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10일 KT 신임사장에 내정됐다. 김영삼 정부시절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이 전 장관은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민간 전문위원 출신으로 친(親)이명박계로 분류된다.
KBS, YTN에 이은 '낙하산 논란'은 물론, 남중수 사장 구속으로 '표적사정'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친정부 인사를 그 자리에 앉힌 것이어서 파문이 예상된다.
정관개정 '꼼수낙점'…YS의 장관에서 MB의 낙하산으로
특히 이 전 장관의 경우에는 사장 공모과정에서부터 정관상의 결격사유 논란이 일면서 뒷말이 무성했다. KT 정관 제25조는 "회사와 경쟁관계에 있는 회사 및 그와 공정거래법상 동일한 기업 집단에 속하는 회사의 임직원 또는 최근 2년 이내에 임직원이었던 자는 회사의 이사가 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KT의 경쟁업체인 SK그룹의 SKC&C 현직 사외이사를 지낸 이 전 장관은 해당 정관대로라면 사장 공모에 나설 자격이 없다. 하지만 KT 사장추천위원회가 뚜렷한 이유 없이 후보들에 대한 면접일정을 연기했고, 이 과정에서 청와대 개입설까지 불거진 바 있다. 결국 사추위는 정관개정이라는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공모절차를 진행했고, 끝내 이 전 장관이 낙점된 것.
이 전 장관은 김영삼 정부시절 개인휴대통신(PCS) 사업자 선정비리와 관련해 미국으로 도피했다 자진귀국해 구속된 전력도 있다. 결국 2006년 항소심에서 직권남용 등의 혐의에 대해 무죄가 확정되긴 했지만, 당시 △PCS 사업자 선정 배점 방식 변경 사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의 관련성 및 금품수수 여부 등의 논란을 낳았다. IMF 사태 전에는 강만수 장관에 앞서 재경원 차관을 지내며 '실세'로 자리매김하기도 했다.
"국민감시 합법화"…"낙하산 그랜드슬램 달성됐다"
정치권은 당장 반발하고 나섰다. 국가정보원법-통신비밀보호법 개정 움직임과 관련된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의혹도 짙어지고 있다.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은 "정부여당이 전화도감청을 합법화하겠다고 공언한 마당에 KT가 이 전 장관을 내정한 것은 '국민감시 합법화'의 수순이라는 항간의 이야기를 공식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이 전 장관은 이명박 대통령의 민간자문위원이고 KT가 위원들의 반발을 무시하고 정관개정이라는 무리수까지 두는 등 이 씨를 내정한 과정은 정권의 낙하산을 민간기업에까지 투입하기 위한 수순이었다는 의혹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비난했다.
그는 "김영삼 정부 시절 정통부장관이었던 이 씨가 2008년 민간기업에 'MB표 낙하산'으로 투하된 것"이라며 "민주당은 국민을 감시하고 불신을 조장하는 통신비밀보호법의 개악을 반드시 막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동당 부성현 부대변인은 "앞으로 정권에 의한 IPTV, 통신 장악을 지켜봐야 하는 국민의 마음은 참담하기 그지없다"면서 "한나라당이 내놓은 통신비밀보호법이 통과된다면 휴대폰 도감청이 합법화된다. 낙하산 사장인 이석채 씨는 사정기관에게 국민의 인적사항 정보를 제공하는 출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주요 공기업 사장직을 꿰찬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들은 이제 KBS, YTN, KT의 사장직마저 접수했다. 마침내 권력, 공공, 방송, 통신 장악의 그랜드슬램이 달성된 것"이라면서 "낙하산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청와대는 지금 정권안보의 마침표를 찍었다고 축가를 부르고 있을지 모르지만 그 축가가 장송곡이 될 날이 그리 멀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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