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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가 30억 투자한 명품거리 '커넬워크'도 '황량한 사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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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김연아가 30억 투자한 명품거리 '커넬워크'도 '황량한 사막'

[송도, 무너진 '두바이' 신화ㆍ上] 흔들리는 '동북아 중심도시'

땅은 있으나 채울 돈이 부족하다. 인천 송도신도시의 현주소를 설명하는데 이보다 더 적합한 용어가 있을까. 도심 곳곳에 고층 빌딩이 하늘을 찌를 듯 치솟고 있지만, 아직 절반 가량은 빈 공터로만 남아 있다. 입주일자가 한달여 남은 신축 아파트에는 비상이 걸렸다. 외국 자본 유치, 국내 기업 유치 명분은 서해로 깊숙이 가라앉는 중이다.

▲공사가 진행 중인 국제비즈니스센터. 빌딩들이 완공된다 하더라도 이곳에 사람을 채워넣어야 한다. 송도는 미분양으로 신음하고 있다. ⓒ프레시안(이대희)

개발계획 차질 속출

정부가 DTI 규제를 대폭 해제하는 내용의 8.29 대책을 발표한 다음날 송도신도시를 찾았다. 먼저 들른 곳은 도시의 핵심 시설인 국제비즈니스센터. 국제비즈니스센터는 송도신도시의 가장 서쪽에 있는 지역으로 인천대교를 낀 3공구와 6공구, 8공구가 해당된다. 현재 빌딩 건설이 한창인 지역이다. 송도신도시의 상징으로 홍보된 151층 높이의 인천타워와 18홀 규격의 잭 니클라우스 골프장을 비롯해 해외 기업들이 줄줄이 들어설 것으로 예정돼 있다. 이들 지역의 물막이 공사는 지난 5월에 완공됐다.

황량한 '도시사막'이었다. 인천타워가 들어서리라는 자리에는 기초공사가 이어지고 있었고, 드문드문 보이는 건설 노동자들이 건물의 뼈대 사이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인천타워의 완공일은 2013년에서 2018년으로 미뤄졌으나 그마저도 확실치 않다. 과연 세워질 수 있느냐를 장담하기도 어렵다. 지반 매립이 완공됐다고 하지만 기반시설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빈터에는 아직 빠지지 않은 물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인천지하철 1호선의 마지막 노선인 국제업무지구역에는 역사를 지키는 직원 외에는 단 한 명의 사람도 볼 수 없었다.

인천타워의 완공을 장담키 어려워진 까닭은 컨소시엄(포트만홀딩스, 삼성물산, 현대건설, SYM)을 주도한 미국회사 포트만홀딩스가 사업비를 제대로 조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제위기가 닥치자 자기자본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부동산 개발회사가 사업자금을 제대로 끌어들이지 못한 것이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이 때문에 취임 전부터 "인천타워 사업 중단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하 자유구역청) 도시개발계획과 관계자는 "현재 효율적인 방안을 찾는 중"이라며 "내부 검토 중이라는 말만 드리겠다"라고 말했다.

인천타워는 출발부터 외국자본 특혜 논란을 낳았다. 추정 사업비 3조 원이 과다책정됐다는 이유다. 실제 유사한 규모의 두바이 부르즈칼리파타워의 사업비는 절반이 안 되는 1조4400억 원에 불과하다. 포트만컨소시엄에 지나치게 많은 돈을 지불했다는 주장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안 그래도 취약한 인천의 재정여건이 다시금 논란의 중심에 설 수 있다. 인천도시개발공사의 부채는 안상수 전 시장 취임 이듬해인 2003년 당시 1380억 원에 불과했으나 올해 말에는 6조6424억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인천시와 도개공의 부채를 합하면 10조 원에 가깝다. 도시개발은 고사하고 당장 시가 모라토리엄에 빠질지 여부를 염려해야 할 상황이다.

인천타워와 함께 송도신도시를 대표하는 빌딩으로 관심을 모은 동북아트레이드타워는 건물 외벽 유리를 붙이는 작업만 남겨놓고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지난 6월 개발사 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NSIC)가 시공사인 대우건설과 포스코건설에 1000억 원의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는 은행권 대출마저 끊긴 상황이라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다.

큰 관심을 모은 연세대 캠퍼스와 외국인학교 계획도 지지부진하다. 이미 올해 3월 부분개교했다던 연세대 캠퍼스는 텅 빈 상태였다. 캠퍼스로 연결되는 지하철 캠퍼스타운역에 내려서자마자 황량한 벌판이 놓여 있었다. 비가 오고 난 후 발을 디딜 곳도 마땅찮았고, 아직 인근 도로공사도 마무리되지 못했다. 캠퍼스 전체를 돌아보았으나 그 동안 만난 직원은 단 한 명이었다.

도시 완공은 가능한가

▲점심 식사를 마치고 연세대 송도캠퍼스를 지나가는 건설 노동자들. ⓒ프레시안(이대희)
외국인 자녀들을 위해 세워진다던 외국인 학교는 숱한 잡음을 남긴 끝에 9월 7일 개교를 겨우 확정했다. 정부는 내국인 학생이 입학하도록 지난해 시행령을 바꿔놓은 상태다. 자유구역청 관계자는 "내년부터 연차적으로 외국 대학이 들어온다"며 "속도가 늦어졌지만 진척은 잘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피겨선수 김연아가 30억 원을 투자해 관심을 모은 명품거리 커넬워크 상가 주변도 황량하긴 마찬가지였다. 포스코 더 샵 단지 인근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외국인도 없는 곳에 명품거리를 만든다고 누가 가겠느냐"며 "송 시장이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같은 현실 때문에 송도신도시는 물론, 인천경제자유구역 전체를 구조조정하려는 움직임마저 포착되고 있다. 이미 정부는 지난 5일 경제자유구역 재조정 대상 지역에 인천 청라지구와 영종하늘도시, 인천공항, 영종미개발지, 용유·무의복합도시 등 5곳을 무더기로 올려 놓았다. 이들 5곳의 면적 합계는 137.6㎢로, 지난 2003년 지정·고시된 전체 면적 209.5㎢의 66%에 이른다. 자유구역청은 곧바로 보도자료를 내 "우리도 일정한 문제 의식을 공유하고 있다"면서도 "(정부 조사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반영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지역의 반발이 만만치 않자 정부는 "지자체와 협의하겠다"며 한 발 물러서긴 했으나, 현행 계획 그대로 사업을 진행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승연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위원장)는 지난 13일 <중부일보>에 기고한 글에서 "(인천을 비롯한 전국의) 경제자유구역은 정치적으로 휘둘려 과다·과대 지정됐다"며 "지금이라도 객관적인 원칙에 입각한 철저한 평가를 통해 가능한 곳은 밀어주고, 그렇지 못한 곳은 구조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위기가 원인…아파트 매매가 1억 이상 빠져

'동북아 중심도시'라는 화려한 비전으로 출발한 송도신도시가 이처럼 표류하는 근본 원인은 경제위기다. 2008년 시작된 경제위기로 부동산 시장에 침체기를 걷자 금융-부동산-지자체-지역사회로 이어지는 자금의 선순환 구조가 깨져버렸다. 건설사가 금융기관에 돈을 조달하지 못하자 사업이 지지부진해졌고, 사업을 벌린 지자체는 이를 메우고자 더 많은 빚을 내야 했다. 사업의 신뢰도가 떨어지자 당장 시민의 유입이 떨어져 지자체의 재정상황은 더욱 악화됐고, 이는 전반적인 도시개발계획에 악영향을 미쳤다.

송도신도시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해돋이공원 인근 아파트촌에서 만난 시민들은 한결같이 지역의 불안한 미래를 염려하고 있었다. 특히 언론들이 한목소리로 송도신도시의 미래를 지적하고 나선데 대한 지역민들의 불만은 컸다.

I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기사를 좋게 써달라. 언론이 자꾸 나쁜 소리를 하면 송도가 진짜 어려워진다"고 강조했다. P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한 입주자는 취재를 요청하자 대뜸 "왜 나쁜 기사를 쓰려고 하느냐"고 성을 내면서도 "이번에 나라에서 대책(8.29대책)을 내놨으니 더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실제 한 중개업소에 들어서자 해돋이공원 인근 아파트를 내놓은 한 시민이 곧바로 상승 기대감에 매물을 걷어가는 광경이 목격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 대책이 효과를 발휘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근본적으로 경제위기 여파가 송도에 큰 그늘을 드리우고 있기 때문이다. 한 고가형 아파트단지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경제위기 이전 6억 원까지 가던 아파트 매맷가가 지금은 4억 원 중반대까지 떨어졌다"며 "아파트 값이 이러니 올해 분양시장도 안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해양부 아파트 실거래가 자료를 보면 해돋이공원 인근 아이파크송도의 85㎡(전용면적)는 경제위기 이전인 2008년 2월 5억9800만 원에 거래됐으나 올해 3월에는 4억4500만 원까지 떨어졌다. 그나마 3월이 마지막으로, 이 면적의 아파트는 이후 거래되지 않았다.

P중개업소 관계자는 "정부에서 예상보다 강한 대책을 내놓긴 했는데, 그렇다고 송도에 돈 투자할 사람이 있겠느냐"며 "규제 푼다고 송도는 안 살아난다. 대기업이 돈을 풀어야한다"고 강조했다.

▲분양이 완료된 송도신도시의 한 아파트 내부. 주중 오후라곤 하지만 인적이 극히 드물었다. ⓒ프레시안(이대희)

특히 최근 들어 지역 신축 아파트의 미분양은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부동산 중개업소와 인천시 자료 등을 종합하면 올해 올해 6월말 현재 인천지역의 미분양 아파트는 모두 4320채에 달하며, 이 중 71.7%인 3100채가 경제자유구역에 몰려 있다. 경제자유구역 미분양 물량 중에서도 절반에 가까운 1470채가 송도신도시에 집중돼 있다.

결정적인 타격이 올해 상반기 분양실패를 기록한 송도 글로벌 캠퍼스 푸르지오다. 총 1703가구 중 송도신도시 미분양의 대부분인 1439가구가 이 아파트 단지에서 나왔다. 센트럴파크 바로 인근에 자리한데다, GS, 포스코건설, 대우건설, 현대건설 등 고급 아파트 브랜드들이 줄줄이 들어설 예정지인 이곳에서 분양 실패 사례가 나오면서 송도 아파트 분양시장은 싸늘히 얼어붙었다. 경제위기 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 마지막 로또 당첨'이라며 경쟁률이 100대 1을 넘어가던 당시와 크게 대조적이다.

연말이 되면 이와 같은 분위기는 더욱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11월부터 내년 말까지 송도신도시에는 4752채의 입주가 예정돼 있다. 올해 상반기 입주물량을 크게 웃도는 규모다. 포스코건설의 센트럴파크 #1 729채의 입주가 11월에 시작되고, 내년 1월에는 월드마크주상복합과 현대힐스테이트 766세대 입주가 예정돼 있다. 공급폭탄이 떨어지는 셈이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4~5년 된 아파트는 그나마 입주율이 높지만 최근 분양되는 아파트 입주율은 저조하다"며 "연말부터 입주물량이 예정대로 쏟아지면 '좀비 아파트'가 속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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