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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의 대통령' 사르코지 심판한 프랑스, 한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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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의 대통령' 사르코지 심판한 프랑스, 한국은?

[장행훈의 광야의 외침]사르코지 시대가 가고 올랑드 시대가 왔다

6일 실시된 프랑스 대통령 선거 2차 투표에서 사회당의 프랑수아 올랑드 후보가 51.7%를 얻어 48.7%를 득표한 우파 대중운동연합(UMP)의 현직 대통령 니콜라 사르코지를 누르고 제 5공화국 7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제5공화국 최초의 좌파 정권 교체에 성공한 미테랑 시대가 끝난 지 17년 만에 제2기 좌파정권 올랑드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6일 저녁 8시 올랑드가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최종 집계가 발표되자 파리 시민들은 올랑드의 당선과 사르코지의 패배를 축하하기 위해 프랑스 혁명의 상징인 바스티유 광장으로 모여들어 밤새 축제를 벌였다.
사르코지의 패배는 국민의 심판
올랑드의 당선은 사르코지 정권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며 사르코지를 거부한 국민투표의 성격을 띄고 있었다는 것이 프랑스는 몰론 해외 언론의 거의 공통된 평가다. 그만큼 사르코지는 국민의 신뢰를 잃고 있었다. 2주 전인 4월 22일 1차 투표에서 도전자 올랑드가 28.63%를 얻어 1위를 차지하고 사르코지는 27.18%를 얻어 2위로 밀려 났다. 현직 대통령이 1차 투표에서 도전자에게 1위를 넘겨 준 것은 프랑스 제5공화국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1차 투표는 2차 결선투표에 진출할 후보를 뽑는 예비 선거에 불과하지만 동시에 유권자들이 그들의 불만을 표출하는 기회로 이용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현직 대통령이 1차 투표에서 1위를 놓쳤다는 것은 유권자들이 그의 재선을 원치 않는다는 표시로 볼 수 있다. 유권자들이 사르코지의 패배를 예고했다 볼 수 있다. 그래서 사르코지는 1차 투표에서 1위를 얻으려고 안간힘을 다했으나 허사였다.

왜 사르코지는 국민들에게 그렇게 인기가 없었는가? 많은 사람이 묻는 질문이다. 낙선이 결정된 직후 사르코지 측근들은 언론이 그를 죽였다고 언론에 그 책임을 돌렸다. 집권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언론의 대통령에 대한 태도가 비우호적이었던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다. 그러나 언론이 편파적이어서 그랬다기보다는 사르코지에 대한 여론을 사실을 보도했을 뿐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한 평가일 것 같다.

왜 그런가? 사르코지는 언론을 잘 다루는 정치인으로 정평이 나있는 대통령이다. 프랑스의 거대 신문과 상업방송 사주들은 모두 그와 '의형지간' 사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사실이다. 그를 대통령으로 만든 것이 언론이라는 것도 비밀이 아니다. 그는 방송위원회가 선임하는 공영방송 프랑스 텔레비전 사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으로 법을 바꾼 사람이다. 그 때문에 프랑스 방송이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 따라서 프랑스 언론판도에 변화가 없는 한 언론이 그에게 갑자기 비우호적으로 바뀔 수는 없는 일이다. 따라서 그가 국민의 신뢰를 잃고 불신임을 당했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그의 책임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는 집권 초기부터 부자와 대기업의 이익을 우선하는 '부자 대통령'으로 악명이 높았다. 부자들의 세금을 크게 삭감해 주고 상속세를 대폭 인하했다. 그는 생활에 절도가 없다는 비판도 받았다. 대통령으로서 언행에 절도가 없다는 비판도 받았다. 이런 좋지 않은 평가가 싸여 '부자들의 대통령'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국민에게 사르코지 개인의 이미지가 좋지 않게 비쳤다. 이명박 대통령이 '고소영, 강부자 대통령'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중국 원후바오(文淮報) 파리특파원은 '중국 정부 지도부는 사르코지를 지지하지만 자신은 사르코지의 패배를 원했다'며 그 이유로 '그의 블링블링(흥청망청) 생활방식'을 들었다. 이것은 사르코지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증오'의 원인이 어디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생각된다.

사르코지가 2차 투표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1차 투표에서 드러난 부족한 표를 끌어와야했다. 2차 투표일까지 보름 사이에 1차 투표에서 탈락한 극우 민족전선(FN)후보 마린 르팬과 중도 민주운동(MoDem) 후보 베이루의 지지표를 2차 투표에서 자기 표로 끌어와야 했다. 그래서 그는 두 후보에게 편지를 보내 정책 연합을 시사하고 이들의 유권자들에게 추파를 던졌다. 그러나 두 후보는 2치 투표에서 사르코지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사르코지의 패배를 예고한 것이나 다름 없었다.

사르코지에 남은 마지막 카드는 3일로 예정된 올랑드와의 텔레비전 토론에서 그를 제압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토론 이후 여론 평가에서도 그는 올랑드에게 밀렸다. 이렇게 해서 선거는 사르코지의 패배로 막을 내린 것이다.

▲ 고개 숙인 니콜라 사르코지. ⓒ로이터/뉴시스

올랑드의 당선은 유럽 좌파에 희망
올랑드의 당선은 단순한 정권 교체의 의미를 넘는 하나의 역사적인 사건으로 볼 수 있다. 이미 1차 투표 결과로 올랑드의 승리가 예상됐을 때 더블린의 <아일리쉬 타임즈>는 올랑드의 승리는 곧 프랑스 사회주의 정치의 부활을 의미하는 사건일 뿐 아니라 유럽 정치에도 변화를 줄 수 있는 획기적인 사건이라며 그 의의를 높이 평가했다. 이 신문은 현재 유럽에서 좌파가 집권하고 있는 나라는 사민당이 집권하고 있는 덴마크 뿐 인데 올랑드의 당선은 유럽 좌파의 재기를 예고하는 전조일 수 있으며 특히 내년에 있을 독일 총선에서 메르켈 총리와 대결하게 될 사민당에 그럴 수도 있지 않겠느냐 전망을 제시했다.

이렇게 멀리 내다보지 않더라도 중기적으로 당장 유럽연합(EU)의 경제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지금까지 기관차 역할을 해온 독일-프랑스 축, 흔히 말하는 '메르코지' 축이 무너졌고 사르코지를 대체한 올랑드는 보수 재정정책을 반대하고 성장을 통한 경제 활성화를 주장하고 있다. 사르코지가 서명한 EU의 재정안전조약도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메르코지' 체제가 무너진 이후 새로운 EU 경제정책을 놓고 내부 논란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재정 안정을 달성하는 해법으로 지금까지 긴축정책에 컨센서스가 이루어졌다면 올랑드의 등장으로 긴축정책 보다는 성장 쪽을 우선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게 됐다. 특히 올랑드의 성장정책은 남부 유럽 국가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경제학 노벨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만 교수가 <뉴욕타임즈> 기고를 통해 올랑드의 주장을 적극 지지하고 나서 앞으로 올랑드의 목소리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크루그만은 올랑드의 정책이 금융위기로 고통 받고 있는 국민의 생활을 고려한 정책이며 이것이 사회정의에 더 부합한다면서 재정위기를 해결하는데도 훨씬 실효적이라는 분석을 전개하고 있다. 크루그만 교수는 프랑스와 그리스 국민은 지금 분노하고 항거하고 있으며 선거 결과는 이러한 분노의 표시라면서 당연한 결과라고 말하고 있다.

올랑드는 국내 문제에 있어서도 부자와 기업보다는 서민의 생활을 더 우선하는 정책, 사회정의를 중시하는 전통적인 좌파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프랑스 뿐 아니라 유럽 나아가서는 미국까지도 관심을 갖고 주시하고 있는 것이 올랑드의 부자세금과 금융규제 정책이다. 연 100만 유로 이상의 소득층에 75%의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공약했는데 과연 그 공약을 실천할 수 있을 것인지가 최대 관심사다. 올랑드는 스 톡옵션도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세금이 적은 영국이나 벨기에 스위스로 이주하는 프랑스 부자들이 늘고 있다는 보도다.

31년 전 미테랑의 좌파 정부가 들어서 부자세를 처음 도입했을 때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났었다. 그러나 좌파 정권이 물러난 다음 들어선 보수정권도 부자세를 폐지하지 못했다. 국민의 반발이 두려워서였다. 문제는 정책이 사회정의에 부합하느냐 않느냐, 그리고 다수 국민이 그것을 지지하느냐 않느냐 이다. 이것은 올랑드 정권이 앞으로 정책을 어떻게 실시하느냐 에 따라 국민의 반응도 달라질 것이기 때문에 미리 속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런 정책이 성공할 때 미칠 영향은 대단하리라고 본다.

올랑드는 공영방송의 사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은 언론의 독립원칙에 맞지 않기 때문에 제도를 바꾸겠다고 공약했다. 이민 문제에 관해서도 우파 유권자의 표를 의식해서 극우편향 정책을 채택한 사르코지의 정책을 대폭 완화할 것을 정책으로 제시했다. 올랑드의 프랑스는 223년 전 프랑스 혁명의 이상에 좀 접근하려고 노력하는 정권이 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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