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은 7일 서울 중구 서울시별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면 무상급식으로 인한 갈등 상황을 방치 할 수 없고, 서울의 미래를 어둡게 물들일 수 없다"며 "교육 주체들의 대승적 결단을 제안한다"고 토론 제안 배경을 설명했다.
오 시장은 이를 위한 방법으로는 교육주체들이 참여하는 TV 공개토론을 제안하며 "1대 1도 좋고 삼자 이상의 다자토론도 좋다"며 "교육감과 시의회 등 전면 무상급식을 주장하는 그 누구든 진정성으로 제안에 응해 달라"고 촉구했다.
"토론 거부는 비겁하다고 생각한다"
오 시장은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을 두고 "곽 교육감은 TV토론에 나와 국민들을 설득해야 한다"며 "정치적 다툼에 말려들기 싫다며 토론을 거부하는 자세는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오 시장은 "곽 교육감의 당선 자체가 무상급식에 대한 사회적 동의라는 유일한 논거로 토론을 거부한다는 건 비겁하다고 생각한다"며 "반드시 토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오세훈 시장이 7일 기자회견을 열고 무상급식 관련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연합뉴스 |
오 시장은 민주당에서 토목 예산을 삭감하고 그 돈으로 무상급식을 하면 된다는 주장을 두고도 "그런 주장은 매우 정치적이다"라고 일축했다. 오 시장은 "토론을 하자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며 "민주당이 삭감을 요구하는 예산들이 과연 불필요한 예산인지는 반드시 논의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시장은 "기본적으로 무상급식 처럼 소득과 상관없이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는 건 무차별적 복지"라며 "이런 식으로 확장을 하면 증세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민주당에서는 고소득층 세금을 높이면 되지 않느냐고 하겠지만 세금은 고소득층만 올리기 쉽지 않아 중산층의 세금까지 높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 시장은 "하지만 이러한 것은 불편한 진실이기에 아무도 말을 하지 않는다"라며 "이러한 것을 공론의 장에서 떳떳하게 펼치고 10년 후 대한민국에서 무엇을 첫째 정책으로 할 것인가, 앞으로 교육 정책을 최우선적으로 어디에 둘 것인가를 TV토론을 통해 논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서울시의회 민주당 "토론 하고 싶으면 의회에 나와라"
하지만 토론 성사 가능성은 낮다. 곽노현 교육감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기자회견에 앞서 제안한 무상급식 관련 공개토론회를 거절한다고 밝혔다. 또한 서울시의회 민주당 의원들도 토론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의회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서울 중구 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이들 밥 먹이는 걸 가지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불순한 의도"라고 일축했다. 이들은 "정말 토론을 하고 싶다면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으로 와서 하자"며 "토론을 위해 기다리는 의원은 무수히 많다"고 시정 질의 참석을 요구했다.
오승록 대변인은 "오 시장이 의회 안에서 무상급식을 논의하는 게 아니라 자꾸 장외에서 무상급식을 논의하자고 하는 저의를 모르겠다"며 "이는 의회민주주의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또한 서울시가 무상급식 조례안이 위법하다는 주장을 두고도 "학교 급식법을 보면 '시장이 급식에 관한 지원을 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며 "무상급식 조례안을 보면 서울시에서 무상급식을 시행하라는 게 아니라 지원하라고 한 것"이라고 밝혔다.
오 대변인은 "그럼에도 서울시에서는 교육감 권한을 침범했다며 위법하다고 한다"며 "설사 위법하다고 한다면 법원에서 판단을 해야지 이걸 빌미로 의회까지 참석하지 않는 것은 비겁하고 치졸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보수층 표 결집 효과를 위해 무상급식 반대하고 있다"
오세훈 시장은 지속적으로 시정 질의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또한 장외에서 무상급식과 관련된 자신의 생각을 적극 알린다는 계획이다. TV토론도 지속적으로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러한 그의 행보를 두고 차기 대권을 위한 마케팅 전략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7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오 시장은 다른 정치적 큰 뜻이 있는 분으로 알고 있다"며 "아마 무상급식이라는 단순한 한 가지 정책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중요한 잣대로 된 무상급식을 세게 반대하면 보수층 표가 결집되는 효과를 보이지 않느냐는 판단이 있는 듯하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그래서 오 시장답지 않은 거칠고 무모한 승부수를 던지며, 정치적 도박을 하고 있다"며 "이렇게 하면 안 된다. 아이들 무상급식 준다고 나라가 망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도 "교육감이 대선겨냥 행보에 들러리를 설 수는 없다"고 오 시장의 토론 제안을 일축했다.
무상급식 토론과 관련해서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은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애서 "올해 초부터 친환경무상급식연대는 오 시장에게 무상급식 관련 토론을 하자고 수차례 제안했었다"며 "하지만 오 시장은 이를 모두 거부했다"고 밝혔다.
안 팀장은 "급식 관련 10년 가까이 고민하고 연구해온 사람들이 모인 무상급식연대와 토론을 하지 않으면서 정작 논란이 되니 시의원과 교육감 등과 토론을 한다고 한다"며 "무상급식을 정책적으로 논의하려는 게 아니라 설전을 통해 자신의 입지를 견고하게 하자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무상급식 단체들은 오 시장의 토론 제안에 "우리랑 하자"고 역제안 한 상태다.
한편 오 시장은 시의회가 무상급식조례안을 자진철회 하지 않을 경우, 법률 자문 및 조례규칙심의회 등의 절차를 거쳐 재의요구는 물론 법적 대응까지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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