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여진, 문정현 신부 등 1000여 명의 각계 인사 및 노동자들은 '정리해고 없는 세상,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희망의 버스'의 일환으로 전국 각지에서 김진숙 위원이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부산으로 1박2일 일정으로 이날 오후께 출발했다.
하지만 한진중공업 조선소로 가는 길은 순탄치 않았다. 회사 측은 10일부터 8일간 영도조선소 출입문의 보강공사를 진행한다는 명분으로 조선소 동문과 서문 등을 컨테이너로 봉쇄해 출입을 통제했다. 회사 측은 보안 강화라는 명분으로 용역 직원 600여 명을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참가단 중 상당수는 조선소 담벼락에 사다리 10여 개를 댄 뒤 공장 안으로 넘어 들어갔고 이후 이들은 정문을 지키고 있던 용역 직원들과 물리적 충돌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10여 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 한진중공업 조선소까지 거리 행진을 하고 있는 사회 각계각층 인사들. ⓒ참세상 |
"열사 이름 부르며 우는 사람들의 한을 풀어 달라"
타워크레인에서 이 모습을 지켜봤던 김진숙 지도위원은 지상과 연결된 스피커를 통해 "내가 오작교가 되어 조합원과 여러분을 만나게 한 거 같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김 지도위원은 "지난 6개월 동안 이곳에서 조합원들이 용역 직원들에게 많이 맞고 짓밟히는 걸 고스란히 지켜봐야만 했다"며 "지난 6개월은 불면의 밤이었다"고 회상했다. 김 지도위원은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던 조합원들은 평생직장이라 생각하던 곳에서 쫓겨났다"며 "밤에는 절망으로 쓰러지고 낮엔 희망을 찾아 돌아다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 지도위원은 "박창수, 김주익, 곽재규 열사가 목숨을 던져 지켜낸 사람들이 바로 지금 이들"이라며 "저들은(조합원) 나를 버려도 나는 저들을 버릴 수 없다"고 자신이 크레인에 오른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김 지도위원은 "조합원들의 삶을 지켜주고 싶다"며 "저녁이 되면 땀 냄새를 풍기며 가족들과 밥을 먹는 소박한 일상을 보호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 지도위원은 "세 분의 열사 이름을 부르며 우는 저 못난 사람들의 한을 풀어줘야 하지 않겠나"라며 "8년을 냉방에서 산 나의 죄책감도 풀어줘야 하지 않겠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김 지도위원은 "85호 크레인에서 나를 떠올린다면 이젠 조합원들을 떠올려 달라"며 "언론, 정치가가 버린 저 사람들을 함께 지켜 달라"고 당부했다.
김 지도위원은 "오늘로 157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지만 이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1570일을 버텨서라도 이기겠다"며 "처음 마음 그대로 꿋꿋이 웃으면서 끝가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 이날 타워크레인 아래를 가득 채운 사회 각계인사 및 노동자들을 환영하고 있는 김진숙 씨. ⓒ참세상 |
"자유롭게 내려올 수 있도록 끝까지 싸우자"
이날 85호 타워크레인 주위를 가득 메운 각계 인사들은 연신 '김진숙'을 외치며 장기간 농성을 벌이고 있는 그를 응원했다. 문정현 신부는 "김진숙의 싸움은 비정규직 노동자 싸움의 최전선에서 벌어지는 싸움"이라며 "그의 승리에 따라 노동자의 해방이 있느냐 없느냐가 결정된다"고 말했다.
문 신부는 "지금의 한국은 대통령도 장관도 모두 재벌에게 줄을 서 있는 상황"이라며 "자본에 꼼짝하지 못하는 대통령은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문 신부는 "김진숙 씨의 싸움은 노동 해방과 동시에 경제의 민주화를 이룰 수 있는 싸움"이라며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이 우리에게 대단히 중요한 시간"이라고 평가했다.
문 신부는 이에 "지금 싸움은 물러설 수 없다"며 "김진숙 씨가 자유로이 내려올 수 있을 때까지 싸우자"고 독려했다.
채길용 전국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장은 "우리는 그간 외롭게 투쟁을 해왔다"며 "하지만 끝까지 싸워서 이 싸움을 승리로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채 지회장은 "우리에게 남아 있는 세 분 열사의 정신을 저버릴 수는 없다"며 "비록 우리의 숫자는 작지만 끝까지 싸우겠다. 함께 연대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진중공업 노사는 구조조정안을 두고 2009년 12월부터 마찰을 빚고 있다. 아래는 그간 일지.
ⓒ한진중공업지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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