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JM 폭행사건과 맞물러 이번 사건이 논란이 되고 있지만 그간 현대자동차에서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2000년대 들어 기하급수로 늘어난 비정규직, 즉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조직화를 막으려 안간힘을 쓴 게 현대자동차였다. 비정규직 노조를 만들 때부터, 이후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내걸고 농성을 벌이는 현재까지 지속해서 폭행 시비가 있었다. 현대자동차의 비정규직 탄압으로 가장 유명한 사건은 '식칼 테러'다. 1989년 현대중공업 파업 노동자들을 향했던 '식칼 테러'는, 14년 뒤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를 겨냥해서 그대로 반복됐다.
이야기는 이렇다. 2003년 당시, 현대자동차뿐만 아니라 현대중공업 등 대공장 내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불법파견 투쟁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당시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사내하청 업체인 세화산업에서 근무하던 송성훈 씨도 투쟁에 함께했다.
그런 모습을 회사에선 좋게 볼 리 없었다. 2003년 3월께 월차 신청서를 내려 사무실에 갔다가 봉변을 당한 것. 당시 세화산업 관리자는 월차를 쓰겠다던 송성훈 씨에게 "특근도 안 하면서 무슨 월차냐"며 욕설과 함께 휴가원을 철회할 것을 종용했다. 이 와중에 멱살잡이가 벌어졌고 송성훈 씨는 뒤로 넘어져 타박상을 입었다. 이 폭행으로 송 씨는 전치 2주 진단을 받고 병원에 입원했다.
문제는 그다음에 터졌다.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들은 관리자는 다른 관리자들과 함께 송 씨가 입원한 병원을 찾아갔다. 누워있는 송 씨에게 관리자들은 온갖 폭언을 퍼부은 뒤, 미리 준비해온 칼로, 송 씨를 이불에 뒤집어씌우고는 아킬레스건을 두 차례나 찔렀다.
이 사건으로 송 씨는 아킬레스건 60% 이상이 손상돼 전치 22주의 진단을 받았다. 6개월 후에나 송 씨는 다시 일할 수 있었다.
ⓒ프레시안(김봉규) |
용역이 던진 볼트에 얼굴 맞아 한 시간 넘게 수술받기도
이 사건을 계기로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잇따라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그렇다고 회사의 폭행은 중단되지 않았다. 현대자동차는 비정규직 노조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정규직 노조는 원청인 현대자동차가 불법파견을 했다며 공장 내에서 지속해서 농성을 벌였다. 자연히 충돌은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언론에 보도된 폭행 사건만 나열해도 그 수는 상당하다. 2005년 2월에는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내걸고 현대자동차 제5공장 탈의실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던 여성조합원들이 경비대와 관리자들에 의해 건물 밖으로 밀려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다수 부상자가 발생했고 조합원 3명이 병원으로 후송되기도 했다.
이후 한동안 사측의 폭행은 잠잠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2010년 말께 또다시 노조 탄압은 연쇄적으로 발생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불법 파견 중단'과 '직고용'을 요구하며 아산, 울산 공장 등에서 파업을 벌였고 현대자동차는 이를 폭력으로 막으려 했기 때문이다.
2010년 11월에는 현대자동차 울산 3공장 시트1부 동성기업 조합원들이 시트 1공장 14라인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였다. 그러자 사측 관리자들과 용역 직원 300여 명이 이들을 해산시키기 위해 소화기와 최루액을 분사한 뒤, 볼트, 자재, 프레임 등 쇳덩이를 조합원에게 던지며 14라인 안으로 진입했다. 이 과정에서 볼트 등을 머리, 얼굴 등에 맞은 6명의 조합원이 병원에 입원했다.
조합원 한 명은 입과 코 사이가 찢어져 한 시간 넘게 수술을 받았다. 또 다른 조합원은 날카로운 네모난 차체 껍데기에 맞아 입술부터 코 밑까지 찢어지기도 했다. 당시 조합원의 증언으로는 사측 관리자와 용역들은 무차별적으로 폭행을 가했고, 도망가는데도 쫓아와 폭력을 행사했다.
갈비뼈 부러지고 고막 터지고
2010년 12월에는 하루가 멀다고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파업 중이던 비정규직지회 이진화 2공장 대표와 1공장 조합원 4명이 회사 괸리자와 용역 직원 50여 명에게 폭행을 당한 뒤 감금되는 일도 있었다. 경비용역들은 본관식당 입구에 구내버스를 대기시켜놓고 본관식당에 점심을 먹으러 가던 이들을 버스로 강제로 납치했다. 이날 울산 2공장에서는 부분파업을 일으킨 조합원 100여 명이 대체인력 투입을 막다가 5명이 병원으로 실려 갔고 32명이 다치거나 연행됐다.
출근 선전전을 벌인 후 휴식을 취하고 있던 비정규직 지회 대의원을 관리자와 용역 직원들이 끌어내 차량에 실은 후 폭행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 대의원은 구타 과정에서 고막 등을 다친 채 파업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각서에 서명하라고 강요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공장뿐만이 아니었다. 상대적으로 여론의 관심이 덜한 전주공장과 아산공장에서 벌어지는 폭력의 강도는 더했다. 1일에는 부분파업을 벌인 전주공장에서 사측이 퇴거명령서를 들고 조합원들을 끌어내면서 10여 명이 병원으로 후송됐다. 6일 부분파업 과정에서도 관리자들이 노조 간부를 채운 차를 조합원이 막아섰지만 그대로 차량을 출발시켜 6명이 다쳤다.
아산공장에서는 1일 정규직 노조 조합원들이 파업에 연대하는 차원에서 공장 정문에 천막을 세우자 관리자들이 몰려와 빼앗았고 이 과정에서 조합원 한 명이 갈비뼈가 부러졌다. 다음날인 2일에도 사측은 농성하는 조합원들이 설치한 컨테이너 건물을 지게차에 실어 철거했다.
정규직 노조가 보호하고 있는 1공장 농성장에서도 사측은 3일 철제 빔을 부착한 크레인 등으로 공장 유리창을 부수고 농성자를 끌어내려고 시도했다. 이를 막던 정규직 대의원 3명이 다치고 여성 대의원 1명이 실신했다. 이날 사측은 헬멧과 방패로 무장한 용역 직원들을 공장 내로 들여보내기도 했다.
▲ 하청 관리자에게 맥주병으로 가격당한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조 간부. ⓒ사노위 전북위원회 |
반복되는 폭행과 납치
현대자동차에선 이러한 일련의 폭행을 두고 '무단점거'를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하청업체 노동자는 자신들에게 직접 고용된 노동자도 아닌데, 자신의 공장을 무단으로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노동자로선 억울할 수밖에 없다. 업체만 하청 업체일 뿐, 업무 지시나 작업 공간을 제공하는 건 현대자동차이기 때문이다. 현장에선 앞바퀴를 설치하는 노동자는 정규직 노동자이고 뒷바퀴를 설치하는 노동자는 비정규직 노동자라는 말까지 나온다.
여러 논란이 있었지만 2007년 노동부, 2010년과 2012년의 대법원 판결로 현대자동차가 '불법파견 사업장'이라는 점은 법리적으로 명확해졌다. 불법으로 공장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인다며 폭력을 행사한 사측이 되레 불법을 자행한 꼴이 된 셈이다.
과거야 어땠든 문제는 앞으로다. 2012년 2월 대법원에서 최종 판결을 내림에 따라 불법파견으로 인정된 원청회사, 즉 현대자동차는 사내하청, 즉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즉시 고용해야 한다.
하지만 즉시 직접 고용하라는 법규와 달리 현대차는 사내채용기준에 따라 8000명 중 3000명을 선별 채용하겠다고 발표해 또다시 불법 논란이 야기되고 있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경력을 인정하지 않고 신규채용 형식을 취한 점도 논란거리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까운 게 현실이다. 현대차가 제시한 안을 거부하는 비정규직 노조 간부를 납치·폭행하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현대차에서 노동자를 납치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버릇'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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