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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제2의 유바리' 될까…지자체 부채 75조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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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인천, '제2의 유바리' 될까…지자체 부채 75조 시대

[한국경제, '빚'과 그림자·②] 지자체 막무가내 대형개발, 빚 폭탄으로 돌아와

일본 훗카이도 유바리(夕張) 시는 탄광도시다. 1990년대부터 탄광 산업이 쇠퇴하자 유바리 시는 관광개발에 나섰다. 빚을 내서 영화제 등을 유치하고 박물관을 지었다. 호텔, 스키장까지 인수했다. 반응은 좋았다. 하지만 관광객이 줄어들고 기존 시설이 타 지역과 경쟁에서 밀리며 빚이 쌓이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유바리 시는 다시 빚을 냈다. 낡은 시설을 새로 짓는 데 돈을 썼다. 결국 시설관리에 쏟은 돈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빚도 덩달아 천문학적인 숫자로 늘어났다. 당시 시는 360억 엔(약 5055억 원) 이상의 빚을 졌다.

결국, 유바리 시는 2007년 재정재건단체 지정을 신청했다. 시가 파산한 거다. 지금도 300억 엔(약 4200억 원)이 넘는 빚이 남았다. 각각 7개와 4개였던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하나로 통폐합됐다. 1997년 12만 명이던 인구는 현재 1만 명으로 줄었다.

유바리 시가 파산한 원인은 미래 수익을 고려하지 않고 마구잡이식으로 빚을 내 대형 사업을 진행시켰기 때문이다. 빚을 내서 호텔 등을 지었지만 수익이 나지 않자, 또 다시 빚을 내서 개발을 하는 식으로 시 재정을 운영했다. 목이 마르다고 급한 마음에 바닷물을 마시고 다시 목이 말라 바닷물을 마시는 꼴이다.

ⓒ프레시안(손문상)

감당할 수 없이 늘어가는 지자체 부채

일본 유바리 시의 문제는 빚을 내서 대형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우리나라 지자체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무리하게 돈을 끌어와 진행한 대형 사업이 지자체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곳이 인천시다.

인천시는 송영길 시장이 취임한 민선 5기 이후 부채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지만 빚이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송영길 시장이 취임할 때 7조5000억 원(공기업 포함)에 달하던 부채는 취임 1년 만인 지난달 말 현재 8조6079억 원으로 불어났다. 미지급금 등 영업부채까지 합치면 9조2000억 원에 달한다.

인천시의 재정운영 문제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부의 재정확대 정책에 따라 2009년 8386억 원의 지방채를 발행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지방채 8386억 원은 일반회계(5148억 원), 도시철도(784억 원), 아시안게임 경기장 건설(1850억 원), 상하수도사업(538억 원), 기타 사업(66억 원) 등을 위해 발행됐다.

이후 시는 지방채 발행 재원을 통해 인천아시안게임과 인천도시철도2호선 건설 등 굵직한 대형 사업에 착수했으나, 계속 지급해야 하는 개발비를 해결을 위해 또 다시 지방채를 발행해야 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현재 인천시는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도시철도2호선 건설 등 대형 사업이 계속사업으로 남아있고, 중앙정부 매칭사업 마저 증가하면서 재정 유동성 문제에 빠져 있다.

지금도 부채가 심각한 상황이지만 2015년부터는 아시안게임, 도시철도2호선 건설 등을 위해 발행한 지방채 원리금을 이자와 함께 매년 4000~5000억 원 씩 총 15년 동안 갚아야 한다. 재정위기의 끝이 보이지 않는 실정이다.

급기야 지난 30일 송영길 시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대로 가면 아시안게임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울며겨자먹기'로 3000억 원대 송도 땅에 대한 현물출자 승인을 받아냈으나 부채 문제를 해결하긴 요원하다.

부산시도 2011년 기준 부채가 2조9361억 원이다. 부산~김해 경전철과 을숙도대교, 백양터널, 수정터널, 거가대교, 북항대교 등 대형 사업을 마구잡이로 벌인 결과, 제대로 예산을 써보지도 못하고 빚을 갚는 데 급급해하고 있다. 전체 예산의 40% 가까운 돈이 빚 갚는 데 쓰이고 있는 실정이다.

지자체 부채 75조 원 시대

이러다 보니 지자체 부채는 30조 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방공기업 부채를 포함한 지방자치단체 빚까지 합하면 75조 원을 넘어섰다.

2002년 말 17조903억 원이던 지자체 빚(지방공기업을 제외한 순수 지자체 부채)은 2007년까지 16조~18조 원 수준에서 안정세를 지속해 오다가 2008년 19조2255억 원으로 증가세로 돌아선 뒤 2009년 25조5531억 원으로 한 해 사이 무려 6조3276억 원 늘어났다. 지난해에도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약 28조9000억 원을 기록했다.

55개 지방공기업 부채 역시 2008년 32조1431억 원에서 2009년 42조3790억 원, 그리고 지난해 46조2269억 원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기관의 부채비율은 2008년 116.7%에서 2010년 139.7%로 2년 만에 23%포인트 상승했다.

지방공기업 중 서울특별시의 SH공사가 2010년 말 현재 16조2316억 원의 부채를 갖고 있어 빚이 제일 많다. 경기도시공사(7조5271억 원), 인천도시개발공사(5조6352억 원), 서울매트로(3조701억 원), 부산도시공사(2조4777억 원), 서울도시철도공사(1조1521억 원) 등도 부채에 허덕이고 있다.

부채비율이 300%를 초과하는 공기업으로는 SH공사, 부산도시공사, 경기도시공사, 경기평택항만공사, 양평지방공사, 강원도개발공사, 태백관광개발공사, 전북개발공사, 경상남도개발공사 등이 있다. 이 가운데 경기평택항만공사와 태백관광개발공사는 부채비율이 각각 873.4%, 834.5%가 넘으며, 2008년 부채비율이 1013.2%였던 양평지방공사는 자본잠식 상태에 들어갔다.

도시개발공사나 도시철도공사의 부채는 상당 부분 공공재 건립에 사용된다 하더라도 부채가 턱없이 많은 상황이다.

▲ 송영길 인천시장. ⓒ프레시안(최형락)

부채 키운 대형 사업

이렇게 천문학적인 부채가 쌓인 원인은 무분별하게 진행한 대형 사업이 지목되고 있다. 대형 사업을 진행시키며 부채를 무분별하게 쓰다 보니 이자 부담이 주체할 수 없이 커져 '돈 빌려 이자 갚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 사업이 완성돼도 사업성이 있을지도 미지수다. 더구나 자금 조달도 여의치 않아 사업 자체가 스톱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자부채는 계속 내야 하기 때문에 지자체는 진퇴양난에 빠진 상황이다.

주목할 점은 이런 지자체 부채는 현재 사업성 저하로 대부분 중단된 공모형 PF사업과 매우 닮았다는 점이다. PF사업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 Project Financing)을 줄여서 일컫는 말다. 대체로 땅을 공기업이나 지자체에서 대고 시행사가 건물을 짓는 식이다. 사업주체가 사업(프로젝트)을 수행하는 데 소요되는 자금 대출을 프로젝트 수익성을 담보로 대출받는 사업으로 미래에 수익이 얼마가 날지를 예상해 그에 따른 대출을 해주는 구조다.

담보가 없다보니 대출 이자율이 기존 다른 이자율보다 비싸다. 빠르게 인·허가를 받아 사업을 마무리해야 더 많은 수익이 남는 구조다. 사업이 정지됐어도 이미 투입된 자금에 대한 대출 이자는 계속 늘어난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2011년 12월 기준으로, 전국적으로 추진 중인 공모형 PF사업은 27개로 총 사업비는 74조 원이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로 사업성이 나빠지고 자금조달마저 막히면서 용산국제업무지구, 판교 알파돔시티 등 몇 군데를 제외하면 사실상 모두 사업이 멈춘 상태다.

최근 3조7000억 원 규모의 상암 DMC랜드마크 사업은 폐지되기도 했다. 133층 빌딩을 짓겠다는 사업이었다. 고양 일산 한류우드 1구역 역시 사업해지 수순을 밟고 있다. 이외에도 천안시가 발주한 4조6000억 원 규모의 천안국제비즈니스 스파크개발사업도 청산 수순에 들어갔다.

코레일이 발주한 용산역세권개발사업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며 좌초위기까지 몰렸지만 코레일이 토지대금 이자면제와 대금 납부시점을 연기했고 동시에 설계사와 랜드마크 빌딩 시공사가 선정되면서 겨우 첫 삽을 떴다. 하지만 서부이촌동 주민의 보상 문제, 사업수익성 문제 등이 남아있어 제대로 사업이 진행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폭탄으로 돌아오고 있는 부채

결국 대형 사업을 발주했으나 사업성 저하로 사업이 중단돼, 애꿎은 비싼 이자만 물고 있는 꼴이다. 문제는 앞으로 이런 상황은 더욱 심화될 거라는 점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지난 8일 발표한 '유로존 재정위기와 국내 건설 산업에의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유로존 재정위기는 이미 위축된 금융기관을 비롯해 부동산 PF사업, 즉 대형 부동산 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거라고 예측했다.

보고서는 유로존 재정위기가 국내 금리, 환율, 주가 등에 직접적으로 심각한 변동을 가져와 이를 통해 건설경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유로존 재정위기는 금융시장의 리스크 민감도를 제고해, 금융위기 이후 이미 위축된 금융기관이 공급하는 자금 흐름을 추가적으로 제약하는 효과를 가진다고 평가했다.

한마디로 금융기관의 자금 공급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부동산 PF사업이 영향을 받을 거라는 이야기다. 결국 대형 사업 자금줄은 더욱 옥쇄여 지고 기 투자된 자금의 이자 비용은 계속 치러야 한다는 의미다. 지자체의 막무가내 식 대형 개발 사업과 수익만 보고 투자된 부동산 PF사업이 빚 폭탄으로 돌아오고 있는 셈이다.

- 한국경제, '빚'과 그림자
<1> 집 대출금 400조 시대, '퍼펙트 스톰'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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