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잣대 들이대 봐도 MB정권 낙하산은….
11일 밤 방송된 <PD수첩> '공정사회와 낙하산' 편에서는 일단 수량적 분석을 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에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348개 기관을 조사해 각 기관의 기관장, 감사, 이사들의 경력을 분석한 결과 <PD수첩>은 185개 기관 306명의 인사가 이명박 정권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분석은 총선 및 지방선거 관련자, 청와대 출신, 인수위 등 대선관련 인사, 대통령 측근, 당료 등 한나라당이 야당이던 2006년 낙하산 인사 조사 특위에서 적용했던 방법이다.
'낙하산 인사'는 매 정권 마다 되풀이 되는 문제. 그러나 <PD수첩>은 "이는 노무현 정부 당시 125개 기관에 185명이 임명된 것과 비교하면 대폭 늘어난 수치"라고 설명했다. 노무현 정부는 5년간 185명이지만 이명박 정부는 3년간 306명이라는 것이다. <PD수첩>은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광복절 연설에서 '공정 사회'를 주창한 이후 확인된 (낙하산) 인사만 23명"이라고 비판했다.
김은혜 '전무' "성과를 보여주겠다"
가장 먼저 도마에 오른 곳은 김은혜 전 청와대 대변인이 전무로 간 KT. 이석채 사장은 이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자문하던 국민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 출신. KT민주동지회 조태욱 의장은 "LG전자와 SK쪽 회사 사외이사로 있던 이 사장이 2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KT 사장으로 올 수 없는데 관련 정관 규정을 삭제하고 주총에서 선임 됐다"고 비판했다.
이 사장 외에도 석호익 부회장은 18대 총선 한나라당 후보였고, 이춘호 사외이사는 여성부장관에 내정됐다 부동산 투기 의혹을 낙마했다. 허증수 사외이사는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 출신이고, 역시 인수위 출신인 김규성 씨는 자회사인 KT엠하우스 사장에, 서종렬 씨는 미디어본부장에 임명됐다. 청와대 대통령 연설/기록비서관이었던 이태규 씨는 KT경영연구소 전무가 됐고, 김은혜 전 대변인은 보직을 신설해 전무가 됐다.
김은혜 전무는 최승호 PD와의 인터뷰에서 "사람을 뽑는 것은 회사의 결정"이라며 "회사에 필요한 사람이 되도록 성과를 보여주고 싶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러나 KT 직원들은 "KT 전무 자리가 이쁜 아르바이트를 뽑는 것이냐", "저희가 느끼는 상실감은 말할 수가 없다"고 푸념했다. 김 전무가 오기 전 KT전무의 평균연령은 51세였다. <PD수첩>은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기업인 KT까지 주요 인사를 독식하는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철도공사 낙하산 최다"
<PD수첩> 분석에서 수적으로 가장 많은 낙하산 인사가 몰린 곳은 한국철도공사였다. <PD수첩>은 "한국철도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농어촌공사, 한국가스공사 등에 6명이 갔지만, 자회사 까지 합하면 한국철도공사가 15명으로 가장 많다"고 설명했다.
▲ 인터뷰 중인 허준영 철도공사 사장. ⓒPD수첩 |
최승호 PD는 이명박 대통령 선대본부장 출신인 허준영 철도공사사장을 인터뷰 했으나, 허 사장은 "나는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인사가 얼마나 중요한가. 우리는 모든 인사를 철도 발전을 위해 하는 것이고 공모 절차를 다 밟아서 정당하게 한 것이다. 청와대는 무슨 청와대. 한 번도 들어본 적도 업고 내려오는 것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
최 PD가 '오OO 씨는 서울시청 홍보과, 청와대 행정관 출신이고, 이OO 씨는 한나라당 대통령 선대본부 회계 책임자 출신이고, 길OO 씨는…'이라고 낙하산 의혹을 제기해도, 허 사장은 "일을 얼마나 잘 하나. 사람 능력을 보고 뽑는다. 이상한 시각을 갖고 보니까 그렇다. 청와대나 당에 얼마나 훌륭한 인재가 많은가"라고 항변했다.
"동지들 능멸한 박영준 차관 즉시 퇴진하라"
이와 같이 주요 인사를 독식하면서도 이른바 '대선 공신'들 사이에서의 박탈감은 상당했다. 그리고 그 박탈감에 대한 적개심은 박영준 지식경제부 차관으로 쏠렸다.
선진국민연대 소속 단체인 '국민성공정책진흥회'는 지난 5일 신년 하례식에서 "겉으로는 공정사회를 외치고 소통을 이야기하면서 속으로는 안국포럼, S라인, 고소영으로 패거리 지어서 동지들끼리조차도 소통하지 못하고 공정치 못한 이들의 밀실 패거리 주의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특히 "이런 패거리 주의로 국민을 기만하고 동지들을 능멸한 책임을 물어 박영준 차관이 즉시 퇴진할 것을 성명한다"고 박 차관을 직접 겨냥했다.
이 단체 양재헌 회장은 "다 심어 달라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인사풀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기회를 균등하게 줘야 한다"며 "박영준 차관의 지근 거리에 있는 사람 중심으로 들어가다보니 소통과 대화가 단절되고, 내부에서도 니들끼리 다 해쳐먹어라는 소리가 나온다"고 말했다.
▲ 양재헌 국민성공정책진흥회 회장. ⓒPD수첩 |
청와대에서 직접 인사에 개입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대우조선해양 신대식 전 감사는 "산업은행 고위 임원에게 전화가 와 '청와대에서 연락이 왔는데 자리를 좀 비워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있다. 자리 비워 달라는 연락이 왔다. 마음의 준비를 해라. 외부에서 온 세 사람을 내보내고 청와대에서 세 사람을 내려보낸다고 했고, 이승균 행정관에게서 왔다"고 말했다.
이승균 씨는 당시 청와대 인사비서관실 행정관이었는데, 대우조선해양의 최대 주주인 산은금융지주 민유성 회장에게 전화를 했고, 민 회장이 고위임원을 시켜 신 전 감사에게 전화를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승균 씨는 민 회장과 전화통화 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신문보고 알았다. 전혀 아는 바 없다"고 반박했다.
신 전 감사는 결국 사퇴를 거부하다 해고됐는데, 한나라당 당직자 3명이 경영고문으로 위촉됐다. 한 명은 한나라당 부대변인 함영태 씨, 한 명은 이재오 장관의 측근 오동섭 씨. 재경포항향우회 사무총장 정하걸 씨였다.
정하걸 씨는 "나는 딱 깨 놓고 이야기 하겠다"면서 "청와대에다 어디 좀 가고 싶다고 했다"고 털어 놓았다. 정 씨는 그러나 "포항 사람들 다 보고 있는데 낙하산이라고 한다. 너 하던 일 하라고 했다"며 "대우조선해양에서 와 주시겠느냐고 연락이 왔다"고 청와대 인사 개입 의혹을 부인했다.
"총리실 불법사찰, 처음에는 자리 만들기 목적"
국무총리실의 '불법사찰'이 자리 만들기 목적이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을 비롯해 문제의 지원관실 직원들은 김충곤 점검1팀장, 장모 주무관, 이영호 전 고용노사비서관, 최종석 행정관 등 모두 포항, 영덕 출신이었다.
김모 전 조폐공사 감사는 "개인적으로 아는 제3자로부터 연락이 와 국무총리실에 사정팀이 구성이 돼 김 감사를 추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김 감사가 10만 원짜리 비리라도 있는 지 알아봐달라. 그런 걸 빌미로 삼아 내보내겠다는 식의 이야기를 한 것으로 들었다"고 증언했다. 김 전 감사는 결국 사표를 제출했다.
이른바 '영포라인' 논란에서는 박영준 차관이 빠지지 않는다. 양재헌 회장은 "십중팔구는 박영준이 몸체"라고 주장했다.
박영준 차관 논란은 포스코 회장 선임 논란으로 이어진다. 이명박 정권 출범 후 이구택 당시 회장에 대해 실제 압수수색이 실시되지 않았으면서도 "압수수색이 실시된다"는 압력이 들어가 사표를 내게 됐고, 후임으로 윤석만 사장이 유력 인사로 물망에 올랐으나 정준양 사장이 회장에 선임됐다는 것이다.
당시 포스코 사외이사로 회장추천위원회에 참여했던 박원순 변호사는 "사실은 본인(윤석만)에게 먼저 '회장이 됐으면 좋겠다'고 이구택 회장도 얘기했고, 그 당시 실세 중 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던 박영준 씨를 만나서 '회장을 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들었고, 회장 취임에 관한 준비까지 하고 있던 상황에서 정준양 회장이 박영준 씨를 만났고, 나중에 '윤석만 당신이 아니고 정준양 회장으로 결정됐다'는 통보를 받아 너무 어이 없다고 한다"고 윤석만 사장의 회장추천위 신상발언 내용을 전했다.
"공정사회 구호 진정성 있으려면"
윤석만 전 사장은 이에 대해 "그 당시에는 화나는 것도 있고 억울한 것도 있고 정의감도 있었다"며 "지금은 포기했다"고 말했다. '추천취 석상에서 박영준, 천신일 실명을 거론했느냐'는 질문에도 "거의 그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얘기에 담았다"고 말했다.
민주당 우제창 의원은 "천신일 씨가 윤석만 사장에게 전화해 대통령을 직접 사칭하면서 당신이 물러나는 것이 대통령의 뜻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박 차관 측은 <PD수첩>의 취재 요청에 대해 "허위사실이거나 이미 언론을 통해 해명된 것이므로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밖에 국기원 인사에도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최승호 PD는 "공정사회라는 구호가 진정성 있게 들리려면 청와대가 자신의 문제부터 분명히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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