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은 1일 숙명여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진행 중인 촛불 집회를 오는 10일까지 매일 광화문 일대에서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7일에는 대학생, 시민사회단체, 국회의원 등이 참석하는 비상대책위원회를 열고 '조건 없는 반값 등록금 실현'을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9일 청와대로 행진을 하려다 대학생 73명이 연행된 이후 매일 광화문 일대에서는 촛불 집회가 열리고 있다. 31일에는 대학생들이 종로3가에서 세종로 사거리까지 행진을 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경찰에 가로막혀 인도로 밀려난 뒤 밤 10시 30분께 자진 해산했다. 학생들이 길거리로 뛰어드는 것은 최근 좀처럼 보기 어려운 일이었다.
▲ 29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청년실업해결, 반값등록금 실현'을 주장하며 기습시위를 벌이던 대학생들이 청와대로 행진을 시도하다 경찰에 연행당하고 있다. ⓒ연합뉴스 |
"대학생 투쟁 수위 높아졌다? 분노가 커졌다"
박지은 한대련 의장은 "우리가 원하는 것은 조건 없이 모든 학생들이 반값 등록금 제도를 적용받는 것"이라며 "소수 학생과 성적이 좋은 학생들에게만 반값 등록금 정책을 적용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밝혔다.
박 의장은 "대학생들의 투쟁 수위가 높아졌다고 언론에서는 말한다"며 "하지만 보다 정확한 표현은 그만큼 대학생들의 분노가 커졌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박 의장은 "대학생들은 이제까지 집회, 기자회견, 삭발, 단식 등을 통해 등록금 인하를 요구했지만 지금까지 우리의 목소리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게다가 올해 등록금은 또 다시 인상됐다"고 학생들이 실력 행사에 나선 배경을 설명했다.
서울대 학생들, 법인화 반대하며 30일부터 본부 점거
등록금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는 건 국립대학인 서울대도 마찬가지다. 서울대 학생 100여 명은 서울대 본부를 점거해 사흘째 농성 중이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30일 저녁 서울대 아크로 광장에서 비상총회를 열고 학생 1810명이 참여한 가운데 법인화 설립준비위 해체 안에 대한 찬반 표결을 실시, 1715명의 찬성으로 해체안을 가결했다. 이후 행동 지침에 대한 안건을 표결에 부쳐 본부 점거에 돌입했다.
학생들이 이렇게 집단행동에 나선 이유는 법인화로 인한 재정 악화와 그에 따른 등록금 급등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상총회에 당초 예상보다 훨씬 많은 학생들이 참석했고 압도적인 찬성표가 나온 이유도 이 때문이다.
또한 그간 자신들의 목소리를 대학에서 들어주지 않고 잇다는 분노도 포함돼 있다. 서울대의 경우, 3월24일 서울대학교법인화반대공동대책위원회 소속 교수들과 학생들은 '법인화 반대 3000인' 선언을 발표했다. 지난 17일는 학교 측에 법인화 찬반 총투표를 요구했으나 본부는 이를 묵살한 채 법인화를 강행했다.
서울대 법인화는 정부 기관인 '국립 서울대'를 2012년부터 '국립대학법인 서울대'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법인화가 되면 국가가 세운 대학이라는 의미에서 국립이면서도 대학법인이 자율적으로 대학을 운영하도록 바뀌게 된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학교에서 법인화 이후에도 정부로부터 국고보조금을 충분히 받는다고 설명하지만 이 보조금이라는 게 언제 끊길지 모르는 일"이라며 "또한 법인화가 된다는 건 사실상 대학이 기업화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이들은 "대학이 기업화가 되면 결국 수익 창출에만 골몰을 할 것"이라며 "결국 학생들의 등록금은 천정부지로 오를 뿐만 아니라 장학금 혜택도 현저히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법인화 반대 배경을 설명했다.
▲ 30일 오후 서울대학교 본관. 서울대 학생들이 서울대학교 법인화 설립준비위원회의 해체를 요구하며 잠긴 본관 문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
이전과 달라진 여론, 대학생들 지지
주목할 점은 이렇게 대학생들 시위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지만 여론은 이전과 달리 호의적이라는 점이다. 과거 대학생 시위 기사에 달린 댓글들이 시위를 하는 대학생들을 비난하는 것에 주를 이뤘다면 최근 대학생들의 등록금 시위 기사에는 이들을 옹호하는 댓글들이 상당하다.
1일에는 대학생 자살자가 연 평균 230명으로 초·중·고보다 높고, 학자금 대출로 인한 신용불량자가 2만5366명으로 2007년 말보다 6.75배 늘었다는 기사가 큰 주목을 받았다.
한 누리꾼은 "원래 데모하는 것들은 다 잡아 가둬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아들이 대학을 가보니 얘네들 마음이 이해가 간다"고 했고, '운동권 출신'이라는 누리꾼은 "행동하지 않는 20대들을 욕만 했는데, 다시 봐야 겠다"고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은 "우리나라의 등록금이 매우 높다는 건 국민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며 "그렇다보니 대학생들을 안타깝게 여기는 게 보편적 정서"라고 설명했다. 안 팀장은 "대학생들은 그간 참아왔던 분노를 촛불집회, 시위 등을 통해 표출하고 있다"며 "동참하지는 못하지만 이들의 행동을 지지하는 시민과 대학생들이 다수 있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한 대학 관계자는 "분위기가 안 좋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며 "아무래도 여당에서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섰기 때문에 학생들의 기대 심리가 더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말만 꺼내놓고 만족할만한 대책을 못 내놓으면 기대 심리가 분노로 바뀌어 유럽처럼 거친 시위가 나오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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