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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리반의 추석은 외롭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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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리반의 추석은 외롭지 않습니다"

농성 270일째, 단전 62일…"변한 것도 없고 포기도 없습니다"

20일로 벌써 농성 270일째다. 단전이 된 지는 62일이 지났다. 하지만 변한 건 아무것도 없다. 마포구청과 한국전력공사의 '모르쇠'도 여전하고, 이로 인해 어두운 실내에서 더위와 싸워야 하는 상황도 여전하다. 시행사인 남전디앤씨의 묵묵부답도 여전하다. 홍대 지하철역 앞 재건축 지역에서 농성 중인 칼국수집 '두리반' 이야기다.

2009년, 크리스마스이브 때 두리반 가게가 용역들에 의해 철거된 이후 단 하루도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지난 9개월 간 일도 많고 탈도 많았다. 무엇보다 큰일은 지난 8월에 끊긴 단전이다. 그로 인해 선풍기 한 번 제대로 틀지 못하고, 전등 하나 제대로 켜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단전으로 고통스러운 두리반

이 문제의 해결을 한국전력에 요구했으나 법률적 문제로 인해 다시 전기를 연결시킬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마포구청에서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농성까지 벌였으나 마포구청에서는 발전기 한 대만을 주고선 이후 일체의 면담도 거부하고 있다. 두리반 철거반대 대책위원회에서는 매일 아침 출근 시간과 퇴근 시간에 마포구청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지만 요지부동이다.

▲ 두리반 내부 전경. 농성한 지 270일이 되었고, 단전이 된지는 62일이 되었다. ⓒ프레시안(이경희)

두리반 사장 안종녀 씨 남편 유채림 씨는 "박홍섭 마포구청장은 민주당 후보자 시절 두 차례나 두리반을 방문했을 뿐만 아니라 당선자 신분으로도 한 차례 방문해, 무엇보다도 두리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다"며 "하지만 해결은커녕 끊긴 전기 문제도 외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단전 이후 옥상에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했고, 자전거 발전기도 마련했다. 하지만 이것들로는 전기를 충원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자전거를 하루 종일 굴려도 선풍기를 3시간 이상 틀지 못했다. 한 개 밖에 켜지 않는 전등도 밤 10시가 되기 전에는 꺼진다.

어쩔 수 없이 어둠을 밝히기 위해 켜는 촛불은 가뜩이나 더운 두리반 공기를 더욱 덥게 만든다. 그래도 촛불에 의지해 밤을 보낼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끝없는 농성, 하지만 지칠줄 모르는 연대의 손길

무엇보다도 힘든 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싸움이다. 아직까지 시행사인 남전디엔씨와는 협상 한 번 제대로 해보지 못했다. 수입이 끊겨 제대로 생활하기란 불가능한 상태다. 유채림 씨는 농성을 위해 휴직을 낸 회사에서 지난 4월 퇴직했다. 그때 받은 퇴직금으로 그나마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찌는 듯한 더위도 물러나고 있어 그나마 두리반에서의 생활은 나아지고 있지만 추석 이후 추워지는 날씨도 걱정이다. 지난 겨울의 경우, 전열기와 전기장판으로 겨우 견뎠지만 단전이 된 이상 그것은 요원하이다. 벌써부터 겨울이 걱정되는 이유다.

그래도 웃을 수 있는 이유는 함께 두리반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 때문이다. 매주 화요일에는 영화제를 상영하고,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인디 밴드들이 공연을 진행한다. 매일 밤에는 두리반을 걱정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두리반 대책위원회 명의로 두리반 단전의 상황을 알리는 광고를, 573명의 후원금으로 <경향신문>에 게재하기도 했다. 얼마 전 연 후원주점은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참석해 발 디디틈 조차 없었다. 500만 원이 넘는 후원금이 모였다. 전기가 끊겼다는 소식을 듣고, 인근 지하철 공사장에서는 들키지 않는 선에서 공사장 전기를 가져다 쓰라고까지 했다.

하지만 정중히 사양했다. 잘못은 한국전력에서 했음에도 이를 시정하지 않아 되레 '도전'을 쓴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유채림 씨는 "처음 농성을 시작할 때는 용역들이 폭력을 행사하는 것에 두려움과 분노를 느꼈다"며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제는 정부와 공사 등에서 거짓말을 하는 것에 심한 분노를 느낀다"고 답답한 심정을 설명했다.

▲ 두리반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기. 유채림 씨는 흐린 날은 햇빛을 제대로 받지 못해 안 그래도 부족한 전기가 더 부족하다고 했다. ⓒ프레시안(이경희)

추석 때, 함께 해온 사람들과 두리반에서 송편 빚고 윷놀이

추석 당일인 22일에는 여태껏 함께 두리반에 연대해온 단체 회원과 사람들이 두리반을 찾을 예정이다. 함께 송편도 빚고 윷놀이도 진행할 계획이다. 추석임에도 차례를 지내는 건 어려운 두리반 부부를 염려한 조그마한 이벤트이다.

두리반 대책위에서 일하고 있는 조약골 씨는 "두리반은 여느 농성장과는 달리 다양한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며 "인디밴드를 비롯해 전국철거민연합회 회원들, 누리꾼 등으로 항상 붐빈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이 고향을 찾는 추석 때도 마찬가지다.

유채림 씨는 "농성을 진행한 지 9개월이 지났지만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며 "게다가 단전까지 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게 힘들다"고 토로했다. 유채림 씨는 "하지만 그가 버틸 수 있었던 건 함께 해주는 사람들 덕분"이라며 "이번 추석 때는 그들과 함께 보낼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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