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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대선은 '정권 심판'을 이룰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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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대선은 '정권 심판'을 이룰 수 있을까

[장행훈의 광야의 외침] 사회당 올랑드 후보, 사르코지 누르나

프랑스 대통령 선거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일요일인 4월 22일이다. 프랑스 언론은물론 세계 언론의 관심이 프랑스 대선에 쏠리고 있다.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은 선거이기 때문이다. 단순한 정권교체가 아니라 좌파 사회당 후보 프랑수아 올랑드(Francois Hollande)가 우파의 현직 대통령 니콜라 사르코지(Nicolas Sarkozy)를 누르고 좌우 정권 정권교체를 실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연일 보도되고 있다. 사회당의 올랑드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친(親)부자정권, 친 기업정권이 친 서민정권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재벌과 은행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것이며 유럽연합의 재정정책에도 긴축 일변도가 아니라 서민의 생활을 고려한 진보의 목소리가 반영될 것으로 많은 프랑스 국민이 기대하고 있다.

올랑드는 연간 100만 유로(15억 원)가 넘는 소득에 대해서는 75%의 세금을 매기겠다고 공약했다. 실현 여부를 떠나 세계적인 관심을 끄는 제안이다. 그는 지난 12일 공영방송 '프랑스2'에 출연해서 프랑스 전경련(Medef)은 정치권력이 돼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전경련 회장 로랑스 파리조(Laurence Parisot)여사가 "사르코지가 열의와 업적 양면에서 엄청난 일을 했다"고 사르코지를 추켜세운 발언을 들어 "전경련 회장의 역할을 벗어난 발언"이라고 비판하고 예정된 면담을 취소했다. 올랑드는 은행의 예금관리기능과 투자기능을 분리하고 정부의 은행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정책도 예고했다.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견제와 도전을 예고하는 올랑드의 대통령 당선이 예상되는 선거에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 대통령 선거는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의회 선거나 마찬가지로 두 번 투표한다. 1차 투표에서 50% 이상을 득표하는 후보가 있으면 그가 당선자가 된다. 투표는 한 번으로 끝난다. 그러나 정치적 주장이 다양한 프랑스 사회에서는 그런 상황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1차 투표 결과로 드러난 최고 득표자 2명을 놓고 2주일 후 2차 결선투표를 실시해서 당선자를 결정한다. 두 투표 사이의 기간에 탈락한 후보와 결선 후보 간에 정책 연대 협상이 가능하다. 그 결과 탈락된 후보가 1차 투표에서 자신에게 투표해준 지지자들에게 결선 투표에서 누구에게 투표하라고 '권고지침'을 내릴 수 있다. 그 '지침'이 투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유권자들도 1차 투표 결과에 대한 언론의 논평을 보면서 2차 투표에서 누구를 찍을 것인지 후보의 정책과 인물됨을 검증할 시간을 갖는다. 한번 투표로 국민의 대표를 뽑을 때 발생할 수 있는 판단 착오를 시정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진 제도다. 그래서 한국에서도 결선투표제의 도입을 주장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아무튼 1차 투표는 2차 결선에 진출할 두 후보를 뽑는 예선에 지나지 않는다. 이번 선거에는 열 명의 후보가 나왔다. 22일 투표가 끝나면 8명은 탈락한다. 재선을 노리는 사르코지 대통령과 사회당의 올랑드 두 사람만 남아 2차 투표에서 승패를 가르게 된다. 대충 윤곽이 결정된 시나리오다. 그런데 1차 투표부터 선거운동의 열기가 대단했다. 이유가 뭔가?

첫째는 선거운동에 이변이 일어진 것이다. 과거 같으면 1차 투표 선거운동은 우파 여당(UMP)과 좌파 사회당 후보가 분위기를 주도하고 군소 정당 후보는 각자의 정책을 알리는 무대로 삼는데 만족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연들이 주연보다 관객의 주의를 끄는 현상이 벌어졌다. 장마리 르펜의 딸로 극우 민족전선(FN)의 당수가 된 마린 르펜이 돌풍을 일으켜 예상 득표율 16%를 기록하는가 하면 친 공산계의 좌파전선(FG) 후보 장뤽 멜랑숑 역시 선풍을 일으켜 예상 득표율 14~16%로 후보 3위의 지위를 놓고 경쟁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특히 멜랑숑은 달변과 눈을 끄는 제스처로 군중을 사로잡아 이번 선거의 스타로 부상했다. 사르코지 현직 대통령의 1차 투표 예상득표율이 26~29%, 당선 가능성 1위의 올랑드의 예상득표율이 27~30%를 오르내리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마린 르펜과 멜랑숑의 성적은 전례가 드문 기록이다.

이들이 당선과는 관계가 없는 1차 투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대선 직후 6월 중순에 있을 총선에서 자기 당의 의석수를 늘려보려는 정치적 계산 때문이다. 종래 제3위의 지위를 유지하던 중도 우파(MoDem)의 프랑수와 베이루의 지지율은 10%선에 머물렀다. 베이루의 부진한 성적 역시 이번 선거의 이변이다
▲ ⓒ뉴시스
둘째 이유는 작년 10월 사회당 예선에서 후보로 선출된 이후 여론조사에서 사르코지에게 한 번도 뒤진 일이 없는 올랑드가 3월 말~ 4월 초 조사에서 처음으로 사르코지에게 1위의 자리를 빼앗긴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물론 모든 여론조사가 그렇게 나타나 것도 아니고 1, 2위 차이가 0.5%에서 1%에 불과했지만 그 후 1주일 간 사르코지의 지지도 상승이 계속되는 반면 올랑드는 선거운동에 열을 쏟지 않는 인상을 줬다. 다소 가라앉은 선거 캠프 분위기에 선거 캠프의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은 듯했다. 이러다간 사르코지가 올랑드의 승세를 뒤집는 반전 현상이 나타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이런 일들이 1차 투표에 과거와는 다른 관심을 일으키는 불을 지폈다고 볼 수 있다. 바로 이즈음 올랑드가 기권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기권 방지에 노력해야 한다는 경고 발언을 했다. 올랑드 본인도 달라진 선거 분위기에 위협을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해석을 낳는데 일조한 발언이었다.

그러나 프랑스는 지난 40년간 대선에서 기권율이, 1차 투표에서는 높아야 20%대 초반이며 2차 결선 투표 때는 기권율이 평균 20% 이하였다. 기권율 28.4%를 기록한 2002년 대선이 예외적인 해였다. 그 해 여론조사에서 시락을 누르고 당선될 전망이 보인다는 유망주 평가를 받은 조스팽 사회당 총리가 1차 투표에서 탈락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따라서 올랑드가 이번에도 기권이 많아 그런 악재가 재발하는 것을 예방하자는 뜻에서 그런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발언의 뜻이 과장돼 선거전의 흐름이 사르코지에게 유리하게 반전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게 되고 그래서 1차 투표가 갑자기 관심의 대상에 올랐던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8개 주요 여론조시관이 3월 말부터 4월 15일까지의 기간에 조사한 것을 보면
사르코지와 올랑드의 1차 투표 지지율에 큰 변화가 없고 2차 투표에서는 올랑드가 55% 내지 56%를 얻어 거의 10%의 차로 사르코지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르코지는 우파의 숨은 표가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정치분석 전문가들은 지금의 정치 세력 분포가 미테랑이 대통령이 된 1981년과 유사하다며 올랑드에게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1차 투표 결과를 놓고도 언론은 16% 득표가 예상되는 좌파전선의 멜랑쇼 지지표는 전부 올랑드 표로 옮겨가지만 극우(FN) 마린 르펜의 16%는 같은 우파인 사르코지 지지로 옮겨가지 않고 33%는 기권, 16%는 올랑드 표로 옮아가는 표 분산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10% 득표가 예상되는 베이루 지지표도 상당수가 올랑드 표로 이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프랑스 대선은 5월6일 결선에서 사회당의 올랑드를 새 대통령으로 선출할 것으로 보이며 그 결과는 프랑스는 물론 세계적으로 많은 변화를 몰고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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