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투표 언급은 청와대의 덫에 걸린 것"
작통권 환수 문제를 두고 대정부 이념 공세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이날 한나라당의 '안보 대토론회'는 이 같은 기류 때문인지 차분하게 진행됐다.
'전시 작전통제권 단독행사와 한미동맹'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 고려대 남성욱 교수(북한학)는 "요즘 작통권 환수에 관한 보도를 보면 한나라당이 또 당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 문제를 오래 끌면 한나라당은 손해"라고 지적했다.
남 교수는 "야당이 울분에 차 목소리만 높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며 "작통권 환수 논란으로 노무현 정부는 '자주', '주권' 등의 이슈를 선점한 셈이고 한나라당은 이에 끌려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작통권 환수를 두고 현재 벌어지고 있는 논란의 양상은 정치적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노무현 대통령의 노림수에 한나라당이 휘말리고 있다는 게 남 교수의 주장이다.
남 교수는 특히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 국민투표를 언급했는데 그것은 청와대의 덫에 걸리는 것"이라며 "한나라당은 정부의 작통권 환수 이슈에 끌려 다니지 말고 이 문제를 뒤덮을 수 있는 새로운 의제를 발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그는 "다만 워싱턴에 한국 야당의 입장은 무엇인지, 다음 정권에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만 정확하게 전달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강 대표는 토론회의 축사를 통해 "작통권 단독행사에 대해 냉철한 분석과 평가 없이 '자주'라는 이름으로 국민감정을 자극하는 식의 노무현 정부의 정치행태는 비판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는 통치자의 자존심과 자주를 달성하기 위해 국민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히고 있다"며 "국방위에서 장관의 이야기를 듣고 부족하면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당 지도부가 대거 참석해 단합을 과시했지만 "국민투표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던 지난 14일의 기백을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김형오 "국민투표는 신중해야"
작통권 환수를 둘러싼 논란이 확대됨에 따라 강 대표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념논란을 부채질하기에는 부담이 크고 그렇다고 정부의 입장에 손을 들어줄 수도 없기 때문이다.
최근 버시바우 주한 미국 대사가 "작통권 환수는 장기적으로 한미동맹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못을 박은 데 이어, 16일에는 김형오 원내대표가 "국민투표는 신중하게 결정할 문제"라고 강 대표의 입장과 선을 그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장성민입니다>에 출연해 "작통권 문제로 국민투표를 하겠다고 당론으로 결정된 사안은 아니다"라며 "국민투표 이야기가 나온 것은 그만큼 이 문제가 국가의 안위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애써 "(강 대표는) 국민투표로 갈 만큼 중요한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일 뿐"이라고 부연하면서 "차분한 의논을 통해 국민적 공감대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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