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정리해고 문제로 총파업까지 돌입했던 한진중공업 노사가 다시 구조조정의 격랑 속으로 빠져들었다.
한진중공업 측은 지난달 15일 조선부문 생산직 노동자 400명에 대해 12월 중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남은 인원에 대해서는 정리해고 하겠다고 노조 측에 통보했다. 사측은 지난해 연말에도 경영실적을 이유로 구조조정을 단행해 417명이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났고 올해 초에도 설계부문을 외주화하면서 200여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이번 구조조정 규모는 1200여 명으로 추산되는 조선부문 노동자 중 30%에 해당한다.
한진중공업이 끈질지게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경영 악화다. 필리핀에 세운 수빅조선소가 상반기에만 21척의 선박을, 지난 11월 8척의 컨테이너선을 수주하는 등 호황을 누리는 반면 영도조선소의 수주 실적은 2년간 '제로'다.
하지만 노동조합 측은 사측이 사실상 영도 조선소를 포기하려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진 노사는 지난 2월 총파업 하루 만에 정리해고를 중단하고 수주 경쟁력을 확보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사측은 인력 30% 및 임금 20% 삭감, 40시간의 잔업수당 삭제 등을 주장하며 노조 측과 마찰을 빚어왔다.
그 과정에서 구조조정 절차가 중단됐다고 보기도 힘들다. 사측은 정리해고를 중단하겠다고 밝힌 직후에도 예고했던 설계부분 외주화를 진행했고, 200여 명이 근무하던 울산 공장도 폐쇄했다. 휴업 통보를 받은 노동자도 200여 명이 넘는다. 구조조정의 압박 속에서 지난 9월에는 한진중공업에서 29년간 일해왔던 박범수(54) 조합원이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일도 벌어졌다. 결국 한진중공업이 '영도조선소 폐쇄'라는 수순에서 최대의 걸림돌인 노조를 흔들기 위해 정리해고를 들고 나왔다는 것이 노조 측의 주장이다.
노조는 20일 부산 영도조선소 앞에서 무기한 총파업을 선언하고 사측에 구조조정 계획 철회를 요청했다. 이들은 "(사측이 주장하는)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라는 해고사유는 경영자가 수주를 한 건도 하지 못한 탓이지 노동자들이 잘못해서 나온 결과가 아니다"라며 "'2년간 수주 0건'의 책임자인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의 아들) 조원국 상무를 먼저 해고하고 급하다면 수빅조선소로 간 8척의 컨테이너 물량을 영도조선소로 돌려서 일감부터 확보하라"고 밝혔다.
부산 내 매출 1위 기업으로 부산 경제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한진중공업의 구조조정으로 지역 경제에 대한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부산지역 야당 인사들과 시민단체,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등이 20일 총파업 출정식에서 부산시가 한진중공업 사태를 원만하게 해결할 것을 촉구한 이유다. 또한 조선업의 특성상 정규직 노동자의 2~3배에 이르는 하청업체 노동자에게도 한진중공업의 구조조정이 끼칠 영향이 지대하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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