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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상대로 거짓말, '글로벌 삼성'의 진면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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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상대로 거짓말, '글로벌 삼성'의 진면목"

국제산업보건위가 삼성 작업환경의 안전성 인정? 알고보니 '왜곡'

삼성이 사실 관계를 의도적으로 왜곡해 논란이 되고 있다. '삼성반도체 작업환경과 직업성 암 발병 연관성'을 두고 국제산업보건위원회에서 단순 발표(publish)한 내용을 위원회에서 인정(Verifies)했다고 표현해, 내용을 수정하는 곤욕을 겪었다.

삼성이 용역을 맡긴 미국의 안전보건 컨설팅 회사 인바이런(Environ)은 삼성 반도체 작업환경과 직업성 암 발병 연관성을 두고, '문제없다'는 조사결과를 지난달 21일 국제산업보건위원회(ICOH, International Commission on Occupational Health)에서 발표했다. 이 위원회는 산업보건분야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권위있는 국제학술단체로 매년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한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인바이런 측은 IOCH에서 별도 세션을 열고 삼성 반도체 공정 과정과 직업성 암 발병과는 연관성이 없다고 발표했다"며 "다수의 노동자와 유족, 그리고 산업보건단체와 전문가들부터 '삼성반도체 사업장에서 발암물질을 취급했고, 이로 인해 백혈병 등 다수 산업재해가 발생했다'는 문제제기를 받고 있는 삼성이 IOCH에 조사 의뢰한 내용이었다"고 밝혔다.

최 소장은 "발표 직후 삼성 측은 인터넷에 인바이런 발표사진을 올리며 <ICHO Verifies "Samsung's Safe Working Environment">라고 영문설명을 달았다"며 "영문설명을 직역하면 '국제산업보건위원회가 '삼성의 안전한 작업환경'이 사실임을 증명했다'는 것으로, 학술대회에서의 단순 발표내용을 마치 ICOH가 인정했다(verify)는 식으로 표현했다"고 밝혔다.

최 소장은 "이후 문제를 제기하니 삼성은 '인정했다(verify)'는 표현을 '발표했다(publish)'로 수정했다"며 "하지만 이번 발표는 말 그대로 발표이기에 'present'로 표기하는 게 맞다. 'publish'는 학회가 발간하는 학술지에 게재될 때 사용한다"고 지적했다.

▲ 인터넷에 올라있는 ICOH 학술대회장에서 인바이런의 발표사진과 영문 및 국문 설명. 3월 23일에는 verify로 돼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 인터넷에 올라있는 ICOH 학술대회장에서 인바이런의 발표사진과 영문 및 국문 설명. 4월 1일 이후 설명이 verify에서 publish로 바뀌어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첨예한 논란에도 '문제없다'는 주장만 일방적으로 발표

발표 내용도 논란의 여지가 있었다. 이번에 발표된 내용은 2011년 7월 발표된 내용과 동일히다. 당시 삼성전자가 인바이런(Environ)에 맡긴 삼성반도체 생산라인 근무환경 재조사 결과에는 "노출재구성 연구 결과에서 백혈병이나 림프종 등을 유발할 수 있는 어떠한 과학적 인과 관계도 나오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당시 인바이런 조사에는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구체적인 조사 데이터가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앞서 서울행정법원은 백혈병으로 사망한 삼성반도체 노동자 고(故) 황유미 씨와 이숙명 씨 등 2명에 대해 작업환경과 백혈병과의 연관성을 인정해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불승인을 취소하라고 선고한 바 있다.

10일에는 근로복지공단이 삼성전자에서 퇴사한 노동자의 혈소판감소증 및 재생불량성 빈혈을 산재로 승인했다. 법원 및 관련 당국은 반도체 공장 작업환경으로 인한 백혈병 발병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본 반면, 인바이런은 인과관계가 없다는 정반대의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ICOH에서도 첨예한 논란이 되고 있는 삼성 반도체 백혈병 연관성 발표를 '문제가 없다'는 쪽의 발표만 하도록 하는 게 부담스러웠다. IOCH에 참여한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장은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처음 계획했던 산업보건안전공단의 발표 내용은 빠지고 삼성의 용역을 받은 인바이런의 내용만 학회 발표에 들어가게 됐다"며 "결국 사회자도 빠지면서, 인바이런 자체 행사 식으로 발표가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백 원장은 "그렇다보니 '문제없다'는 주장만 일방적으로 전달됐다"며 "발표한 내용의 문제를 지적하려 했으나 충분한 기회도 주지 않았고, 나중에는 마이크까지 꺼버리기도 했다"고 밝혔다.

"국제사회를 상대로 왜곡, '글로벌 삼성'의 진면목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삼성은 국내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삼성전자 관계자 말을 인용하여 '산업보건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이번 국제학술대회를 통해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 근무환경이 이상이 없다는 인바이런사의 재조사 내용을 검증 받은 것'라며 인바이런의 조사내용을 국제학술대회에서 '검증받았다'라고 설명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여러 국내 언론들이 삼성의 보도자료를 그대로 인용하여 보도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삼성전자 관계자의 '검증' 운운 발언을 담은 보도자료 배포는 관련 사진의 내용을 설명하는 영문글이 '단순한 실수가 아닌 의도된 계산'임을 분명하게 보여준다"며 "100명이 넘는 자사의 식구들이 백혈병 등 치명적인 직업 관련 질병에 걸려 죽어가고 있는 사실을 외면한 채, 국제사회를 상대로 왜곡을 일삼는 것이 한국의 일등기업 '글로벌 삼성'의 진면목이다"고 비판했다.

백 원장은 "IOCH에는 집행부가 따로 있고, 학회의견을 결정하는 기구도 따로 있다"며 "학회의 한 세션에서 발표를 했다고 여기서 인정을 받았다고 말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왜곡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학술대회 내용 관련해서 3월 29일에 인터넷에 게재했으나 내부적으로 표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30분 만에 이를 교정했다"며 "이 과정에서 '인정했다(verify)'는 표현을 '발표했다(publish)'로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장은 "(삼성 측이 인터넷에 올렸다고 밝힌 시점보다 6일 앞선) 3월 23일, 인터넷에 게재됐고 그 내용이 '인정했다(verify)'인 것을 확인하고 캡쳐해 놓았다"며 "삼성에서는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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