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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원 하던 낙지, 700원도 못 받아…미끼 파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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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2천원 하던 낙지, 700원도 못 받아…미끼 파는 게 낫다"

[현장] 낙지 어민들 상경 시위 "재검증도 못 하나"

"한 마리에 2000원 하던 낙지가 700원도 못 받아. 안 그래도 근근이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어민들인데… 그렇게 질러만 놓고 수습하는 모습은 보이지도 않아. 대체 어떻게 살라는 건지 알 수가 없어."

전남 고흥에서 새벽 5시 30분에 버스를 타고 서울로 올라온 김근창(58) 씨는 담배 한 모금을 깊게 내뱉으며 이렇게 말했다. 26년째 자신이 태어난 고향에서 낙지 조업을 하고 있는 김 씨는 "어업을 시작한 이래 이렇게 힘든 적은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의 머리에는 '생존권 사수'라는 문구가 적힌 띠가 묶여 있었다.

"오세훈의 반복된 낙지 위험 발언 때문에 지금 낙지값은 똥값"

전남 고흥, 장흥, 강진, 신안, 진도 등 낙지 원산지로 잘 알려진 지역의 어민들로 구성된 전국수산자원보호협회 회원 1000여 명이 25일 서울 중구 서울시별관을 찾았다. 지난 9월 13일 서울시에서 '낙지 먹물과 내장에서 기준치 이상의 카드뮴이 검출됐다'고 발표한 것에 책임을 묻기 위해서다.

30일 식약청에서 '낙지의 카드뮴은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라고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이후에도 오세훈 서울시장은 국정감사 등을 통해 재차 낙지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이로 인해 시가 2000원 하던 낙지는 1000원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 씨가 버스로 6시간이 넘게 걸리는 서울을 찾은 이유다.

▲ 25일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낙지값 하락의 책임을 물기 위해 1000여 명의 어민들이 서울시청 별관을 찾았다. ⓒ프레시안(최형락)

"서울시 발표 이후 낙지 값이 바닥까지 내려갔어.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지. 자고 일어나니 전날의 반값도 받지 못하게 됐으니 말이야. 그나마 시간이 지나면서 낙지 값이 겨우 원상복귀가 되려는데 오세훈 시장이 또 재를 뿌렸어. 국정감사에서 또다시 낙지가 위험하다고 말했잖아. 결국 그 여파를 견디지 못하고 낙지 값은 지금 똥값이야."

김 씨가 낙지를 잡는 방법은 통발을 통해서다. 통발에 미끼로 갯벌에 서식하는 칠게를 넣어 낙지를 유인해 잡는 방식이다. 하지만 미끼 구입비가 어획고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어 그다지 이익이 남지 않는다. 그런 와중에 이런 일까지 터졌으니 답답할 수밖에 없는 노릇.

김 씨는 "어민들은 하루하루 힘들게 조업을 해서 겨우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이번에 그런 어민들에게 오세훈 시장은 강펀치를 날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모아놓은 돈이라도 있으면 이런 어려움을 견뎌낼 여유라도 있을 텐데, 그것도 없으니 죽을 맛이다"라고 답답해했다.

"대체 어떤 낙지를 가지고 실험을 한거야?"

김 씨가 조업을 하는 고흥 녹동 지역은 현재 낙지를 잡는 어민이 전무하다. 현재 단가로는 낙지를 잡기 위해 바다로 나가는 배 기름 값도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김 씨는 "아직도 잘 이해가 가지 않는 게 대체 어떤 낙지를 가지고 실험을 했길래 그런 중금속이 검출됐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김 씨는 "내가 태어나고 살고 있는 남해안 고흥은 오염원이 전혀 없는 지역"이라며 "낙지는 못 먹어서 그렇지 먹으면 먹을수록 몸에 좋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씨는 "오세훈 시장이 식약청과 공동으로 우리 지역에서 난 낙지를 재검사하면 우리 어민들 마음도 편안해질 것"이라며 "하지만 존심이 있어서 죽어도 재 실험은 하지 않겠다고 한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지금도 지금이지만 앞으로가 더욱 걱정이다. 낙지철인 요즘 통발을 바다에 띄어야 할 시기임에도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낙지 값의 절반에 해당하는 미끼 값이 부담스럽다. 김 씨는 "현재 가격으로는 차라리 미끼를 내다 파는 게 타산에 맞다"고 쓴 웃음을 지었다.

김 씨는 "정치인들의 말 한 마디로 인해 그간 수차례 피해를 본 게 우리"라며 "하지만 그것에 대한 수습이라든가, 피해보상에 대해서는 일절 대응이 없는 게 정치인"이라고 지적했다. 김 씨는 "한 번 왜곡된 이미지가 다시 원상 복귀되기란 힘든 게 현실"이라며 "앞으로 얼마나 있어야 사람들의 머리에서 중금속 낙지라는 딱지가 떼어질지 걱정이다"고 한 숨을 내쉬었다.

▲ 집회에 참가한 어민 중 한 명이 '검증되지 않은 서울시의 발표는 원천무효'라는 피켓을 들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 어민 대표들은 오세훈 시장과의 면담을 요청했으나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시는 대표단과의 만남 자리에서도 발표 번복은 할 수 없다고 재차 입장을 확인했다. ⓒ프레시안(최형락)

"무분별할 서울시의 안전성 검사로 낙지 어민 죽어간다"

전국 낙지 어민들로 구성된 전국수산자원보호협의회는 이날 서울시 별관 앞에서 '중금속낙지머리 발표에 대한 전국어업인 궐기대회'를 열고 서울시의 공식 사과와 피해보상을 촉구했다.

이들은 "식약청과의 사전협의 없이 여론 몰이식 서울시의 낙지 머리 중금속 발표에 어민들은 분노하고 있다"며 "서울시의 무분별한 안전성 검사로 인해 전국 낙지 어민들은 죽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서울시의 발표를 반박하는 식약청의 설명 자료가 배포되었음에도 서울시는 당초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며 "게다가 표본조사의 의구성, 어가소득의 현저한 하락 등으로 전국 어업인들이 분노하지만 서울시는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에 오세훈 서울시장은 직접 낙지 파동에 대한 발표를 철회하고 잘못된 표본 구입으로 인한 어업인들의 물질적 피해에 대해 정중히 사과하고 보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창영 수산자원보호협의회 공동대표는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며 "허황된 검사결과로 어민들이 죽어가고 있는데도 서울시는 그저 방관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결국 어민을 발톱의 때만큼도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성실하게 살아온 어민들이 왜 국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으며, 생계까지 위협을 받아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김 대표는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린다"며 "우리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결의대회를 마치고 어민 대표 5명은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면담을 요청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이들 대표들은 대신 신면호 서울시 복지건강본부장과 면담한 자리에서 서울시 발표 철회, 어민들의 피해에 대한 정중한 사과와 보상을 요구했다.

서울시는 낙지 어민들에게 피해를 준 점은 사과했지만 서울시의 발표 철회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손해배상과 관련된 구체적 언급도 없었다.

▲ 집회가 끝난 뒤 어민들 몇 명은 낙지의 안전성을 강조하기 위해 직접 지방에서 가져온 낙지를 시식하는 퍼포먼스도 진행했다. 이들은 머리도 남김없이 먹었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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