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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대상' 구설수…"2010년 MBC, 이게 최선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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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대상' 구설수…"2010년 MBC, 이게 최선입니까?"

[기자의 눈] '스포일러' 황희만, 그리고 유재석의 수상 소감

29일 밤 방송된 MBC 연예대상에서 프로다웠던 것은 오로지 유재석 씨 뿐이었다. '미존개오'(미친 존재감, 개화동 오렌지) 정형돈 씨와 함께 충격적인 분장과 옷차림으로 나온 유재석 씨는 등장에서부터 시상, 수상까지 특유의 열정과 겸손함, 정성을 보여줬다.

그런 유재석 씨가 이질적으로 보일 정도로 MBC 연예대상 방송은 미숙하고 산만했다. 그중 화룡점정을 찍은 것은 대상 시상에 나선 황희만 부사장일 것이다. 그는 시청자에게 간단한 인사말을 건네자마자 연출진의 신호도 기다리지 않고 바로 "대상은 <무한도전>, <놀러와>의 유…"라고 수상자를 발표해 '최악의 스포일러' 사고를 일으켰다. 진행을 맡았던 이경실 씨가 "방송을 모른다"고 황희만 부사장을 구박하며 재발표를 요구했지만 결과는 이미 공개된 후였다.

시청자 중에는 "오늘 연예대상 방송 중에 황 부사장이 가장 웃겼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이날 방송 사고를 보는 몇몇 MBC 조합원들은 복잡다단한 감정이 들었을 것이 분명하다. 황희만 부사장이 누구인가. 엄기영 전 사장 퇴진 이후 '청와대 인사' 논란에 휩싸였던 그는 김재철 사장이 MBC 노동조합과의 합의를 깨고 부사장으로 임명해 지난 4월 MBC 노조의 총파업을 촉발시킨 인물이다.

이 파업 이후 MBC는 적지 않은 후유증을 겪었다. 경영진은 이근행 노조위원장을 해고하는 등 총 104명에게 징계를 내렸고 이근행 위원장은 아직 복직되지 않았다. 이 위원장은 지난 27일엔 사장 퇴진과 미디어법 폐기를 주장하며 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벌금 700만 원 선고까지 받았다.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조인트' 발언으로 압축되는 청와대 인사 개입 파문에 대응한 대가였다.

그 이후 MBC가 걸어온 길은 그간 쌓아왔던 공영방송으로서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과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재철 사장은 지난 9월 가을개편에서 MBC 구성원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후플러스>, 김혜수의 <더블유> 등을 폐지하고 <위대한 탄생> 등 예능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그러나 시사 프로그램을 축소, 폐지한 이후 늘렸다는 MBC의 예능 프로그램도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MBC의 상황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유재석 씨의 대상 수상소감이었다. 유재석 씨는 "<개그야>, 그리고 함께했던 개그 동료들이 잔치에 함께하지 못한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 내년에는 후배들이 많은 웃음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생겨서 많이 웃으면서 이 자리를 지켜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날 MBC 연예대상은 빈약했다. <무한도전>, <놀러와>, <세바퀴>와 같은 버라이어티 프로그램과 <몽땅 내 사랑>, <볼수록 애교만점> 등의 시트콤만이 고루 상을 나눠 받았을 뿐 코미디 프로그램이나 개그맨의 수상은 없었다. KBS 연예대상 최우수상을 수상한 개그맨 김병만 씨가 "방송에서 코미디가 사라져가고 있어 안타깝다. SBS, MBC 사장님들 코미디에 투자해 주십시오"라고 수상 소감을 밝힌 것과 맞닿는다.

시사프로그램이 '권력의 감시와 견제'라는 언론으로서의 기본 책무를 다하기 위한 것이라면 유재석 씨, 김병만 씨가 말하는 '투자'는 장기적인 방송문화 콘텐츠를 키우기 위한 것이다. 이 두가지 모두는 오늘의 MBC에서 볼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김재철 사장이 시종일관 강조해 온 것은 단기적인 성과, 시청률이었고 2010년 한해 MBC의 프로그램은 오로지 이 잣대에 따라 존폐가 갈렸다.

김재철 사장의 '개편' 이후 MBC는 시청자들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는 방송이 됐을까? 연예대상 방송 이후 각종 구설수에 시달리는 MBC의 상황이야 말로 지난 한해의 성적표다. 누리꾼들의 투표 결과에 따라 시상하는 '베스트 프로그램상'을 <세바퀴>가 받은 것을 두고도 투표 조작 논란을 제기하고 나섰다.

방송에서 <세바퀴>는 5만7455표를 받아 5만684표를 받은 <무한도전>을 앞지른 것으로 나왔지만 실제 투표 결과는 <무한도전>이 11만5000여 명, <세바퀴>는 4200여 명의 지지를 받았다는 것. MBC는 "연령 분포에 맞춰 취약 연령층에는 가산점이 부여된다"는 해명을 내놓고 있지만 누리꾼들은 "시청자를 우롱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트위터 등에는 "가중치를 반영했다고 해도 투표 차이가 너무 크다", "28배 차이를 방송사가 뒤집고 시청자가 뽑은 상이라고 할 수 있는가" 는 등의 비판 글이 계속 올라온다.

MBC가 말하는 가중치가 어떤 기준에 따른 것인지는 알수 없다. 다만 "시청자들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누리꾼들의 반발은 오늘의 MBC에 대한 시청자들의 불만과 불신을 보여주는 것임에 분명하다. 또 이러한 모습은 경영진에게 "구성원들과의 합의를 지키지 않는다", "제작진의 의견은 묻지 않는다"고 반발해 온 MBC 조합원들과도 겹친다.

그래서 2010년 방송연예대상은 2011년 MBC를 걱정하게 만드는 자리였다. <뉴스데스크>와 같은 뉴스프로그램이나 시사프로그램, 예능 프로그램 모두에서 단기적인 성과, 시청률에만 집착하면서 민주적인 소통에는 안에서나 밖에서나 거듭 서툰 모습을 보이는 MBC 경영진이 내년엔 '좋은 친구 MBC'를 만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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