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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태 대리 해고, 정말 '삼성 노조' 추진과 무관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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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태 대리 해고, 정말 '삼성 노조' 추진과 무관한가?

[분석] 박종태 씨 해고 둘러싼 3대 쟁점 짚어보니…

삼성전자에 노동조합을 만들자고 주장했다가 지난달 해고된 박종태 씨와 삼성전자 간의 공방이 치열하다.

박 씨는 그동안 "왕따 근무, 강제 출장 명령, 강제 전환 배치 등으로 회사에서 불이익을 받았으며, 노조를 만들자는 글을 사내 전산망에 올린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결국 해고됐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삼성전자 측은 "왕따 근무는 없었다"며 "박 씨의 해고는 업무지시 불이행 때문이지 노조 결성 등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현재 박 씨는 삼성전자를 상대로 수원지방법원에 해고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그리고 매일 하루에 두 차례씩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앞에서 일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박 씨의 해고를 둘러싼 쟁점을 짚어봤다.

쟁점 1. 박 씨에게 내려진 해외 출장 명령, 과연 정당했나?

박 씨는 2008년 삼성전자의 노사협의회인 한가족협의회 위원으로 당선돼 여사원 유산 등의 문제를 제기하며 활발히 활동했다. 그러다 "회사에 눈밖에 난 나머지" 2009년 8월과 2010년 7월에 각각 브라질과 러시아 출장 발령을 받았다는 것이다. 박 씨는 "다른 사람이 가기로 결재까지 낸 상황에서 갑자기 나더러 가라고 했다"며 "출장은 나와 동료들을 떼어놓기 위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여름 극심한 스트레스와 우울증 등으로 입원한 상태였고, 이러한 이유로 러시아 출장에 갈 수 없다는 진단서를 삼성전자 측에 제출했다.

삼성전자 측은 "출장을 갈 수 없는 상태인지 판단할 정확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3차 의료기관 진단서를 떼어 오라고 했으나 박 씨가 제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 씨는 "당시 정신병원에 2주일 동안 입원해 가족면회도 통제됐으며 임의로 이동할 수도 없었다"며 "인사담당자와 면담했을 때 대학병원 진단서라면 괜찮다는 허락을 받아서 가톨릭 대학교 성빈센트 병원의 진단서를 제출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다른 동료들은 집안 사정이 있거나 아프다고 말만 해도 출장을 안 가는데 왜 저에게만 진단서를 요청하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박 씨와 당시 회사 간에 커뮤니케이션에 오류가 있을 수는 있다"면서도 "2차 의료기관 진단서만 가지고는 특정 업무를 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씨는 "2009년 브라질 출장 발령 당시에는 3차 의료기관인 삼성 강북병원(수원시 영통구 소재)이 발급한 종합검진 소견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회사 담당자는 이 소견서가 일반적인 검사일 뿐이라고 일축했다"며 "회사가 말하는 3차 의료기관이 도대체 어디를 가리키는 것이냐"라고 억울해 했다.

▲ 박 씨가 상벌위원회에 불려갔을 때 증거로 제출한 약봉지(위), 하루에 먹는 정신과·정형외과·신경외과·내과 약(아래) ⓒ박종태
쟁점 2. '왕따 근무'는 없었다?

박 씨는 "출장을 거부한 이후로 '직무 대기'를 빙자한 '왕따 근무'를 당해야만 했다"고 주장했다. 회사가 하루 종일 빈 책상을 지키도록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박 씨의 출장 거부로) 출장을 가지 않는 부서를 찾아주기 위해 시간이 걸렸을 뿐 왕따 근무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씨는 "직무 대기가 끝났으면 컴퓨터를 지급하고 정상적으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줬어야 한다"고 말했다. 직무 대기가 끝난 뒤에도 사실상 '왕따'가 이뤄졌다는 주장이다. 박 씨는 "하루 종일 컴퓨터도 없는 빈 책상에서 자리를 지켜야 했다. 동료들과의 접촉도 차단하고 화장실을 갈 때마다 보고하게끔 하는 게 왕따가 아니면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박 씨는 지난해 7월부터 9월까지 '직무 대기'한 끝에 같은 해 10월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 제품기술그룹에서 제조그룹으로 자리를 옮겼다. 박 씨는 "당시 인사담당자는 나를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안으로 보내준다고 했지만 말을 바꿨다"며 "나는 건강상의 이유로 제조그룹 업무만큼은 맡을 수 없는 처지였다. 그래서 강력하게 반발했지만 무시됐다"고 말했다.

▲ 박종태 씨는 삼성전자에서 사실상 '왕따'를 당했다고 주장한다. 사진은 박 씨가 빈 책상 앞에서 하루 종일 지내는 모습. ⓒ프레시안

쟁점 3. 해고 조치, 노조 결성 시도 때문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삼성전자 측은 (제조그룹으로 인사 이동한 이후로) "박 씨가 누적적으로 업무 지시를 이행하지 않아 해고된 것"이라며 "그의 해고는 노조 결성 시도 등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출장 거부가 해고의 가장 큰 이유였다"면서도 "그 외에도 박 씨는 부서장이 같이 일하기 힘들어할 정도로 평소에 업무 지시를 잘 안 따라줬다"고 말했다. 노조 때문이 아니라 박 씨의 개인적인 결함 때문에 해고됐다는 설명이다.

▲ 삼성전자 공장 앞에서 일인 시위를 하고 있는 박종태 씨. ⓒ프레시안
하지만 박 씨는 "회사는 환자인 나를 제조그룹으로 강제로 발령해 무거운 것을 드는 작업 등 일부러 무리한 일을 시켰다"며 "부서장에게 목 디스크 때문에 아파서 무리한 업무는 할 수 없다고 했고, 당시 부서장도 이를 인정했다"고 해명했다.

해고가 노조 결성과는 상관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회사(삼성전자)가 너를 안 좋게 보고 있다", "너 같은 협의위원(삼성전자의 노사협의회인 한가족협의회 위원)은 처음 본다", "노조 만들 거냐, 사원들이 박 씨한테 노조 만들라고 할 텐데 그래도 안 할 거냐"라는 말을 재차 들어왔다고 증언했다.

박 씨는 "(노조 만들자는 글 때문에 해고한 게 아니라면) 사내 전산망에 올렸던 노조를 만들자는 글이 15분 만에 삭제된 것, 그리고 글을 올린 지 19일만에 징계위 참석 통보를 받은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박 씨가 올린 글에는 부서장이 모욕을 느낄만한 내용이 들어있었다"며 "(박 씨의 글 삭제는) 타인을 비방하는 내용이 들어 있을 경우에는 삭제할 수 있다는 사내 게시글 기준에 따른 것"이라고 답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예를 들어 '박 씨가 아픈데도 부서장이 그를 강제로 출장 보내려 했다'는 내용이 그렇다"며 "박 씨를 아는 주변 사람들은 그 글을 보고 부서장을 어떻게 생각했겠는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 씨는 "당시 노조를 만들자며 썼던 글에 개인을 모욕하는 내용은 결코 담겨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 지난해 11월 3일 박종태 씨가 사내 전산망에 게시했다가 약 15분만에 삭제된 글:
"왜 삼성에선 출장 사망도, 여사원 과로 유산도 본인 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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