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사내 전산망에 노동조합 설립을 호소하는 글을 게시했다 해고된 박종태 씨가 다시 농성을 시작했다. 그는 지난 18일부터 수원 삼성전자 중앙문 앞에서 텐트를 설치하고 복직을 촉구하며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박종태 씨는 삼성에 노조가 없던 시절 '한가족협의회'라는 노사협의회에 몸을 담았다. 노사협의회 활동 때문에 삼성에게 박종태 씨는 눈엣가시였다. 직장 동료들은 회사 눈치에 그를 가까이하지 않으려 했고, 회사에서 공공연한 '왕따'로 찍혔다. 급기야 지난해 11월, 해고 통지까지 받았다.
▲ 삼성 중앙문 앞에 설치된 천막과 피켓. 지나가는 사람들이 이를 쳐다보고 있다. ⓒ프레시안김다솜) |
"복직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삼성의 부조리를 세상에 알리고 싶은 게 더 크죠."
파란 조끼를 입은 박종태 씨는 농성을 다시 시작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해 12월부터 7월 15일까지 1인 시위를 해왔다. 공교롭게도 그가 농성을 다시 시작한 18일은 무노조 삼성에 최초로 민주노조가 출범한 날이기도 하다.
박종태 씨는 삼성 노조가 생기기 전부터 지속적으로 노조 사람들과 접촉을 해 왔다. 농성을 노조 출범에 맞춰 진행한 것도 노조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부분이 크다. 박 씨는 "천막 농성은 나의 부당 해고를 알리는 것뿐만 아니라 삼성 노조의 첫 탄생에 대한 밑거름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씨는 "삼성 노조가 출범되자마자 조장희 부위원장을 해고하고, 김영태 회계감사를 상대로 트집잡기식 감사를 하는 등 삼성은 초일류 기업답지 않은 행동을 하고 있다"며 "회사의 압박 속에 삼성 노조가 힘들겠지만, 초심으로 버티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 씨도 오랜 농성 생활로 생활이 피폐해졌다. 지난 19일 실업 급여 수당 마지막 신청을 마치고 꽉 붙잡고 있던 생계유지의 끈마저 놓게 될 위기에 처했다. 그의 실업 급여 수당은 하루 최대 4만 원, 한 달 약 115만 원이다.
허리 디스크를 앓는 아내와 초등학교, 고등학교에 다니는 두 딸의 교육비와 생활비를 감당하기엔 버거운 실정이다. 연봉 4500만 원을 받던 '삼성맨'은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는 얼마 전부터 수세미를 팔기 시작했다. 돈 벌이는 얼마 안 되지만 사람들의 마음 씀씀이가 감사하다. 박 씨는 "수세미 세 개만 산다고 해놓고 10만 원을 송금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300개 주문하면 60만 원인데 일부러 90만 원을 보내주는 사람도 있다"며 "이런 분들 때문에 힘들어도 버틴다"고 말했다.
박종태 씨는 "삼성은 지능적으로 경제적인 부분에서 직원들을 다룬다"며 "나는 이곳에서 평화적 시위를 계속하면서 삼성노조를 알리고 사원들에게 옳은 일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박종태 씨와 함께 농성을 진행한 아주대학교 사회학과 1학년 서석빈 씨는 "부당하게 해고당한 박종태 씨가 회사로 돌아가길 바란다"며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말한 게 문제가 돼 해고까지 된다면 어느 누가 조직에 건전한 비판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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