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환경보건학회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사례 조사연구' 보고서를 통해 "분석 대상 피해자 95명 중 사망자는 31건(33%)이며, 어린이와 가임여성이 각각 65%와 26%로 거의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은 "이는 연령과 임신 여부 등 생물학적 특성이 가습기 살균제에 민감하게 영향받는 주요 요인임을 암시한다"고 덧붙였다.
조사된 보고서를 보면 가습기 살균제 피해는 0-3세 영유아(42건, 44%)와 20-39세 여성(27건, 28%)이 가장 많이 보고됐다. 이들의 건강피해 정도(건강피해 발생자 중 사망발생 비율) 역시 0-3세 영유아의 경우 42명의 피해자 중 20명이 사망(48%)했고, 20-29세 여성의 경우 8명의 피해자 중 4명이 사망(50%)하는 등 다른 그룹에 비해 매우 심각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더구나 20-39세 여성 피해자 8명 중 7명은 증상 발생 당시 임신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돼, 임부의 건강피해가 심각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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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가습기 살균제 건강피해 증상 발생에서 사망까지 걸린 시간은 모두 7개월 미만이었는데(31건), 이 중 25건(81%)이 최초 증상 발생에서 사망까지 3개월이 채 걸리지 않을 정도로 매우 급속히 진행됐다.
반면, 가습기 살균제 건강피해 분석대상자 95사례의 과거병력을 조사한 결과 폐질환, 천식 등의 선행 병력이 있는 경우는 1건에 불과하여 전반적으로 건강한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에서는 가습기 살균제 건강피해 증상이 처음 발생된 시점은 겨울철과 초봄(1~4월)이 대부분이었던 것도 조사됐다. 한국환경보건학회는 "건조한 대기와 가습기 사용의 증가가 건강피해 발생 빈도와 연관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중증 피해 사례의 경우 12월 3월 사이인 겨울철에 80% 이상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한국환경보건학회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에 대한 우리의 안전 불감증을 돌이켜볼 계기이자 우리나라 화학물질 관리 체계의 총체적인 부실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며 "가정에서 화학물질의 안전한 사용을 위한 관리 대책을 마련해야 할 중요한 시점이다"고 밝혔다.
한국환경보건학회는 2012년 2월부터 보고서 작성을 위해 연구팀을 구성하고 연구계획을 수립했다. 그동안 접수되었던 모든 피해자에게 조사연구 참여의사를 확인했고 이 중 76가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거주 환경을 직접 방문, 측정조사를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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