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각) 두 사람 사이의 여섯 번째 정상회담을 통해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6자 회담의 조속한 재개 △9.19 6개국 공동성명의 조속한 이행 △한국의 미국 비자면제 프로그램 가입 추진 △한미FTA 협상 가속화로 성공적인 타결 협력 등에 대해 합의했다.
한미 양국 정상은 지금까지 대북정책에 있어서는 '확실한 견해차이'를 노출하기도 했지만 이날 회담에서는 쟁점이 될 만한 사항들은 실무선으로 돌리고 원론적 합의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 통해 양국 정상은 6자회담 재개와 9.19 공동성명의 이행을 위한 '공동의 포괄적 접근 방안'을 만든다는 데에 합의했다.
'포괄적 접근 방안'의 구체적 내용은 전해지지 않았지만 회담 직후 송민순 안보실장은 "한미 양국 고위 실무선에서 공동의 포괄적 접근 방안을 다른 (6자회담) 참가국들과 추가적으로 협의해서 만들도록 했고, 후속 협의가 빠르면 다음 주 중에 개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통권 전환 시기에 이견 있지만 합의 가능"
양국 정상의 회동은 약 50분 간의 정상 회담과 1시간 가량의 오찬으로 나뉘어 진행됐고 두 정상은 오찬 직전 공동 언론회동을 가졌다.
이날 회담 직후의 언론회동에서 부시 미 대통령은 "북한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6자 회담에 대한 책임을 재확인했다"며 "한미 관계는 강력한 관계라는 점을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부시 미 대통령은 "(한미) 양국은 안보와 평화를 위해 서로 책임을 지고 있다"며 "한국 정부와 국민, 노무현 대통령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군사 지원을 해 준 것에 대해 감사한다"고 말했다.
또한 부시 미 대통령은 "양국 간의 경제에 대한 문제도 논의했다."며 "FTA의 중요성, 이것이 한국 국민과 미국 국민에게 주는 혜택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고 전했다.
"9.11 참사 5주기를 맞아 희생당하신 분들 그리고 미국 국민들에게 우리 국민들의 따뜻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말문을 연 노무현 대통령은 "오늘 정상회담에 관해 사전에 의제를 긴밀히 조율했고, 조율된 내용에 따라서 우리가 충분히 대화를 나누었고 그 결과에 대해서는 나는 매우 만족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조금 구체적으로 말씀드린다면, 한국군의 작전통제권 전환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한국에 대한 방위 공약은 확고하다는 점을 부시 대통령께서는 다시 한 번 확인하셨다"며 "전환 시기에 관해서 이견이 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고 단지 실무적인 문제이므로 합리적인 조율을 통해서 적절하게 합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미 양국은 오는 10월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작통권 환수시기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부시 "북한의 6자회담 거부는 나머지 5개국 동맹 강화할 것"
양국 정상의 간략한 브리핑 직후 부시 미 대통령은 "질문을 두 개만 받겠다"고 말했다. '포괄적 접근 방안'과 작통권 문제에 대한 첫 질문은 두 정상이 나눠서 답했다.
먼저 부시 미 대통령은 작통권 문제와 관련해 "내가 한국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미국은 한반도의 안보에 여전히 책임을 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미국의 병력 주둔 규모와 이동시기는 한국정부와 협의해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미 대통령은 "한미는 지속적 협의를 통해 (작통권 환수의) 적절한 날짜를 결정짓도록 하겠다"며 "노무현 대통령과 일치된 견해를 갖고 있고 이 문제가 정치적 문제가 돼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6자 회담 재개방안(포괄적 접근방안)은 실무적으로 협의중이지만 아직 완결되지 않았다"며 "매우 복잡해서 한마디로 답변할 수 없다"고 피해나갔다.
노 대통령은 "미국 입장에서는 북핵뿐 아니라 이란, 레바논, 이라크 문제 등 전세계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문제가 있는데 그 가운데 북핵 문제를 협의하고 6자회담 해결에 미국 정부가 노력을 기울인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고 한국을 위해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6자 회담 재개를 위해 북에 줄 수 있는 인센티브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부시 미 대통령은 "김정일(위원장)이 이해해야 되는 것은 자국의 국민의 평화를 위해서 6자회담에 돌아와야 된다는 것"이라며 "한반도의 안전은 북한 주민들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것이고, 북한 주민들이 실제로 식탁에 음식을 놓을 수 있는 상황이 되기 위해서도 안전이 중요하다"고 다소 동떨어진 답을 내놓았다.
부시 미 대통령은 "사실 북한의 6자회담의 재개 거부는 나머지 5개국의 평화적 동맹을 조금 더 강력하게 했다고 말씀드릴 수가 있다"며 "검증가능한 평화적 방법으로 핵무기를 제거하는 것이 가장 좋은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메시지는 한국 정부와도 함께 나누었고 북한에다 계속 전달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노 대통령 "사실상 북한 제재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어"
"6자회담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재확인했지만 미국은 대북제재를 구체화하고 있는 상황이다"는 지적에는 노 대통령이 답했다.
노 대통령은 "6자회담을 재개할 수 있는 방안을 주로 논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6자회담이 실패했을 경우 있을 수 있는 제재문제를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한국으로선 미래의 남북관계를 위해 제재라는 용어를 쓰기를 매우 꺼리고 있지만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이후 북한에 제공하기로 했던 쌀과 비료를 제공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사실상 제재와 다를 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유엔안보리 결의에 따라 각국이 취할 제재는 또 취하게 되는 것이고, 북핵문제와는 별개로 미국의 국내법에 의해 진행되는 상황은 또 그것대로 지금 현재 진행되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새삼스럽게 또 다른 어떤 제재를 얘기할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회담에는 제이 레프코위츠 대북 인권특사가 예정에 없이 배석해 눈길을 끌었다. 레프코위츠 특사가 모습을 드러내자 미국 측이 북한 인권 문제를 꺼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날 회담에서는 6자회담 재개를 위한 '공동의 포괄적 접근 방안'이라는 추상적 합의사항이 나오는 데에 그쳤지만 당장 다음 주 양국 6자회담 수석대표가 이를 위해 회동할 예정이라 관심이 더 쏠리고 있다.
또한 부시 미 대통령이 작통권 환수에 관해 "노무현 대통령과 뜻을 같이 한다"며 "정치적 문제가 되어선 안 된다"고 손을 들어줌에 따라 이 문제를 두고 기세를 올리던 한국내 보수 진영과 한나라당은 머쓱하게 됐다.
그간 이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던 일부 보수 신문들도 당장 15일 조간에서부터 작통권 환수를 기정사실화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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