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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가는 오세훈 시장이 꼭 해야 할 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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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가는 오세훈 시장이 꼭 해야 할 일은…"

[인터뷰] 이상호 시의원, '장애인 활동보조예산' 집행 촉구하며 단식

이상호 서울시의회 민주당 의원이 지난 13일부터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단식을 진행하고 있다. 17일로 5일째다. 매일 오후 1시엔 108배를 한다. 8일부터 하고 있으니 일주일이 넘었다. 중증장애인이기도 한 이상호(2급 장애) 의원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15일에 단식 농성장에서 만난 이상호 의원은 초췌해 보였다. 인터뷰 과정에서도 몸이 불편해 시종 얼굴을 찡그리기 일쑤였다. 수척한 얼굴에는 며칠 동안 깎지 못한 수염이 듬성듬성 나 있었다.

이 의원은 "시의회가 지난해 말 통과시킨 장애인 예산 중 증액된 부분을 서울시가 집행하지 않고 있다"며 "결국 당장 생활에 불편을 겪는 중증장애인들이 위기에 빠져 있다"고 조속한 예산 집행을 촉구했다.

▲ 이상호 서울시의회 민주당 의원. ⓒ프레시안(허환주)

"장애인에게 가장 절실한 건 활동보조서비스다"

이상호 의원은 30년 가까이 장애인 복지와 권리 보장을 위해 활동해왔다. 2010년 개원한 8대 서울시의회에서는 장애인 비례대표로 뽑혀, 지난 10개월 동안 장애인 관련 시정 활동을 해왔다. 지난해 말 통과된 '중증장애인 자립생활 지원 조례'는 그의 작품이다.

이 의원은 서울시의회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2011년 장애인 복지 관련 예산도 확충시켰다. 759억 원이었던 중증장애인 활동보조 지원예산은 959억 원으로, 중증장애인 자립생활 지원예산은 19억 원에서 61억 원으로, 책정되지 않았던 중증장애인 전세주택 지원예산은 20억 원으로 신설했다.

현재 중증장애인 활동보조 지원예산으로는 1450명의 중증장애인이 월 최대 230시간(1일 8시간)의 활동보조를 받을 수 있다. 확충된 예산이 집행될 경우, 여기서 1일 4시간을 추가로 지원받을 수 있다. 하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은 "증액된 예산은 불법적으로 책정된 예산"이라며 집행을 거부하고 있다. 집행권을 갖고 있는 서울시와 협의 없이 시의회가 일방적으로 예산을 책정, 의회를 통과시켰다는 것.

이 의원은 "장애계가 가장 절실히 요구하고 있는 건 활동보조서비스 예산 확충"이라며 "이를 거부하는 건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장애인행복도시 프로젝트'에서 밝힌 지역사회 장애인 자립생활 확대라는 목표와도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장애인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 필요한 예산을 정치적 판단 때문에 집행을 거부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며 "오 시장은 장애인의 절박한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오세훈 시장은 요지부동이다.

"오 시장, 하버드대 가서 특강 할 게 아니라 특강 듣고 와라"

오세훈 서울시장은 17일, 6박8일 일정으로 미국 하버드대를 방문한다. 비즈니스 스쿨과 케네디 스쿨에서 특강을 진행하고 하버드대와 서울시간 연구 관련 MOU도 체결할 계획이다. 적어도 이 기간 동안은 이 의원과 장애인 예산 관련해서는 이야기할 시간은 없는 분위기다.

"단식을 한다고 하니 오세훈 서울시장이 어제(14일) 이 곳을 찾아왔습니다. 와서 하는 말이 '논의를 하면 되는데 왜 이렇게 단식을 하고 있느냐'며 '결과를 미리 내놓지 말고 논의를 해보자'고 했습니다. 그 말이 얼마나 황당하던지… 지난 1년 간 논의해온 건 뭐고, 이제 와서 논의를 또 하자는 건 무엇인가 싶습니다."

이 의원은 "무엇보다도 논의를 하자고 한 분이 훌쩍 미국으로 강의를 하러 떠난다"며 "또한 방문 기간 중에는 장애인의 날(4월 20일)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만약 오 시장이 진정성을 가지고 조금이라도 장애인들의 심정을 헤아려 준다면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라며 "하버드대에 가서 특강을 할 게 아니라 '정의란 무엇인가'란 강의를 듣고 와야 할 판"이라고 비꼬았다.

이 의원은 서울시에서 장애인의 날 기념 'Hi Seoul 장애인 누리축제'를 진행하는 것을 두고도 쓴 소리를 던졌다. 이 의원은 "이런 식의 홍보성, 전시성 행사가 장애인들에게 필요한 게 아니다"며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장애인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사회가 노력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프레시안(허환주)

"변화된 모습 보여줄 때까지 단식 계속한다"

서울시는 16일부터 22일까지 장애인의 날을 맞아 다양한 행사를 진행한다. 16일에는 서울광장에서 인기 연예인 등을 불러 문화공연을 진행했다. 또한 장애인 취업박람회, 장애인 생활체육, 사진전시 등도 진행한다. 이 행사를 위해 서울시는 1억5000만 원을 예산으로 책정했다.

이 의원은 "단식을 하면서 힘든 점은 다른 것보다도 '모멸감'을 느낀다는 점"이라며 "몸이 힘들고, 아픈 것보다도 그것이 더 힘들게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오 시장은 논의를 하자면서 미국으로 떠났다"며 "또한 서울시는 여전히 장애인 관련 홍보성, 이미지 행사만을 진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오 시장이 변화된 모습을 보여 줄 때까지 단식을 계속 이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그의 농성장에는 지난 1990년 미국 장애인법(ADA)이 제정되기 전까지 미국 장애인들의 현실을 장애운동의 맥락에서 서술한 <동정은 싫다>(조지프 P. 샤피로 지음, 윤삼호 옮김한국DPI출판부 펴냄)가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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