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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정치인 출신 낙하산이 일 더 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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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정치인 출신 낙하산이 일 더 잘 한다"

정당화로 모자라 '낙하산 예찬론' 펼치고 나서

공기업에 대한 낙하산 인사의 정당성을 강변하던 청와대가 급기야 '낙하산 인사 찬양론'을 펼치고 나섰다.

문해남 인사관리비서관은 26일 '공기업 감사, 외부에서 와야 제 역할 가능'이라는 글을 청와대 브리핑에 싣고 "'낙하산 인사'라는 것의 본질은 '개방'"이라며 "이른바 '이종교배'로 기관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현 정부에서는 공공기관의 감사는 외부출신을 임명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바통 이어받은 문해남 "낙하산의 본질은 개방"

박남춘 인사수석, 정태호 대변인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에 이어 '낙하산, 코드 인사' 옹호 바통을 이어받은 문 비서관은 그 정당성을 주장하는 것을 넘어 '내부승진 불가론'을 전개했다.

문 비서관은 "내부승진으로는 제대로 감사할 수 없다"며 "단지 전문성이 있다는 이유로 내부 출신을 임명하게 되면, 그 기관의 문제점을 제대로 가릴 수 없는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문 비서관은 "낙하산 인사의 본질은 개방"이라며 "개방형 임용제도도 만들고 직위공모 제도도 시행하면서 문호를 열고 있는데 정부의 자리는 열라고 하면서 공기업 자리는 열지 말라고 하는 이 아이러니는 어떻게 설명되어야 하나?"고 되물었다.

그러나 최근 논란이 된 증권거래소 감사의 경우 단지 외부인사라서가 아니라 "경력도 일천한 부적격자가 단지 '여권 인사'라는 이유로 천거됐다"는 비판이 제기됐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문 비서관의 주장에는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정치인만큼 국가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 강한 사람도 드물어"

문 비서관의 '낙하산 인사 예찬'은 때 아닌 '정치인 찬양'으로 이어졌다.

문 비서관은 "일부 언론이나 강성노조가 주장하는 것처럼, 지난 대선에서 대통령을 지지한 정치인이라고 해서 공공기관의 감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라며 "정치인인 만큼 국가와 정부에 대해 큰 애정을 갖고 있고, 또한 정부를 출범시키는 데 공헌한 만큼 정부운영을 꼭 성공시켜야만 한다는 책임감도 더 강한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문 비서관은 "정치인 출신은 전문성이 없으면서 그저 자리만 찾아다니는 사람이라는 식으로 보는 시각도 사실과 다르다"며 "정치인은 국정운영이라는 넓은 의미의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또 요즘 정치인들은 과거 구시대 정치인과는 달리 정보통신, 금융, 법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기만의 전문성을 축적해 오신 분이 많다"고 입에 침이 마르게 정치인을 칭찬했다.

군사정부 시절 군출신을 요직에 기용한 데에서 '낙하산'이란 말이 유래됐기 때문에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선출된 민주정권이 정착된 지금은 낙하산 인사라는 말이 시대착오적인 용어"라고 어원까지 분석한 문 비서관은 다시 언론으로 화살을 돌렸다.

문 비서관은 "참고로, 최근 공기업의 외부출신 감사 임명을 강하게 비난하고 있는 일부 언론사의 상임감사는 수 십 년 동안 그 회사에서 같이 일해 오던 사람이 사주에 의해 선택되어 그 직을 수행하고 있다"고 '족벌신문'을 비판했다.

이어 그는 "다른 일부 언론사의 감사는 외부 회계법인이나 법무법인 출신이라고 한다"며 "자기 회사의 감사는 외부 출신을 쓰면서 공기업의 감사는 외부 출신을 쓰지 말라고 하는 것은 또 무슨 논리인지 궁금해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족벌신문'에 대한 비판은 차치하고라도 한참 정치인 출신 감사의 장점을 설명해 놓고 회계법인이나 법무법인 출신의 전문가들과 정치인을 한꺼번에 '외부인사'로 묶어버린 것은 초점을 흐리기 위한 전형적인 '범주의 오류'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노 대통령 해수부 인맥이 연달아 총대

이번 글을 올린 문해남 비서관은 지난 2000년 노 대통령의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 비서관을 지냈던 '해수부 인맥'으로 분류된다.

김병준 교육 부총리 임명 직후 "코드 인사는 당연하다"고 포문을 열었던 박남춘 인사수석 역시 노 대통령의 해수부 시절 감사담당관과 총무과장을 지냈고 현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로 자리를 옮겼다.

공교롭게도 행정고시 출신 인사담당자들이 '정치권 출신에 대한 코드 인사, 낙하산 인사'의 정당성을 강변하고 나서고 있는 셈이다.

이들이 관료 출신이라 인사 부분에 대한 발언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는 판단에 '총대'를 메고 나선 것인지, 아니면 청와대에서 일을 하다 보니 '정치인 출신 낙하산 인사가 뛰어나다'고 깨달은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코드 인사가 뭐가 문제냐"는 대통령의 발언 직후 나온 이 글은 청와대 담장 밖의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브리핑이라기 보다는 '청와대 안 브리핑용'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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