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들이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방송국의 불합리한 방송 관행을 폭로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방송인 김미화 씨가 한국방송(KBS)에 대해 '블랙리스트' 의혹을 제기한데 이어 최근 인기그룹 DJ DOC의 이하늘 씨는 SBS가 '패키지 출연을 강요하고 있다'며 비판했고 가수 김C 역시 SBS의 음악 프로그램을 비판했다.
그간 방송국과의 관계에서 '약자'였던 연예인들의 잇단 방송 비판 발언은 그간의 방송 풍토에서는 보기 힘든 것이다. 신문이나 방송 등 여타 매체를 통하지 않고 시민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트위터가 연예인들이 목소리를 낼 창구로 기능하고 있는 셈이다.
이하늘 "가수들을 방송 소모품으로 생각하나"
최근 인기그룹 DJ DOC의 이하늘 씨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SBS의 특정 프로그램 명을 거론하며 '출연 강요' 의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하늘 씨은 1일 자신의 트위터에 "거지 같은 <인기가요> 누구를 위한 무대인가. <강심장>에 출연 안하면 자기네 방송에도 출연 안 시켜주신다며 스케줄을 빼주셔서 고맙게도 널널한 주말 보내게 해줬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왜 서로가 필요하고 원해서 만들어가는 방송이라면 좀 더 서로를 존중해주지 않는가?"라며 "음악방송 PD를 향한 기획사들의 일방적인 짝사랑도 문제지만 가수들을 자기 방송에 소모품 정도로 생각하는 PD들의 권위의식에 토 나온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런 방송 <인기가요> 우리 DOC는 안하기로 했다. 정중히 사양한다"면서 "아무리 그래도 공정해야할 음원차트가 왜곡돼선 안된다. 그들은 오늘 비겁했다"고 강경하게 비판했다.
이에 SBS는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SBS는 "DJ. DOC가 인기가요에 출연하지 않았으나 SBS의 다른 프로그램 <김정은의 초콜릿>에 출연했으며 DJ DOC의 다른 멤버 김창렬 씨는 SBS 라디오 <김창렬의 올드스쿨>을 진행하고 있고 최근 <강심장>에도 출연했다"고 반박했다.
이후 이하늘 씨는 3일 다시 트위터에 글을 올려 "김창렬과 SBS 본부장을 만났다. 김창렬이 진행하는 라디오와 이번 문제를 별개로 생각해 줘 감사하다"면서 "그 보답으로 패키지 출연 문제에 대해선 무엇이 진실이었는가는 더이상 언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다만 날 양치기 중년으로 만든 SBS <인기가요> 제작진 측에는 사과를 부탁한다"면서 "가요 프로그램 특성상 오랜 관습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겠지만 이번 일은 깔끔한 사과와 앞으로 동료 가수 선후배들에게 존중하겠다는 작은 약속 하나면 더이상 바랄게 없다"고 밝혔다.
또 그룹 '뜨거운 감자'의 김C도 4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SBS의 방송 프로그램을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간만에 투덜대고 싶네. 월드컵 때문에 출연팀 많다고 2곡만 부르라더니 빙상의 신에게는 3곡을 부르라하시네 대단하시군요. 하하하"라는 글을 올렸다.
지난 8월 1일 방송된 SBS <김정은의 초콜릿>에 출연한 김연아 선수가 3곡을 부른 것을 두고 비판하고 나선 셈이다. 음악 프로그램이 가수나 음악 보다는 스타와 이슈 중심으로 흘러가는 것을 꼬집었다는 해석이다. 이에 SBS는 "앵콜 때문에 김연아 선수가 한 곡을 더 불렀고 이를 방영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트위터가 공개적 문제제기 가능케…연예인은 여전히 '을'"
이러한 모습은 앞서 방송인 김미화 씨가 자신의 트위터에서 KBS에 대해 "블랙리스트가 있나 밝혀달라"며 의혹을 제기한 것과 겹친다. 이하늘 씨가 '부당한 방송 관행'을 비판한 것처럼 김미화 씨 역시 KBS의 명예훼손 고소에 반박하는 기자회견에서 "임원 여러분들이 연기자의 밥줄을 쥐고 있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함부로 대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탁현민 한양대 겸임교수는 "기존의 연예인들이 방송사에 불만이나 문제를 제기할 때 소속사를 통해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등 말하자면 비선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하는 방식었다면 지금은 직접적, 공개적으로 문제제기할 수 있는 트위터라는 장이 열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탁현민 교수는 "트위터를 통해 문제제기를 하는 것과 방송사와 연예인 간의 역학 관계 변화는 별개의 문제"라며 "방송사와 연예인의 관계는 여전히 갑을 관계고 문제제기 할 수 있는 연예인은 1%뿐 나머지 99%는 '을'이다. 이하늘, 김C, 김미화 씨가 문제제기를 했다고 해도 역전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위터는 소속사나 언론 등 중재하는 장치를 거치지 않아 의견을 분명히 밝히고 때로는 공격도 할 수 있다"며 "다만 그렇기 때문에 정제되지 않은 표현이 나오거나 전략적 사고를 하지 않은 말로 인해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키기도 한다는 점도 생각해야할 것"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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