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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동결 '용두사미', 사립대들 줄줄이 인상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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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동결 '용두사미', 사립대들 줄줄이 인상 발표

등록금심의위원회, 무늬만 '심의'…"오히려 방해"

"대학생 4명 중 1명, '등록금 때문에 휴학'"

지난 7일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대학생 47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등록금으로 인해 휴학을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한 설문 조사 결과이다. '휴학 계획이 있다'고 답한 학생은 26.1%에 달했다. 현재 휴학을 계획하고 있는 대학생의 45.5%는 '이전에도 등록금 때문에 휴학한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다.

이번 주부터 대학들의 등록금 납부가 시작됐지만, 등록금 인상을 둘러싼 학교 측과 학생의 갈등은 여전하다. 8일 동국대 총학생회는 학교 측의 일방적인 인상안(4.9%)에 반대하며 등록금 동결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등심위 설치 첫 해, "통보할 테니 기다려라"

동국대뿐만 아니라 서울지역 주요 사립대학들은 새 학기 등록기간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갈등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올해는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 설치가 의무화된 첫해로 등록금 인상 문제를 두고 원만한 해결을 기대했지만 각 대학 학생회 측은 오히려 등심위가 등록금 문제 해결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갈등을 더 심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등심위는 학생의 등록금 부담을 덜기 위해 대학별로 등록금 적정 인상안을 심의하는 기구이다. 학교와 학생, 외부인사가 참여하며 등심위에서 적정 등록금을 사전에 논의해 학교 측에 권고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실제 등심위에 참여해 등록금 협상을 한 학생들 입장은 다르다. 발언을 종합해보면 각 학교가 등심위를 파행적으로 구성하고 자문기구로서의 역할만 강조한다고 말한다. 또한 의결권이 없는 심의기구로서 학교 측이 외부인사를 선임해 논의가 학교 중심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 8일 오후 서울 조계사 입구에서 총학생회 소속 학생이 등록금 인상을 규탄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동국대는 등록금 4.9% 인상안을 확정해 학생들에게 통보했고 총학측은 반발하고 있다. ⓒ뉴시스

동국대학교는 총 3차례의 등심위가 열렸지만, 학생들은 1차 등심위를 거부했다. 등심위 구성부터 학생들과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구성해서 통보한 게 이유였다. 또한 총학 측은 비공식적으로 만난 학생서비스팀 직원이 "등록금심의위원회는 학생들과 논의해서 만드는 기구가 아니다", "통보할 테니 기다려라" 식의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했다고 주장했다.

총학생회장이 "그것이 학교 측 입장이냐"고 묻자 관계자는 "그렇다"고 답했고, "총장님이나 부총장님의 의중이냐"고 재차 묻자, "거기까지 올라갈 것도 없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학교 측이 등심위 자체를 학생과의 논의 테이블이라고 생각했다기보다 형식적인 자리로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후 총학생회장이 2,3차 등심위에 참여했지만 원만한 해결을 도출하기는 무리였다. 권기홍 총학생회장은 "3차 회의에 이르러서는 학생들 입장이 어떤 건지 형식적으로 듣기만 하는 자리가 됐다"고 말했다.

등심위에 대한 평가에 대해서도 권 회장은 "오히려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본다"라고 답했다. 그전까지는 법제화된 테이블이 없어서 학 측이 등록금을 일방적으로 올렸을 때 강력히 항의할 명분이 있었지만 등심위가 생긴 후부터는 학교 측에서 "절차를 지켰다"며 당당하게 나온다는 것이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일방적 통보'에 불과한데 등심위로 인해 절차를 지킨 꼴이 돼버리는 것이다.

동결된 학교마저도 등심위에 회의적

등록금 동결을 이끌어낸 연세대 총학생회장 역시 등심위 역할에 대해선 회의적이었다. 정준영 총학생회장은 "등심위가 세 차례 열리긴 했지만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볼 순 없다. 총장님께 건의하는 정도였다"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등심위 보단 총장과의 개별 면담을 통해 등록금 동결을 결정한 게 주효했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 역시 동국대 권기홍 회장과 마찬가지로 "등심위가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등록금 심의위원회만 거치면 어떤 결정을 내리든 정당성을 갖게 되는 꼴이라, 해결하는데 오히려 역효과를 낼 것으로 생각한다"며 "(등록금 문제는) 정부가 고등교육재정을 확충하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 문제인데, (등심위는) 정부가 책임을 대학 구성원들 내부에 전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학교 사정도 등심위가 큰 역할을 하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다. 고려대는 7일 5차 등심위를 개최했지만, 견해차만 확인한 채 끝났다. 결국 이날 고려대는 등록금을 2.9% 인상하는 걸로 신입생들에게 통보하고 등록을 받기 시작했다. 9일까지 접수를 마쳐야 하지만 총학생회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한양대는 연휴 직전까지 5차례 등심위를 열었으나 동결을 요구하는 학생들과 2.9% 인상안을 내놓은 학 측이 팽팽히 맞서 역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서강대도 지난달 31일 3차 등심위를 열었지만, 학부생 대표는 참여하지 않은 채 2.9% 인상안이 확정됐다. 학부 대표는 "학교 측 4명, 학생 측 3명(대학원 2명, 학부 1명), 외부 추천 1명의 등심위 구성은 문제가 있다"며 참여를 거부했다. 학교 측의 등심위 구성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며 학생회는 "개강 직후 전체학생총회를 열어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결책은 법령 강화, 근본적 해결책은 '반값 등록금'

전문가들이 역시 위원회의 구성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임희성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등심위 위원장 선출이나 위원을 구성하는 문제에 있어서 규정이 없으니 학교가 마구잡이로 선정하는 경향이 있다. 등록금 문제는 당사자인 학교와 학생이 팽팽하게 맞서므로 동수 참여가 이뤄져야 하는데 대학에서 전적으로 (구성)하는 문제가 있다"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등심위 규정을 살펴보면 학교 측에 더 유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학 등록금에 관한 규칙> 제2조 '등록금심의위원회'에 따르면 위원회는 7인 이상의 위원으로 구성한다. 교직원, 학생, 관련 전문가 중에서 각각의 구성단위를 대표할 수 있는 자로 구성하며 학부모 또는 동문을 포함할 수 있다.

제2조(등록금심의위원회)

① 「고등교육법」(이하 "법"이라 한다) 제2조 각 호에 해당하는 학교(이하 "학교"라 한다)의 장은 수업료와 그 밖의 납부금(이하 "등록금"이라 한다)을 정할 때 법 제11조제2항에 따른 등록금심의위원회(이하 "위원회"라 한다)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② 위원회는 7인 이상의 위원으로 구성한다.
③ 위원회는 교직원(사립학교의 경우에는 학교법인이 추천하는 재단인사를 포함한다), 학생, 관련 전문가(해당 학교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자는 제외한다) 중에서 각각의 구성단위를 대표할 수 있는 자로 구성하되, 학부모 또는 동문(同門)을 포함할 수 있다.
④ 제3항에 따라 어느 하나의 구성단위에 속하는 위원의 수는 전체 위원 정수(定數)의 2분의 1을 초과하여서는 안 되고, 학부모 및 동문 위원의 총수는 전체 위원 정수의 7분의 1을 초과하여서는 안 된다.
⑤ 위원회는 등록금 산정에 필요한 자료를 학교의 장에게 요청할 수 있고, 학교의 장은 성실히 협조하여야 한다.
⑥ 위원회는 회의의 일시, 장소, 발언 요지, 결정 사항 등이 기록된 회의록을 작성·보존하여야 한다.
⑦ 제2항부터 제6항까지에서 규정한 사항 외에 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에 필요한 사항은 학칙으로 정한다.
[전문개정 2010.12.2]

결국, 등록금의 주체인 학생 입장을 대변할 위원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임 연구원은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교가 (등록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하면 학생들은 수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라며 "학생들에게도 동등한 권한을 부여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 본부 팀장도 "학생들이 추천하는 전문가가 다반수가 되어야 하는데 현 규정은 그렇지 않다"며 개정을 요구했다. 과반수가 되어야 학 측과 대등하게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들은 등심위가 전혀 불필요한 기구라고는 보지 않는다. 등심위가 없는 것보단 있는 게 낫다는 입장이다.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이제까지는 등록금에 대해 민주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자리가 없었고 학측의 요구 사항에 대해 자료(학교 예산 현황 등에 관한)를 받을 기회가 없었는데 형식적으로나마 기회를 얻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학생들이 지적했듯이 등심위의 본래 취지와는 다르게 학교 측은 등심위를 형식적으로 운영하고 예전과 같이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법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안진걸 팀장은 "지금 등심위 규정이 모호해서 잘 지켜지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심의기구 결정 없이 통보하면 교과부가 지도 단속을 강하게 해야 하고 심의가 아닌 '의결'하는 쪽으로 법을 개정할 필요도 있다"라고 주장했다.

현 단계에서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그럼에도 이들은 등심위가 등록금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본다. 등심위가 제대로 운영된다 하더라도 현재 등록금 수준이 워낙 높으니 이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안 팀장은 "정부가 반값 등록금 공약을 이행하고 등록금 직접 지원을 늘리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등심위가 아닌 이게 핵심이다"라고 말했다. 임 연구원도 "지금 등록금을 낮춰야 하는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등심위는 보완은 될 수 있어도 완전한 해결책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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