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간통신사'로서 매년 국고 300억 원의 지원을 받는 <연합뉴스>에게는 '친정부적이다', '정치적 독립성을 상실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에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심각해졌다는 지적이 많다. 자사 내에서도 평가는 비슷해서, 얼마 전에는 연합뉴스 노동조합이 부장대우 이하 사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공정하지 않다'는 대답이 65.9%에 달하고 '공정하다'는 응답이 겨우 3.9% 그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정치적 독립성' 논란에 더해 최근에는 <연합뉴스>가 사옥 재건축을 추진하면서 정부에 지원을 요청하는가 하면 방송통신위원회에 보도전문채널 사업자 신청을 하는 등 '사세 확장'을 추진하면서 '권언유착' 논란이 커지고 있다.
언론연대와 새언론포럼은 9일 서울 정동 환경재단 레이첼카슨룸에서 연 '국민 세금 받는 연합뉴스, 과연 공정한가'라는 토론회에서는 <연합뉴스>에 대한 비판이 잇따랐다.
MB는 구세주? "신속한 결단으로 한국을 수렁에서 탈출시켜…"
발제자로 나선 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실장은 <연합뉴스>의 △4대강 사업 기획 △이명박 정부 반환점 평가 기획 △한미FTA 협상 관련 보도 등을 분석했다.
김동준 실장은 "<연합뉴스>는 '4대강 기획' 취지에서부터 '정부의 청사진'과 '비전', '정부의 원대한 포부'를 역설하고 있으면서도 4대강 반대 측 입장에 대해서는 '일말의 우려'라고 표현함으로써 애초부터 균형을 상실한 보도태도를 보였다"면서 "8건의 기획기사 내용 역시 최소한의 기계적 균형에도 미치지 못하는 편향된 태도를 보였고, 정부의 입장만 반복 전달함으로써 4대강 사업의 진실을 왜곡했다"고 비판했다.
김 실장은 "<연합뉴스>의 편파성을 볼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는 '4대강 기획 기사'의 제목"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의 '닻 올린 4대강'이라는 기획기사의 각 제목은 ①한강이 다시 숨쉰다, ②수달과 학이 함께 살 남한강, ③금강 살려 백제문화도 복원, ④금강 맑게 해 새만금 살린다 등이다.
또 지난 8월 22일 낸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절반을 평가하는 '이명박 정부 반환점'이라는 17건의 기획 기사 역시 '친정부적 보도'를 넘어 "특유의 현장경험", "과감한 재정집행", "경제대통령" 등 '찬양 일색의 표현'도 보인다는 지적이다.
가령 <연합뉴스>는 "도전과 응전의 정치"라는 기사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은 이런 파고를 특유의 현장 경제 경험과 배수의 진을 친 전력투구, G20(주요20개국)에 대한 주도적 참여 등으로 극복, 세계의 경제모범국의 위상을 찾는 반전의 계기를 잡았다"면서 "연일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열어 대책마련에 전력했고 과감한 재정집행 등의 선제 대응을 통해 `경제 대통령'의 면모를 보였다"고 표현했다.
또 "경제성장 발판 마련"이라는 기사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끝 모를 나락으로 빠질 위험에서 건져내기 위해 비상정부를 선포하고 과감하고도 신속한 정책 결단을 내림으로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수렁에서 탈출한 국가로 만들었다"고 표현했다.
한미FTA 기사에서도 정부와 한나라당을 주요 취재원으로 삼는 한편 제목에 따옴표를 사용한 인용형 기사를 많이 내면서 '찬성, 긍정적'인 의견을 다룬 기사가 다수를 차지했다는 분석이다. 정부·여당이 취재원으로 보도된 건수는 46건으로 전체 보도 기사의 절반을 넘는 반면 민주당(10건), 선진당(2건) 등은 소수에 그쳤다.
김 실장은 "<연합뉴스>의 정치적 독립성은 달성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재원이 정부로부터 나와서 태생적 한계가 있다는 변명은 관영통신사임을 스스로 자인하는 것일 뿐이다. 그 재원은 정부의 것이 아니라 국민의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보도전문채널 때문인가…<연합>은 신청 말아야"
조준상 언론연대 사무총장은 <연합뉴스>의 두드러진 친정부적 보도가 '보도전문 채널'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조준상 소장은 "언론이 종편-보도의 노예가 되고 있다. <연합뉴스>도 예외가 아니다"라며 "조선, 중앙, 동아, CBS 등은 사기업이기 때문에 이 사업에 지원할 수 있겠지만 국가기간통신사인 <연합뉴스>만큼은 법적 논란이 있는 이 사업을 신청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노종면 언론노조 민실위원장은 "<연합뉴스>의 보도는 '정부 입장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단계'를 넘어 '정부를 편드는 단계'에 이르렀다"면서 "그럼에도 경쟁사가 없기 때문에 언론사들은 계약하지 않을 수 없는 상태다. 종합편성채널과 같은 논리를 도입하면 통신사도 경쟁체제를 갖춰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노영란 매비우스 사무국장은 뉴스통신진흥에관한법률에 따라 만들어진 '수용자 권익위원회'를 두고 "독자와 수용자의 비판 목소리를 담기에는 위원회 구성이 적절치 않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현재 연합뉴스의 수용자 권익위원에는 NHN 이사,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무 등이 포함돼 있다.
노영란 국장은 "수용자 권익위 구성을 보면 <연합뉴스>가 생각하는 수용자가 비즈니스 파트너는 아닌지 의심된다"며 "네이버 메인에 <연합뉴스> 기사가 들어가는 것과 NHN 이사가 수용자 권익위에 들어간 것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도 "수용자 권익위는 고객 불만 해소 차원이 아니라 소수 약자의 의견을 대변하는 곳"이라며 "(언론사에 공급하는) 도매라는 특성 때문으로 그렇게 구성했다면 인식을 달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희용 <연합뉴스> 미디어전략팀장은 "오늘 나온 지적들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면서도 "통신사 기사작성 시스템이나 내부 상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측면도 존재한다"고 반론을 폈다. 그는 "회사 입장에서는 보도채널 심사를 앞두고 토론회가 부담되기 때문에 다른 예비 사업자와의 형평성을 감안해 연기 요청을 했는데 그대로 진행됐다"고 유감을 표했다.
이 팀장은 "전체 기사가 아닌 일부 기사를 부각해서 보다보면 <연합뉴스> 구성원들이 억울한 측면이 생긴다"며 "기사에서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을 수 있는데 몇 개의 기사만 분석하면 전체를 왜곡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