배에서 사상 최대인 10.67배로 더욱 벌어졌다. 감세혜택이 주로 고소득층에 돌아갔기 때문이다.

자영업 폐업과 대량해고로 인해 가계가 무너진다. 법원의 개인파산 심사가 까다로워졌지만 2009년 들어 신청건수가 높은 증가세를 나타났다. 1월 7928건, 2월 9132건, 3월 1만892건 등이었다. 신용회복위원회에 신청한 금융기관 개인채무조정도 급증세를 보였다. 3개월 이상 연체로 인한 신청이 2009년 1/4분기에 2만4004건이나 되었다. 이것은 2008년 같은 기간에 비해 55%나 늘어난 것이다.

빈부격차를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2008년 0.325로 1990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고치를 나타냈다. 취약계층에 대한 재정지출은 소득재분배의 기능을 갖는다. 그런데 재정지출을 줄였으니 2009년에는 그 격차가 더욱 벌어졌을 것이다. 입으로만 아무리 민생을 외쳐봤자 소용이 없다. 정책방향을 바꾸어야 한다.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비정규직을 축소하고 세제도 역진성(逆進性)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간접세제를 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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