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토론 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해운대 화재 청소노동자 사법처리 반대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온 이후 트위터 등에서 소식이 퍼져 나가 16일 오후 5시까지 9349명이 서명에 참여했다.(☞ 바로가기)
누리꾼 '날고싶은 오리'는 "애초 제대로 된 소방시설이나 관리 규정을 지키지 않아 발생한 화재인데, 어찌 이분들에게 법의 잣대를 들이대며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건지 모르겠다"며 "이 나라의 법은 돈 있는 사람에게 한 없이 관대하고 가난한 사람들에겐 억울한 희생만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누리꾼 'Amy Kang'은 "미화원들이 식사할 때 자리가 없어 찬 바닥에 박스 하나 깔고 도시락 먹는 것을 여러 번 봤다"며 "준공할 때 이런 공간 하나 만들지 않고 허가해주는 사람들에게 사법처리는 아니더라도 책임정도는 물어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누리꾼 '아티스트-Chae'는 "전기 사용과실이 되도록 방치한 쪽이 잘못"이라며 "이런 식이면 담부터 미화원 뽑을 때는 전기과 졸업한 사람을 뽑아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비난했다.
|
| ▲ 화재 당시 부산 해운대 오피스텔 모습. ⓒ연합뉴스 |
입건된 3명의 청소 노동자들의 억울함에 대한 호소가 (가)공공운수노조준비위원회 소식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세히 알려지면서 누리꾼들의 많은 지지를 얻기도 했다.
이들은 "불날 당시 콘센트를 쓰는 게 별로 없었다"며 "콘센트 자체도 우리가 설치하고 꽂은 게 아니라 관리소장이 만들어줬다"고 주장했다.
입건된 윤모 씨는 "바깥에 있었는데 불이 났다고 하길래 뛰어 들어갔다"며 "하지만 그 때는 불길이 이미 많이 번져 진입할 여건이 못 됐다"고 설명했다.
입건된 최모 씨는 "우리는 그 자리에(휴게실)에 매일 있는 게 아니다"라며 "무슨 일이 있으면 뛰어 가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 씨는 "거기 있는 시간은 일하기 직전 잠깐"이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윤 씨도 "휴게실은 뭘 해먹고 쉬고 그러는 곳이 아니다"라며 "옷 갈아입는 아침 시간에 잠시 들러 15분 정도 커피를 마시면서 그날 할 일을 이야기 하는 곳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윤 씨는 "일을 하다보면 솔직히 담배 한 대 피울 시간도 없다"며 "휴게실에서 노닥거리고 놀 수 있는 시간은 사실상 없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고층 오피스텔에서 나오는 쓰레기 분리수거, 유리창 닦기, 화장실 청소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함께 입건된 주모 씨는 "화재 발생 이후 해운대 경찰서에서 처음엔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를 시작했다"며 "그렇게 18번이나 다녀왔다. 우리야 부르면 무조건 갔다"고 말했다.
주 씨는 "그렇게 조사를 계속 받으니 나중에 조사를 받을 때는 내가 진짜 불을 질렀나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당시 조사 분위기를 전달했다. 주 씨는 "그런데 조사를 받다보니 어느 순간 우리를 피의자로 한다고 경찰에서 그랬다"며 "법적인 걸 모르니 그냥 넘어갔는데 나중에 뉴스를 보니 입건을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주 씨는 "우린 그냥 주어진 일을 한 죄밖에 없는 데 왜 피의자가 되고 입건이 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황당하고 마음이 착잡하다"며 "현재 세 명 다 마음고생이 심하다"고 전했다. 주 씨는 이번 일로 체중이 6KG이나 빠졌다.
주 씨는 "우리가 쓰레기를 치우는 일을 하고 있지만 우리까지 쓰레기로 보지 말아 달라"며 "지금 우리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억울하게 생각을 하고 있다. 일한 죄와 최초로 불을 본 죄 밖에 없는데 왜 입건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인터뷰 전문보기)
경찰, 아직도 결론 못 내려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지난달 28일 "4층 남자 탈의실 출입문 바깥에 놓여 있던 속칭 '문어발식' 콘센트에서 스파크가 튀어 화재가 발생했다"며 관리소장 정모(54) 씨와 방화책임자, 환경미화원 3명 등 5명을 업무상 실화 및 업무상 과실치상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그러나 입건 후 보름이 넘도록 결론을 내리지 못 하고 검찰에 송치하지 않고 있어 이들 청소 노동자에 대한 실제 사법처리 여부가 주목된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