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4일 "시의회에서 불법으로 증액하거나 비용 항목을 신설한 예산은 원인 무효"라며 "서울시에서 애초 제시한 원안과 같은 예산과 감액된 예산만을 바탕으로 실 집행예산을 편성·집행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서울시 "'예산 증액'은 불법…원인무효"
서울시는 지난 30일 통과한 2011년 예산안 중 시의회가 서울시 동의 없이 증액·신설한 예산은 지방자치법을 위반한다고 판단하고 재의 요구 및 대법원 제소를 검토 중이다. 동시에 서해뱃길 사업 등 사업 예산이 삭감된 것을 두고도 역시 지방자치법을 위반한다는 이유로 원인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지방자치법 제127조 제3항에 따르면 지방의회는 지방자치단체장의 동의 없이 지출예산 각 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로운 비용항목을 설치할 수 없다고 규정되어 있다. 또한 지방재정법 제44조에는 채무부담이 되는 행위를 한 때에는 상환하는 회계연도 세출예산에 반드시 계상해야 한다는 규정도 있다.
서울시는 서해뱃길 사업 예산의 경우 2010년 시의회에서 의결 후 사용해 2011년 예산에 30억 원을 반드시 편성해 지출해야 한다면서 시의회가 전액 삭감한 것은 지방재정법 제44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이종현 서울시 대변인과 최항도 서울시 기획조정실장이 예산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t서울시 |
최항도 기획조정실장은 "시의회가 반드시 거쳐야 하는 시장의 동의 절차를 무시하고 불법적으로 지출예산 각 항의 금액을 증액하고 비용 항목을 신설한 것은 집행부와 의회간 상호견제와 균형의 원칙을 이루도록 한 지방자치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실장은 "이번 시의회의 예산증액 및 신규 비용항목 설치는 불법행위에 기반한 원천적인 원인 무효로서 관련 예산은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며 "당연히 집행할 수도 없고, 집행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 실장은 "서울시는 불법적으로 증액 및 신규 설치한 부분을 제외한 법적으로 유효하고 집행 가능한 예산만을 대상으로 예산 배정 및 운용계획을 새로 수립·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증액된 예산은 모두 복지, 서민 예산"
서울시의 이러한 반응은 무상급식을 둘러싼 시의회와의 대립의 연장선이라는 게 중론이다. 지난 30일 시의회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제출한 예산안 중 3964억 원을 감액하고 3707억 원을 증액 및 조정, 당초보다 257억 원이 감액된 20조5850억 원을 예산으로 의결했다.
서울시는 증액·신설된 예산 3707억 원을 집행하지 않겠다는 것. 이들 예산은 무상급식 695억 원, 학교시설 개선 248억 원, 장애인 활동보조서비스 200억 원, 경로당 현대화 사업 30억 원 등이다.
오승록 민주당 서울시의회 대변인은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시의회에서 증액한 예산은 모두 서민, 복지, 일자리와 관련된 예산"이라며 "어느 것 하나 버릴 예산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실제 시의회가 증액시킨 예산안에는 '공립 초등학교에 대한 친환경 무상급식 지원비'로 편성한 695억1300만 원을 비롯해 '중, 고교생 저소득층 무상급식 확대지원비' 162억9600만 원 등이 포함되어 있다. 중증 장애인활동보조 지원사업도 당초 200억 원에서 증액, 총 759억3900만 원으로 조정했다.
국회에서 편성하지 않아 논란이 됐던 영유아 예방접종 예산 127억 원과 결식아동 급식지원비 5억3000만 원도 새로 추가됐다. 이외에도 서울형 해비타트 운동추진 10억 원, 기존주택 매입임대 57억 3700만 원, 국가예방접종사업비 127억4000만 원, 경로당 운영비 및 난방비 지원 사업 10억 원 등도 증액됐다.
"오 시장 호들갑 떨면서 물타기 하고 있다"
오 대변인은 "예산안이 통과되면 효력이 즉시 발휘하는 것이기에 오세훈 시장은 집행을 해야 함에도 법을 어겼다는 등의 호들갑을 떨면서 물 타기를 하고 있다"며 "서울시는 연말에는 무상급식 조례안 말고 다른 복지 예산은 집행할 수 있다고 하더니 새해 들어서 입장이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이들 밥 먹는 거 가지고 자신의 지지층을 모으려는 계기로 삼으려는 술책"이라면서 "정략적으로 계속 쟁점화 시키는 행위는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울시에서 절차적 위법을 들어 예산 집행을 거부하고 있는만큼 예산 논란은 대법원 판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판결은 제소한 이후 통상 약 5개월 정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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