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리가 사내 전산망에 노조 설립에 관한 글을 올린 것은 지난달 3일이다. 이 글은 약 15분 만에 삭제됐지만, 동료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박 대리를 격려하는 문자 메시지와 메일이 쏟아졌다. 삼성전자 안에서도 노동조합을 지지하는 여론이 꽤 있다는 뜻이다. 복수노조 허용을 앞두고 삼성 경영진이 무노조 교육을 강화하고 있지만 별 효과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발생한 백혈병 의혹,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으로 알려진 천문학적인 비자금 등에 대한 삼성 안팎의 분노가 이런 여론과 맞물릴 경우 상당한 힘을 가질 수 있다. 회삿돈이 기업을 위한 투자에 쓰이지 않고 이건희 회장 일가를 위해 불법적으로 빼돌려져 왔다는 사실은, 삼성 직원들로서도 분노할만한 대목이다. 직원들이 고생한 대가가 엉뚱하게 낭비돼 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또 반도체 공장에 노조가 결성돼 있었다면, 안전수칙을 무시한 작업 지시는 내려지기가 힘들었을 게다.
▲ 과거 박종태 대리가 직무대기 처분을 받았을 당시, 그는 하루종일 혼자서 텅 빈 책상을 지키고 있어야 했다. |
삼성전자에는 노동조합이 없는 대신, '한가족협의회'라는 노사협의회가 있다. 그리고 박 대리는 2007년 '한가족협의회' 위원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하지만 '한가족 협의회' 활동을 너무 열심히 하다가 회사의 눈밖에 났다. 인사 상 불이익을 겪었고,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 끝에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다. '한가족협의회'로 노동조합을 대체할 수 없다는 깨달음은 그 결과였다.
박 대리는 해고 확정 통보를 받은 직후 "23년 동안 몸과 마음을 바친 결과가 해고 통보라니"라며 괴로워했다. 이어 그는 이번 해고 조치를 무효화하고 삼성 노동자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해 싸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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