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비정규직노조 간부 4명이 용역경비직원과 현대차 보안팀 직원 20~30여 명에게 집단 폭행을 당하고 감금 납치되는 일이 벌어졌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가 하루 파업에 들어간 이튿날인 18일 새벽 1시 38분경, 김성욱 노조 조직부장과 이진환 선전부장은 선전물을 만드려고 울산공장 내 노조가 사용하는 건물로 이동하고 있었다. 건물에 들어가려던 순간 '이진환, 김성욱'이라는 이름을 듣고 뒤를 돌아보자, 현대차 보안팀과 용역경비직원 20~30여 명이 나타나 이들의 얼굴을 가격하고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목을 졸랐다.
반바지와 슬리퍼 차림이었던 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피복창구 옆에 대기된 스타렉스 차량에 납치돼 동부경찰서로 이동됐다. 차량 속에 대기 중이던 현대차 보안팀 직원 5~6명은 두 노조간부의 휴대전화기를 강탈하고 경찰서로 이동하는 동안에도 이들을 수차례 폭행했다.
현대차 보안팀 직원들은 "노조간부들이 불법점거를 시도해서 데려왔다"며 경찰에게 조사를 요구했으나, 경찰은 무혐의 처분을 내리고 양측을 돌려보냈다. 비정규직노조는 "선전물 작업을 하러 가는 것이 불법 점거일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날 오후 6시경에는 천의봉 사무장과 이도한 총무부장이 울산공장 내 현금지급기에서 노조원 도시락 비용을 정산하고 나오다가 봉변을 당했다. 버스에 타고 있던 용역경비직원 40여 명이 이들의 옆구리 등을 가격한 뒤 납치해 대기 중이던 버스에 강제로 태웠다.
천 사무장은 "20대로 보이는 용역경비들이 버스 안에서 저항할 수 없게 무릎으로 목을 눌렀고, 6명이서 팔과 다리를 잡고 있었다"며 "다시 대기 중이던 스타렉스 차량에 강제로 옮겨졌는데, 아는 현대차 보안팀 직원이 두 명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한 차례 경찰서에서 '무혐의' 처분이 나자 현대차 보안팀 직원을 포함한 용역경비직원들은 천 사무장과 이 총무부장을 경찰서로 임의 연행하는 대신 울산공장에서 멀리 떨어진 동구 현대중공업과 울산 꽃바위 근처에 각각 버리고 달아났다.
천 사무장과 이 총무부장은 현재 팔과 어깨의 근육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김 조직부장은 코를 가격당해 얼굴이 부어올랐고, 이 선전부장은 얼굴을 가격당해 두통을 호소했다. 김 조직부장과 이 선전부장은 경찰 조사 후 울산대병원에서 1차 진료를 받은 뒤 울산 세민병원에 입원했다. 노조는 현대차 보안팀 직원을 집단 린치폭행과 감금 납치에 대해 고소한 상태다.
김상록 정책부장 또한 이날 오후 2시경 현대차 정규직노조 사무실 앞에서 납치당할 뻔했다고 호소했다. 김 정책부장은 "용역경비 6명이 달려들어서 차에 태우려는 것을 노조 사무실로 들어가 간신히 피했다"며 "지금도 공장 주변에는 버스 십수대가 새워져 있고, 스타렉스가 순찰을 돌고 있다"고 전했다.
김 정책부장은 "현대차가 불법파견을 무마하기 위해서 정년퇴직으로 결원이 생기는 3000명을 신규채용한다는 기만적인 안을 냈는데, 여기에 문제제기하려는 비정규직들을 납치해서 위협하고 있다"며 "비정규직노조 지도부를 납치하면 노조가 제대로 못 굴러갈 것 아닌가. 비정규직노조를 말살하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관련 기사 : 현대차, '3천명 정규직 채용' 꼼수, 현대차의 정규직 채용, 왜 하필 3천명일까?)
노조는 "현대차는 정규직노조 김홍규 수석부지부장 폭행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김명석 조합원 집단폭행, 엄길정 근무형태변경추진위 팀장을 집단 폭행하더니 오늘은 비정규직 간부를 폭행 후 감금 납치하는 만행을 저질렀다"며 "집단폭행, 납치, 불법체포를 지시한 지시자를 구속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통합진보당 심상정 의원도 이날 긴급 보도자료를 내고 "노동자에 대한 납치·폭행은 기업주의 경영행태가 여전히 80년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상징한다"며 "철저한 조사를 통해 엄중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정책부장은 "현대차 내에는 8시간 3교대로 240여 명의 용역경비가 상시근무하는데, 현대차가 유사시에는 이들을 구사대, 행동대로 바꾸어 집단폭행하는 구조가 있다"며 "용역경비업체가 바뀌면 사람도 바뀌어야 하는데, 업체는 바뀌지만 용역경비는 그대로 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비정규직 노조원들이) 공장 점거를 하려고 해서 회사 관리자들과 밀고 당기기를 했다고 들었다"며 "시설물 보호차원에서 (연행)했지만, 폭행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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