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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등록금, 지금 초등 3학년 대학갈 땐 56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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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등록금, 지금 초등 3학년 대학갈 땐 5600만원"

청와대 앞에서 열린 <미친 등록금의 나라> 이색 출판 기념회

"내가 이 책 읽어봐서 아는데, 반값 등록금 가능하다"

자신의 앞으로 날아든 책 한 권을 집어 들고 이명박 대통령은 잠시 어리둥절했다. 고지서엔 책의 '반값'에 해당하는 6500원이 청구돼 있었다. 영문을 모르고 펴든 책에는 자신의 공약을 실현 시켜줄 내용으로 가득했다. 이제까지 '구체적 실행방법을 몰라' 공약을 이행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 책 안에 반값 등록금에 대한 해법이 있었다.

"이거구나!"

곧바로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부른 이 대통령은 특유의 "내가 OO 해봐서 아는데~" 화법을 이용해 이주호 장관에게 특별 임무를 지시한다. 그런데 마침 이주호 장관도 이 책을 받아서 읽어본 참이다. 그것도 '무상'으로.

영문을 알고 보니 이 책은 2월 9일, 등록금 대책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전국 네트워크인 '등록금넷'에서 보낸 책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에겐 '반값 등록금 공약을 제발 이행해달라는 취지'로 반값에, 이주호 교과부 장관에겐 '세계 여러 나라가 시행하고 있는 대학교육까지의 무상교육을 잘 추진해달라는 취지'로 보낸 것이다. 그 뒤 둘은 의기투합해 반값 등록금 정책을 잘 펴나갔다는 후문이.


등록금 대출하면 평생 1억 넘게 갚아야

가상 상황이지만 9일 오후 청와대 입구 청운동사무소 앞마당에서 열린 <미친 등록금의 나라>(등록금넷·참여연대 기획,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집필, 개마고원 펴냄) 출판 기념은 이런 마음으로 열렸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팀장은 "언젠가 이명박 대통령이 '내가 이 책 읽어봐서 아는데, 반값 등록금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나왔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참여연대와 등록금넷이 기획하고 한국대학교육연구소가 집필한 <미친 등록금의 나라>는 해마다 반복되고 있는 대학 등록금에 관한 문제에 대해 속 시원히 파헤치는 책이다. 박원석 등록금넷 협동사무처장은 "이 책은 우리 가계와 삶에 등록금이 어떤 영향을 미치고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지 담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등록금 인상률 상한제나 등록금 후불제 등 어느 정도 성과를 낸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 오를 대로 올라버린 등록금 해결을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등록금이 도대체 얼마나 높은 것인지 이 책의 저자 중 한 명인 한국대학교육연구소의 이수연 연구원은 흥미로운 수치로 보여주었다. 그는 "2010년 기준으로 초등학교 3학년을 둔 학부모가 10년 후엔 등록금으로 5578만 원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를 이용한다면 학생은 평생 1억7800만 원을 갚아나가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는 취업 시점 전까지는 단리로 적용되다가 취업 후 대출금을 갚아나가는 시점부터 복리가 적용된다. 원금은 물론이고 이자에도 다시 이자가 붙어 갚아야 할 돈은 계속 늘어난다.

상황이 이럼에도 '살인적'인 등록금에 대해 대학과 정부는 이제까지 모르쇠로 일관했다. 심지어 등록금 인상안을 두고 승강이를 벌이던 동국대학교의 한 실무 담당자는 "학생들이 이 학교 선택했으니 감수해야지. 등록금 못 내겠다면 다른 학교 다녀야 하지 않겠어?"라고 협박 아닌 협박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기홍 동국대 총학생회장은 "결국 학 측의 입장에 따라 4.9%의 등록금 인상률이 일방적으로 결정되자 총학생회로 학생들의 전화가 빗발쳤다. 그런데 그 학우들에게 '죄송하다. 정말 죄송하다'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전국 교수노조 정책기획실장인 김도형 성신여대 교수는 "비싸면 싼 학교 다녀라, 대학 다니지 말아라"라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미 대학 진학률이 80%가 넘었고 대학 졸업자가 아니면 사람 취급도 못 받는 상황에서 이런 말은 성립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더는 대학 등록금이 '수익자 부담 원칙'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수익자 부담 원칙의 함정에 대해선 이 책에서도 잘 꼬집고 있다. 2장 '기막힌 현실, 어처구니없는 논리'에 따르면 수익자 부담 원칙은 대학교육을 '상품'으로 보는 데서 온 발상이라고 말한다. "교육이라는 상품을 구매하는 학생들이 그 비용을 지불하라는 의미"라는 것이다. 시장원리에 따라 학생들에게 모든 부담을 떠넘기는 기형적인 문제가 바로 수익자 부담 원칙이다.

▲ <미친 등록금의 나라> 출판 기념회가 청와대 입구 청운동사무소 앞마당에서 열렸다. ⓒ프레시안(이경희)

"반값 등록금 당장 가능하다"

이 외에도 대학에서 해마다 등록금 인상을 요구하는 명분인 '교육의 질'에 대한 허구, 사립대학의 '등록금 전횡' 등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가 책에 실려 있다. <미친 등록금의 나라>는 이명박 대통령이 공약한 '반값 등록금' 문제도 당장 가능하다고 말한다. 등록금 문제는 '돈'이 아닌 '의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2010년 내국세 규모가 128조727억 원이므로 내국세의 6%는 7조6844억 원이고, 8%는 10조2458억 원이다. 이 법안은 새로운 조세의 신설이 아니라 내국세의 일정 비율을 고등교육 예산으로 확보한다는 것으로, 조세 반발을 줄이면서 고등교육 재정의 확대를 위한 안정적 재원 마련을 목적으로 추진된 것이다.

정부와 국회가 의지를 갖고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입법화함으로써 내국세의 6%만 대학에 투자해도 6조 원 내외가 소요될 '반값 등록금'은 곧바로 가능하다는 말이다" (293~294p)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는 격려사를 통해 "등록금 심의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고 강제성을 갖도록 노력하겠으며, (지난해 예산 통과 때) 깎인 장학금도 되돌리겠다"라며 "등록금 인상률 상한제가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반값 등록금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값등록금 당장이라도 가능하다. MB가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란 주제로 <미친 등록금의 나라> 출판 기념 기자회견을 마치고 주최 측은 이 책 두 권을 이명박 대통령과 이주호 교과부 장관에게 각각 특급 우편으로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과 이주호 장관에게 전해질 이 책의 메시지는 이것이다.

"'반값 등록금' 롸잇나우(Right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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