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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공장 발암물질 정부 공인, '삼성 백혈병' 소송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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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공장 발암물질 정부 공인, '삼성 백혈병' 소송 영향은?

[분석] "직접 사용한 물질뿐 아니라 부산물로도 암 발병"

정부가 6일 삼성전자 등 반도체 공장에서 1급 발암물질이 검출됐다고 인정함에 따라, 현재 진행중인 반도체 노동자의 산재 승인 소송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관련 기사 : 정부 "삼성전자 등 반도체 공장서 1급 발암물질 발견" 첫 인정)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단체 '반올림'에서 활동하는 이종란 노무사는 "이제는 사업장에서 직접 사용한 화학물질뿐만 아니라, 화학적 부산물이라는 또다른 근거를 법원에 제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직접 사용물질뿐 아니라 부산물로도 암 발병"

지금까지 삼성전자 측은 발암물질을 직접 사용하지 않았고, 사용했더라도 노출량이 미미했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삼성은 지난해 7월 미국의 산업안전 컨설턴트 회사인 인바이런에 자체 작업환경 측정 연구를 의뢰한 결과 "반도체 공장 근무자의 발암물질 노출 정도와 백혈병 발병 사이에 상관이 없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보고서에 필요한 데이터는 공개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반도체 노동자와 유가족 등이 '산재를 인정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6월 "명백하게 백혈병 유발 요인을 입증하지 못하더라도 유해한 화학물질에 복합적이고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백혈병에 걸릴 수 있다"며 고(故) 황유미(23)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 등 원고 2명의 손을 들어줬다.

▲ 고(故) 황유미 씨와 부친 황상기 씨. ⓒ반올림

이에 대해 이종란 노무사는 "지금까지는 사업장에서 직접 사용했던 물질중에서 벤젠 등 발암물질이 있었다"며 "1심에서는 벤젠과 전리방사선 등에 장시간 복합적으로 노출되면 노출량이 허용 기준 미만이어도 산재가 인정됐다"고 밝혔다.

이 노무사는 "그런데 이제는 노출이 허용 기준 미만이어도 부산물에 의한 영향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더 유리한 근거를 제시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지금까지는 사측이 직접 사용했던 화학물질에 의한 노출에 대해 공방이 오고갔다면, 이제는 부산물에 의한 영향까지 더해진다는 것이다.

"추가 부산물 있을 수 있다"

윤충식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이번 보고서는 몇 가지 부산물만 연구했지만, 보고서가 연구하지 않은 부산물이 추가로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일례로 반도체 공장에서 플라즈마 이온이 많이 쓰이는데, 화학물질이 플라즈마 이온에 맞으면 조각조각 깨지면서 전혀 예측할 수 없는 화학적 부산물이 나온다"며 "이 때문에 작업자들은 알 수 없는 화학적 부산물에 노출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이번 연구 결과, 반도체 공장 이온주입 공정에서 폐암 유발인자로 알려진 비소가 노출 기준을 초과해 검출됐다. 반도체 공정에서 비소 자체가 쓰이는 게 아니라, 비소가 들어간 화학물이 이온소스에 의해 분해되어 그 부산물로 비소가 생긴 것이다. 화학작용에 의해 수천가지 유해한 물질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더 위험한 환경에 노출됐을 것"

다만 윤 교수는 "보고서는 일상적인 작업 환경에서 발암물질을 측정한 게 아니라, 실험실에서 실험한 결과를 토대로 작성됐다"며 "삼성전자 등이 공개한 작업 환경에 가서 한 번 측정해 본 것이기 때문에 정확히 측정했다고 볼 수는 없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번 보고서로 과거 노출량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 수는 없는 셈이다.

그러나 산업의학 전문의 공유정옥 씨는 "이번 조사에서 1990~2000년대 초반 노후한 환경에서 일했던 피해자들의 작업 환경은 이미 사라지고 없어서 측정하지 못했다"면서도 "삼성 측의 주장처럼 그동안 반도체 공장의 작업 환경이 끊임없이 개선됐다면, 이번 보고서는 예전에는 노동자들이 더 위험한 환경에 노출됐다는 또 다른 증거"라고 말했다.

삼성·하이닉스 "노출 수준 미미…안전관리할 것"

한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은 연구 결과가 발표되자 대책 마련에 나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에 삼성전자에서 측정된 부산물의 양이 벤젠이든 포름알데히드든, 모두 노동부에서 지정한 노출 기준보다 현저히 낮기 때문에 인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면서도 "앞으로 종업원 건강과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철저하게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현재 진행중인 산재 소송과 관련해서는 제3자 입장이라 언급하기가 곤란하다"면서 "근로복지공단에 문의하라"며 선을 그었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하이닉스는 반도체 회사 중에서 유일하게 노동조합이 있는 곳"이라며 "지금도 노조와 작업 환경 예방 활동을 하지만, 극미량의 발암물질이 검출됐다고 하니 앞으로는 더욱 철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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