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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승리=여당 패배' 구도로 무엇을 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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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청와대 승리=여당 패배' 구도로 무엇을 할 수 있나?

[분석] 김병준·문재인 파동이 여권에 남긴 교훈

김병준 부총리 사태로 촉발돼 문재인 전 민정수석 입각 문제를 계기로 악화 일로로 치닫던 여권 내의 당청 갈등이 일단락 되는 모양새를 갖췄다. '파국'이냐 '봉합'이냐는 갈림길에서 당청이 '봉합'을 택할 것은 충분히 예견됐었지만 청와대의 '완전한 주도권 확인'과 여당의 '고개 숙임'의 정도는 예상 밖이라는 의견이 많다.
  
  또한 '청와대의 승리=여당의 패배'라는 등식을 재확인한 여당으로서는 근본적 고민을 시작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의 유시민 파문과 너무나 흡사
  
  노 대통령의 이번 '진압' 모습은 지난 1월 유시민 의원의 보건복지부 장관 입각과정과 매우 유사하다. 당시 당에서는 초재선 의원을 중심으로 '유시민 반대 연판장'이 돌 정도로 반발이 거셌다. 노 대통령은 당 지도부를 청와대 회동에 초치해 당의 반발을 일정 정도 수용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회동 전날 전격적으로 유 의원의 입각을 발표해 당을 당황케 했다.
  
  그 뒤 당 지도부는 청와대 만찬 초청을 거부했지만 초재선 의원 39명이 '면담 요청', '책임자 해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유 의원 입각 발표 1주일 만에 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불러 '탈당 카드'를 내밀어 반발을 완전히 '진압'했다.
  
  노 대통령은 '과거에 탈당을 고려했다'는 식으로 발언했지만 당황한 여당은 일제히 '아니되옵니다'는 식으로 거의 읍소하다시피 했던 것이다.
  
  이로써 여유를 회복한 노 대통령은 얼마 후 신년 기자회견에서 "내가 실수를 했다면 처음부터 (여당 내 반대 의견을) 못들은 척 하고 바로 임명하지 않고 유보했던 것"이라며 "유보하니까 크게 소리가 났었던 것"이라고 당의 위상을 노골적으로 깎아내리기도 했다.
  
  '이번은 다르다'고 자신했던 여당
  
  이런 전사에도 불구하고 이번 '환국(換局) 시도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예상을 뒤엎고 노 대통령은 승부사 기질을 또 한번 발휘해 당내 반발을 완전히 진압하는 모양새를 연출해 냈다.
  
  5.31 지방선거 이후 김병준 부총리 파동까지 일련의 흐름은 당이 청와대에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기간이었다.
  
  선거 완패 이후 여당은 패닉 상태에 빠지다시피 했지만 청와대는 "선거는 당의 책임" "원래 중간선거는 불리하다"며 유유자적한 모습을 보였고 9번째로 지도부를 갈아치우며 망신창이가 된 당은 재야파, 실용파 할 것 없이 직설적 어조로 "아직도 청와대가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고 격렬히 반발했다.
  
  상황이 이전과 다르다는 것을 확인한 청와대 역시 "어떻게 선거결과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있겠냐"고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지만 "당은 다음 선거에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지만 대통령은 여론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시스템을 갖추는 데 온 힘을 쏟는다"며 자신들을 정치권 일반과 분리시켜 비판을 자초하기도 했다.
  
  하루도 잠잠할 날이 없던 당청갈등은 김병준 부총리 사태로 폭발했다. 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김 부총리가 임명됐지만 예상치도 못한 논문파동이 터진 것.
  
  임명 움직임에는 반발했지만 인사청문회에서 여당답게 김 부총리를 엄호하는 등 알리바이를 갖춘 우리당은 이번에는 매섭게 나섰다. 청와대만 제외하고 여와 야, 진보와 보수 등 우리 사회의 거의 모든 세력이 김 부총리를 비판했던 것도 우리당에 힘을 실었다.
  
  청와대는 '사실규명이 중요하다'고만 반복했지만 결국 김 부총리는 사의를 표명했고 여당은 "앞으로도 제 목소리를 낼 것"이라며 자화자찬하며 "문재인도 안 된다"고 공세를 강화했던 것.
  
  '권력투쟁'에서 승리한 대통령…패배 자초한 김근태
  
  
하지만 바로 그 지점에서 청와대의 반격이 시작됐다. 게다가 이런 역전의 모멘텀은 바로 김근태 당의장이 제공했다. 김 의장은 지난 2일 "인품도 능력도 훌륭하지만 문재인 전 민정수석은 국민들 보기에 법무장관에 적합지 않다"고 말했다. 단지 물망에 오르고 있을 뿐인 인물에 대해 객관적으로 검증키 힘든 '국민 여론'을 빌어 비토 발언을 한 것이 당장 역풍을 불러온 것이다.
  
  휴가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연일 회의를 주관하던 대통령은 뒤로 빠지는 대신 이병완 비서실장, 박남춘 인사비서관이 대리인으로 나서서 "대통령의 인사권을 침해한다" "여당이 야당과 일부 언론의 전략에 동조하고 있다"고 맹공을 가했다.
  
  노 대통령의 시그널이 떨어지자 노사모 노혜경 대표, 당내에서 숨을 죽이고 있던 서갑원, 이광재 등 친노직계 의원들도 일제히 나서서 "다 대통령 책임이냐" "인사권을 침해해서 어떻게 하겠다는 말이냐"고 반격에 합류했다.
  
  김 의장은 "언론의 유도질문에 실수한 것"이라고 해명했고, 김한길 원내대표도 "이병완 실장이 화가 많이 나서 걱정"이라고 말할 정도로 전세는 역전됐다.
  
  노 대통령은 4일 오후 당정청 관계자들에게 '6일 오찬을 갖자'고 초청한 다음 5일 오전 일부 언론을 통해 '현 상황은 권력투쟁이다. 나는 당을 절대 떠나지 않으니 불만 가진 사람이 떠나라'는 지난 2일 발언을 공개하며 결정타를 날렸다.
  
  그리고 노 대통령은 6일 오찬 자리에서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는 당연한 원칙을 재확인시키는 동시에 "임기 후에도 당을 챙길 것"이라며 자신이 우리당의 주요한 주주임을 확인시켰다. 이와 더불어 여당의 대표주자인 김 의장을 앞에 앉혀두고 "선장이 안 보여 걱정이지만 배가 좋으니 밖에서 선장이 탈 수도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당은 이 자리에서 문재인 전 수석 이야기는 꺼내지도 못했다. 이제 문 전 수석의 입각 여부는 그래도 대통령이 당 체면을 세워주느냐 아니냐는 의미로밖에 남지 않게 됐다.
  
  고개 숙인 여당, 근본적 고민에 나설 수밖에
  
  수세에 몰렸던 노 대통령이 특유의 전격전을 펼쳐 완전히 상황을 역전시켰지만 이는 당청갈등에서 우위를 점한 것일 뿐 '좋아할 일'은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게다가 당청 분리를 금과옥조처럼 강조하던 노 대통령이 자신이야 말로 당의 대주주라는 사실을 재확인 시킨 것은 대통령 자신의 말대로 이번 갈등은 '권력투쟁의 장'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노 대통령은 자신이 명명한 '권력투쟁'에서 다시 한 번 승리자가 되면서 레임덕의 우려를 일단락 시켰지만 이는 땅에 떨어진 지지율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되지도 않을 뿐더러 김근태 의장, 나아가 우리당의 무기력한 모습은 범여권의 진로에 한층 더 먹구름을 드리우는 결과가 됐을 뿐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대통령은 "우리당은 좋은 배고 배가 좋으니 선장은 밖에서 올 수도 있다"고 말했지만 현재의 우리당이 좋은 배인지도 알 수 없고, 노 대통령이 임기 후에도 함께 한다고 공언한 이상 그 배의 값어치는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일견 '노 대통령의 완승'과 '김 의장의 완패'로 끝난 당청 갈등의 결과, 우리당의 열패감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시험대에 올랐던 김 의장의 지도력 역시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라는 싸늘한 평가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또한 이번 파동에서 범여권이 얻은 가장 큰 교훈은 '청와대의 승리는 여당의 패배이고, 여당의 승리는 청와대의 패배'라는 대단히 이율배반적인 여권 역학구도의 확인이다. 승리를 거둔 청와대는 한숨을 돌리겠지만 여당 구성원들은 다시 한번 근본적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다만 이전의 대통령들은 정권재창출을 목표로 여당이 자신을 밟고 가게 용인했지만 노 대통령의 경우는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이 명확히 확인된 현 상황이 그 고민의 방향을 짐작케 한다.
  
  전투의 승리가 전쟁의 승리와는 다르다는 격언이 있다. 당청 전투에서 승패가 엇갈렸지만 전쟁의 목표가 여전히 같다면 함께 갈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 스스로 여러 차례 "선거에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는 당과는 다르다"고 강조한 바 있다. 여당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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