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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지 먹어? 말아?"…무책임한 국가, 냉가슴 앓는 어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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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지 먹어? 말아?"…무책임한 국가, 냉가슴 앓는 어민들

[기자의 눈] 카드뮴 논란, 재조사가 그렇게 어려운가

먹거리에 대한 안전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그것이 서로 상반된 의견으로 엇갈려서 강조될 경우 받아들이는 이는 혼란을 겪게 된다. 먹어도 된다는 건지, 먹지 말아야 한다는 건지…. 결국 논쟁이 생기니 소비자들은 '뭔가 있지 않겠나' 하는 불안한 마음에 일단 안 먹고 본다.

낙지가 연일 논란이다. 지난달 13일 낙지 머리와 내장에서 중금속인 카드뮴이 기준치 이상 검출됐다는 서울시의 발표로 촉발된 낙지 논란이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지난달 30일 낙지는 안전하니 먹어도 된다는 발표를 했지만 오히려 이는 낙지 논란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먹어도 되는 건지 안 되는 건지 헷갈리기만 하다.

그런 와중에 서울시에서는 20일을 '낙지day'로 정하고 서울시 직원 1700명에게 낙지요리를 점심 식단으로 제공했다. 재미있는 점은 오세훈 시장이 그간 주장해온 위험성이 포함된 낙지 머리는 제외한 낙지였다. 반면 서울시 성동구청에서도 이날 구내식당에서 낙지요리를 직원들에게 제공했다. 서울시와는 반대로 낙지 머리가 포함된 연포탕이었다. 지자체들끼리도 서로 엇갈리는 상황이다.

▲ 20일 서울 서소문 서울시청 구내식당에서 열린 '서울 낙지데이' 행사에서 시청 직원등이 먹물과 내장부분을 제거한 전남 무안의 낙지로 만든 비빔밥을 먹고 있다. ⓒ연합뉴스

죽어나가는 건 낙지로 생업을 이어가는 지역 어민들이다. 제철인 낙지 값은 한없이 추락하고 있다. 현재까지 피해액은 100억 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논란을 불러일으킨 서울시와 식약청, 농림식품부 등은 현재 낙지 논란에 아무런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단 향후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식품 실험 조사 결과를 발표할 경우 관련 기관 간 협의를 거치는 것을 논의 중이다. 서울시에서는 검사 기준, 관련 제도 등을 중앙정부와 충분히 협의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서울시, 식약청 등은 이번 낙지 안전성 실험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공동으로 재실험을 하는 것도 부정적이다. 조사를 한다 해도 서로 실험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달라질 게 없다는 입장이다.

대신 서울시에서는 이번 논란으로 피해를 입은 어민들을 위해 낙지 소비 촉진 운동에 나설 방침이다. 단 낙지는 먹물과 내장만 빼면 문제없이 먹을 수 있다는 점도 적극 홍보한다는 계획이다. '낙지day'도 그 일환이다. 2년 전에 봤던 풍경이다. 광우병 촛불시위가 한창이던 때 청와대는 구내식당에 미국산 불고기를 내놓고서 "우리도 먹으니 안심하고 드시라"고 했다.

식약청의 경우 지난 30일 발표 이후 아무런 대응책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식약청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낙지 논란과 관련해 "서울시 실무진과 논의 중에 있다"는 답변만을 내놓았다.

어민들의 생업과 소비자의 먹거리를 책임져야 하는 농림수산식품부도 마찬가지다. 농림부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우리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설 경우 되레 논란은 더욱 커져 어민들의 피해가 더욱 커진다"며 몸을 사리고 있다.

낙지에 카드뮴이 있는지 없는지, 있다면 인체에 위험한 수준인지 아닌지, 국내산과 중국산의 차이가 있는지 없는지 국가 기관 어느 한 곳 딱 부러지게 결론 내 주는 곳이 없다. 이런 상황에 중국산 낙지를 국내산으로 속여 판 업자가 구속되면서 소비자들은 더 혼란스럽기만 하다. 시중의 국내산과 중국산 낙지를 대대적으로 수집해 다시 공동으로 조사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낙지의 고장인 장흥과 고흥, 신안 등 서남해 어민 700여 명은 참다 못해 25일 서울로 상경해 '중금속 낙지머리 발표에 대한 전국어업인 궐기대회'를 가질 예정이다. 또한 궐기대회 이후에는 어민들이 서울시에 손해배상 청구할 계획이다. 그만큼 절실한 상황인 셈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어민들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 본격적인 세발 낙지철을 맞이했지만 작년의 반값에도 팔리지 않고 있다. 하루에도 수백 마리가 수족관에서 폐사를 하고 있다. 대부분 낙지잡이 어민들은 생계형 어업으로 낙지잡이를 하고 있어 당장 생활비도 부족한 판이다. 이들에게 국가는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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