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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 죄다 부정만 하니…그걸 제기한 이는 바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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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 죄다 부정만 하니…그걸 제기한 이는 바보인가?"

'모르쇠'로 일관된 현병철 국가인권위 위원장 후보 인사청문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기억나지 않는다. 그렇지 않다.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그런 말 한 적 없다. 그런 조치 취한 적 없다'

16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현병철 후보자는 청문회가 진행되는 10시간 동안 시종 이 같은 말만 반복했다. 그간 논란이 됐던 용산참사 의견표명 유보, <PD수첩> 사건,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등에 관해 여야의원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방청석에 있던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어떻게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거짓말을 할 수 있느냐"며 "이런 사람이 인권위 위원장 연임을 한다니 답답하다"고 청문회 도중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국회 경비가 그의 입을 막으며 청문회 밖으로 끌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상황은 여기서 그친 게 아니었다. 명숙 인권단체연석회의 활동가도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을 기억나지 않는다고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고 고 이상림 씨 부인 전재숙 씨도 "어떻게 저런 사람이 인권위원회 위원장으로 연임할 수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급기야 윤관석 민주통합당 의원이 나서 "인권단체와 시민단체 등이 성명서, 기자회견 등을 하면서 현병철 위원장이 그간 해온 발언과 행동을 지적했다"며 "그런데 그런 걸 다 부정한다면 그걸 제기한 사람이 바보인지 묻고 싶다"고 질타했다.

이런 소란이 발생한 이유는 현병철 후보가 인권위 위원장으로 재임했던 지난 3년간 있었던 논란이 청문회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졌기 때문이다. 현병철 후보는 논란이 된 사안을 두고 하나같이 '사실과 다르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런 일 없다'고 발언해 그간 바판의 목소리를 내온 인권단체 및 장애인단체 회원들을 황당하게 했다.

▲ 청문회 정회 시간. 현병철 후보자가 청문회장을 나가는 과정에서 용산참사 유가족이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용산참사 의견표명 유보는 청와대 눈치 본 거 아니냐"

특히 용산참사 의견표명 부결 논란을 두고도 현병철 후보는 기존에 알고 있던 것과 사실과 다르다고 발언해 용산참사 유가족에게 강한 항의를 받았다.

용산참사 의견표명 부결 논란 사건은 인권위는 2009년 12월 28일 제24차 전원위원회를 열고 용산참사 관련, 의견을 법원에 표명할 것인지 논의하는 과정에서 현 위원장이 일방적으로 회의를 폐회시킨 사건을 말한다. 회의에서 참석위원 10명 가운데 6명이 이 안건에 대해 '찬성' 의견을 냈으나, 현 위원장은 '다음에 논의하자'며 일방적으로 폐회를 선언했다. 민주적인 의사결정구조를 짓밟은 셈이다. 이에 인권위원이 항의하자 현 위원장은 "독재라도 어쩔 수 없다"고 외치며 회의장을 나갔다.

현 후보자는 "용산참사 관련 당시 인권위가 의견표명을 내지 않았다고 하지만 성명서를 몇 차례 냈다"며 "또한 기본적으로 빨리 의견표명을 해야 하니깐 준비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 후보는 "우리가 의견표명을 안 한 게 아니라 시점을 고민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여야 의원 할 것 없이 집중포화가 쏟아졌다. 박대출 새누리당 의원은 "용산참사 관련, 유가족에게 진정서가 빠르게 들어온 걸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후보자는 그해 12월에야 전원위원회를 열었고 그 또한 일방적으로 폐회를 선언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그렇게 폐회된 지 이틀 만에 정부와 철거민 간 합의가 됐고 이후 인권위는 그다음 해인 2010년 11월에서야 의견표명 안건을 처리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이렇게 늑장처리를 한 건 청와대의 눈치를 본 게 아니냐"고 질타했다.

우원식 민주통합당 의원도 "용산참사 관련 전원회의 때 독재자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며 회의를 폐회시킨 사람이 지금은 용산참사 관련 최선을 다했다며 뻔뻔하게 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자꾸 거짓말하지 말아 달라"

2010년 12월께 중증장애인들이 인권위를 점거하고 농성할 당시, 인권위에서 전기와 난방을 차단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현 후보는 "우리가 있는 곳은 임대건물이기에 우리 마음대로 전기나 난방을 켜고 끌 수 없다"며 "우리가 전기 등을 끊었다는 건 잊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장하나 민주통합당 의원은 "현병철 위원장 취임 이후 진행된 정기감사 결과 자료를 보면 '청사 점거 및 농성 사태 대응' 메뉴얼이 있다"며 "이것은 인권위가 점거 농성을 많이 당하니 이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일종의 점거 대책안"이라고 말했다.

장 의원은 "자세히 살펴보면 식수 반입은 최소화하고 음식물 반입은 금지하도록 하고 있다"며 "또한, 인터넷 사용이나 탁자 및 비품 사용 등을 금지하는 등 아주 상세한 내용까지도 적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장 의원은 "인권위 임대건물 업체에 문의해보니 현병철 위원장 이전에는 농성하는 이가 있으면 난방 등을 켜두라고 인권위에서 요구해 몇 차례 그렇게 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결국 인권위는 마음만 먹으면 전기를 끄고 켤 수 있었던 셈"이라고 주장했다.

장 의원은 "이러면서도 중증장애인들이 농성할 때 전기를 끊지 않았다고 주장하느냐"며 "인권위에서 전기 등은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식으로 말하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 청문회에 출석한 현병철 후보자. ⓒ연합뉴스

"현 후보의 연임을 원하는 이는 MB밖에 없는 듯"

의원들은 인권위 안팎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연임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며 현 후보가 위원장직을 자진해서 사퇴해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송호창 민주통합당 의원은 "국제앰네스티, 아시아인권단체 등 해외 인권단체에서는 현병철 후보의 연임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냈을 뿐만 아니라 이례적으로 인권위 직원들이 신문에 연임 반대 광고도 냈다"며 "직원이 반대하는 데 연임이 된다 해도 조직을 운영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박지원 민주통합당 의원도 "수많은 시민단체와 법학자 및 변호사들도 현병철 후보의 연임을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기자회견을 열었다"며 "이런 상황에서도 꼭 연임해야 하는가"라고 질문했다.

박기춘 민주통합당 의원은 좀 더 노골적으로 연임 의지를 '노욕'이라고 평했다. 박 의원은 "인권위원장 자리는 국민의 억울함과 한을 풀어줘야 하는 자리"라며 "하지만 취임 이후 국민을 더욱 억울하게 하고 오히려 한을 품게 했다는 게 국민의 평가"라고 질타했다. 박 의원은 "국민이 눈물 흘릴 때, 현 후보자는 이들을 외면했다"면서 "현 후보의 연임을 원하는 사람은 이명박 대통령밖에 없는 듯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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