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병철 인권위원장, <두 개의 문> 극장에서 쫓겨난 이유

용산참사 의견서 제출 반대했던 현병철, 관객들에게 항의 받아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이 용산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두 개의 문>을 보러 갔다가 극장에서 쫓겨났다.

4일 인권위 및 인권단체들에 따르면, 현 위원장은 이날 오전 11시에 상영하는 <두 개의 문>을 관람하러 서울 종로구에 있는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를 찾았다.

다큐멘터리 상영 직전, '국가인권위 제자리찾기 공동행동' 활동가들은 "현병철, 인권위원장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앞으로 나가 "이 자리에 현병철 위원장이 함께 있다. 그와 함께 영화를 보시겠느냐"고 관객들에게 호소했다.

피켓에는 "독재라도 어쩔 수 없다", "아직도 여성차별이 존재하느냐" 등 현 위원장의 과거 발언들도 적혀 있었다. 인권단체 활동가들의 이런 반응에는 이유가 있다, 현 위원장은 2009년 12월 인권위가 '경찰의 강제진압에 문제가 있었다'는 내용의 용산참사 관련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려 할 때 강하게 반대했었다. 당시 안건이 가결될 것으로 보이자 급히 폐회를 선언한 그는 회의장을 떠나며 "독재라도 어쩔 수 없다"라고 말해서 비난을 받았다. 인권위원장으로서의 자질을 의심하게 만드는 발언이라는 게다.

<두 개의 문>을 보러 온 관객들도 인권단체 활동가들의 이런 설명에 호응했다. 관객들 역시 현 위원장을 향해 "무슨 면목으로 보러왔느냐"라며 퇴장을 요구했다.

용산참사 관련 의견서 제출에 반대했고, 이에 대한 비난이 쏟아져도 사과하지 않았던 현 위원장이 갑자기 <두 개의 문>에 관심을 둔 이유에 대해서는 다양한 설명이 나온다. 대표적인 게 '국회 청문회를 앞두고 질문이 나올 것에 대비해 관람하려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달 말 임기가 끝나는 현 위원장은 지난달 연임이 결정돼 이달 중순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