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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건, 우익방송의 전성기를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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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레이건, 우익방송의 전성기를 열다

[장행훈의 광야의 외침] 보수 토크쇼와 기독교 방송이 만났을 때

미국에서 보수 우익이 방송을 장악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해 준 것은 레이건 대통령이다. 보수의 우상인 레이건은 집권 2기에 방송의 탈선을 예방하는 공정성 원리(fairness doctrine)를 폐지했다. 방송이 피해자로부터 항의 받을 우려 없이 정치적, 이념적 문제를 일방적으로 이야기할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보수 방송인들이 바라던 바였다. 이들은 민주당 정책이나 진보주의자들의 태도를 일방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법적 보장을 얻게 됐다. 청소년 문제나 포르노 같은 제한된 영역을 제외하고는 종전의 방송윤리는 사라지게 됐다. 정치 문제에 관한 한 언론 자유라는 명분 아래 방송의 '방종'이 합법화됐다고 볼 수 있다.

돈 많은 보수와 자본은 방송국을 매입해서 보수 이념을 선전하고 진보 리버럴과 그 미디어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보수는 반(反)리버럴 캠페인에 기독교 보수를 끌어들였다. 종교의 자유를 앞세운 기독교 우익 방송의 보수 지지는 반민주적인 보수에 '정당성'의 외투를 입혀주었다. 이렇게 해서 정권을 잡은 보수 정치인들은 보수가 더 많은 미디어를 장악할 수 있도록 미디어 소유의 규제를 푸는 데 앞장섰다. 그 동안 공화당 정권 아래서 언론자유에 해로운 악순환이 계속된 배경이다.

정치 보수와 종교 우익의 결합은 공정성 원리가 사라진 방송매체를 그들의 이념과 가치를 선전하고 보수 정당의 집권을 결정적으로 도와주는 1석 2조의 효과를 가져다주었다. 그러나 그 대가는 저널리즘의 타락이었고 미국 민주주의의 후퇴였다. 보수 방송의 확산과 그 탈선에 점점 우려가 팽배하고 있는 것은 단순히 미디어 시장이 보수에 유리하게 바뀌고 있어서가 아니라 바로 저널리즘을 정치적, 이념적 선전의 도구로 전락시키고 이것이 곧 민주주의 자체를 위협하는 해독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수 미디어에서 10여 년을 살아 온 데이비드 브록이 체험을 통해 고발하는 우익 미디어의 우려스러운 사례를 추려 소개한다.

우익 싱크탱크, 종교 방송과 당파 정치를 결합시키다

우익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의 창설자인 폴 웨이리치Paul Weyrich)는 1970년대 중반 쿠어스 맥주회사 사주 조 쿠어스(Joe Coors)의 후원으로 콩그레스 재단(Congress Foundation)을 설립한 후 방송 경력을 살려 우익의 텔레비전 진출을 주도했다. 그는 텔레비전을 활용해서 보수 이념과 세력을 확산할 계획이었다. 쿠어스는 웨이리치의 제안에 따라 아직 케이블 시대가 시작하기 전인 70년대에 24시간 뉴스를 보도하는 '텔레비전 뉴스 방송(Televison News lnc.')을 뉴욕시에 설립했다. 쿠어스는 방송의 '뉴스 국장'으로 닉슨의 보좌관을 지낸 보수 홍보전문가 로저 아일스(Roger Ailes)를 채용했다. 머독이 아일스를 <폭스뉴스(Fox News)> 채널 사장으로 발탁하기 20년 전의 일이다.

한편 웨이리치는 뉴스 방송 채널을 통해 아직 정치적으로 깨어있지 않은 복음주의 기독교 신자들을 보수 지지로 전향시키는 수백만 달러짜리 비밀 청사진을 기획한다. 이 청사진은 다단계 판매회사 암웨이(Amway) 사장 리차드 디보스(DeVos)와 극우 존버치회(John Birch Society)의 열렬한 지지자이며 전국보수정치활동 위원회와 보수 미디어 리서치 센터를 후원하는 달라스의 백만장자 넬슨 벙커 헌트(Nelson Bunker Hunt))가 뒤에서 밀었다.

보수주의자들은 TV산업에서 새로 관심을 끈 협송(narrowcasting)의 이점을 이용했다. '협송'은 가치관이나 관심이 다양한 시청자들을 취향에 따라 분류해서 그들에게 맞는 콘텐츠를 방송하는 일종의 맞춤형 방송이다. 당시는 '협송'의 효과를 인정받던 때였다. 시청자의 충성도가 시청자의 수(數)보다 더 중요하다는 평가였다. 전국종교방송협회(National Religious Broadcasters) 내의 조직인 종교우익방송(Religious Right Broadcasters) 네트워크는 재빨리 지방TV방송국을 매입하고 신디케이트 프로그램을 새로 등장한 케이블과 위성 체제를 통해서 방송하기 시작했다.

종교방송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었다. 프로그램이 정치문제보다 문화에 치중한 차이는 있었지만 종교 라디오 방송은 이미 30년대부터 있어 왔다. 텔레비전 방송도 1950년대에 ABC 텔레비전에서 빌리 그래함 목사에게 30분 프로그램을 방송하게 한 일이 있었다. 그래함 목사는 그 시간을 그의 근본주의 기독교 교리를 전도하고 공산주의를 때리는 데 이용했다. 근본주의 목사들은 1950년대와 1960년대에 지방 기업가들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종교방송을 통해 많은 청중들에게 기독교 근본주의를 전파하고 다윈의 진화론을 공격했다.

이들 목사 중에는 이념적으로 극단적이고 정치적 편견이 강한 사람들이 있었다. 예를 들어 빌리 제임스 하기스(Hargis) 목사는 공산주의자, 리버럴, 동성애자들 그리고 언론을 심하게 공격했다. 하기스는 전국 270개의 라디오 방송국을 통해 "자유주의자, 복지주의 옹호자, 사회개혁론자, 국제주의자들"을 "최대 반역자들"이라고 규탄했다. (그는 1976년 섹스 스캔들로 목사직을 잃었다.)

1970년대에 새로운 것은 종교와 당파적 정치가 결합한 것이었다. 보수 전략의 결과였다. 웨이리치는 팻 로벗슨(Pat Robertson) 제리 폴웰(Jerry Falwell) 같은 근본주의 복음교회 목사들에게 어떻게 하면 종교를 공화당에 유리하게 정치화하면서 엄청난 돈도 모을 수 있는지를 가르쳐 주었다. TV화면에 비치는 정치는 빛의 세력과 암흑 세력의 투쟁이었다. 모든 나쁜 생각, 부당한 행동은 '적'의 소행이었다. 진보적인 것은 나쁜 것이고 옳은 것은 보수 우익이었다. 냉전시대의 사고방식이었다. 정치적 보수와 종교적 우익이 결합할 수 있는 토양을 최대한 이용한 것이다.

로벗슨 목사는 이렇게 외쳤다. "우리는 영적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지 인간을 상대로 싸우고 있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의 사람들이 세계 정상에서 그들에게 합당한 지도자의 지위를 차지할 때까지 세계 평화는 없다…예수는 평화주의자가 아니다… 술주정뱅이와 마약 중독자 공산주의자, 새 시대의 사탄인 무신론자, 세속적 인도주의자, 동성애인자들이 정상에 앉아 있다면 어떻게 평화가 있을 수 있겠는가?" 싸움은 영적 싸움일지 몰라도 증오의 대상은 사람, 리버럴이었다.

레이건 비판은 '미국에 대한 사탄의 공격'?

'리버럴 미디어'를 악마 취급하는 것은 종교방송 목사들의 공통 메뉴였다. 트리니티 방송 네트워크(Trinity Broadcasting Network)의 <주님을 찬양하라(Praise the Lord)> 쇼에서 도우그 클라크(Doug Clark) 목사는 로날드 레이건을 비판하는 신문 기사를 "미국에 대한 사탄의 공격"이라고 힐난하고 "나는 우리의 (언론)자유가 너무 지나치다고 생각한다"고 한탄했다. 기독교 방송들은 (레이건이 불법 개입한) '이란-콘트라 게이트'가 리버럴 미디어의 '음모'라는 픽션을 퍼트렸다. 더 심각한 것은 많은 기독교 행동파들이 '리버럴 미디어'를 비판할 때 미디어가 근본주의 기독교를 옹호하는 역할을 하지 않고 세속적 역할을 한다고 불평하는 것이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의 측근이며 부시가 "온정 보수주의의 지도적 사상가"라고 칭찬하는 마빈 올라스키는 "비기독교인들이 신문을 거의 지배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한탄했다. 기독교 우익이 미국 사회에 얼마나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지를 짐작케 하는 발언들이다.

<포브스>는 1976년에는 수입이 거의 없었던 3대 종교TV 네트워크-로벗슨의 CBN, PTL 텔레비전 네트워크, 트리니티 방송 네트워크-가 1980년에는 1억 4000만 달러의 수입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종교 방송이 시청자가 많고 수지가 맞는다는 방증이다. 전국에 30개 이상의 종교 TV 방송국이 활동하고 있다(2004년 현재). 기독교 목사들은 오래지 않아 62개의 전국 신디케이트 쇼를 갖게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복음 TV방송인 CBN의 <700클럽>은 가입자가 800만이나 되는 케이블 TV방송이다. <700클럽>은 105개의 방송국에서 중계한다. ABC 방송의 계열 방송국 수와 거의 맞먹는다. PTL 텔레비전 네트워크는 가입자가 400만이며 계열 방송국 수가 235개에 이른다. CBS보다 계열 방송사가 더 많다는 이야기다. 케이블 TV 종교 방송 시청자는 매 주 1억1500만 명으로 추산되며 1300 개에 이르는 종교 라디오의 청취자 수는 약 1500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제리 폴웰의 <올드 타임 고스펠 아워(Old-Time Gospel Hour)>는 325개의 TV방송국과 300 개의 라디오 방송국에 매 주 방송되는데 시청자 수는 600만 명에서 1500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워싱턴에 본부를 둔 공공청렴센터(CPI)에 의하면 창립 30년이 되는 트리니티 방송 네트워크는 세계에서 가장 큰 기독교 TV선교 방송일 뿐 아니라 미국에서 열 번째로 큰 TV 방송이다. 보수 세력이 기독교 우익 방송을 통해 얼마나 막강한 보수 TV네트워크를 장악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종교방송의 메시지를 만드는 우익 싱크탱크

폴 웨이리치는 1978-80년 2년 기간 중에 25개 우익 싱크탱크와 후원 단체 지도자들로 구성된 비밀 라이브러리 코트(Library Court) 그룹을 워싱턴에서 2주일에 한번 정도 소집해서 종교방송에서 내보낼 메시지를 재조정하는 작업을 했다. 이 회의에서 1976년 대선 때는 지미 카터를 지지했던 많은 남(南)침례교회 방송이 정치 노선을 재조정했다. 1979년 웨이리치는 새로 활동하기 시작한 기독교 우익을 위해 "미국을 기독교화 하고, 성경을 정치적 콘텍스트에서 전파하는 방법을 토의했다". 웨이리치는 <뉴욕 타임스>와의 회견에서 1980년 대선 때 "1만 명 이상의 목사들"을 만나, TV방송 사회자는 후보를 지지할 수 없다는 연방통신위원회의 규정을 어기지 않으면서, 레이건을 지지하고 카터를 반대할 방법에 관해서 '기술적인' 이야기를 나눴음을 시인했다. 웨이리치는 이러한 노력이 수백만의 근본주의 기독교 유권자의 투표에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추산했다.

각광을 받았던 여러 명의 TV복음주의자들이 섹스나 금전 관련 스캔들로 파국을 맞았지만 근본주의 목사들은 그 후에도 계속 우익 메시지와 '뉴스'로 공화당 노선을 지지하고 있다. 로벗슨 목사는 1992년 기금 조성 팸플릿에서 "페미니스트는 여성을 위해 평등권을 주장하는 사람이 아니다. 페미니즘은 사회주의이고 여성이 남편을 떠나게 하고 …자본주의를 파괴하고 레스비안이 되게 하는 반(反)가정 정치운동"이라고 주장했다. 로벗슨 목사는 2003년에는 대법원 자유 작전이라는 "기도 공세"를 벌이고 대법원이 "동성애 결혼 중혼에 문호를 열어주었으며 사창과 근친간까지도 합법화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사실(facts)'은 없다 …'청색 사실'과 '적색 사실'만 있을 뿐

폭스 같은 당파성이 강한 미디어가 당면하게 된 곤란한 문제의 하나는 이제 뉴스 소비자가 이념으로 사실을 판단하기 보다는 '사실'(facts)을 근거로 해서 이념을 볼 수 있게 정보 공급자를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보수주의자들은 이제 하나의 색깔이 아니라 "청색 사실"(민주당)과 "적색 사실"(공화당)이 있는 미디어 세계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리버럴 미디어의 지배를 불평하던 보수 우익이 바라던 바가 아닌가? 2004년 대선에서 민주당의 케리 후보에게 투표한 사람은 3대 전통 지상파 방송 네트워크와 신문을 뉴스의 소스로 선택했다. 부시 투표자의 70% 이상은 폭스를 선택했고 60% 이상은 토크 라디오를, 50% 이상은 인터넷을 그들의 정보 소스로 선택했다. 공공라디오(NPR)의 코우키 로버츠가 관찰한 것처럼 소비자들은 이제 그들이 음악을 선택하듯이 뉴스를 선택할 수 있는 여건이 어느 정도 조성돼 있다.

그런데도 폭스는 여전히 공화당의 선전 도구로 인식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2004년 8월 4일 매트 드러지가 그의 인터넷으로 띄우기 시작한 이른바 "진실을 말하는 쾌속정 병사들"의 폭로 들 수 있다. 민주당 후보 케리가 월남전에서 쾌속정을 몰고 위험에 빠진 동료 병사들을 구출한 공로로 무공 훈장을 받은 것은 국방부의 조사를 통해 확인된 사실이다. 군대를 가지 않은 부시와 대조되는, 케리에게 유리하고 부시에게는 불리한 사실이다. 그러므로 부시 캠프에서는 케리가 전투에도 참가하지 않았는데 거짓말로 전공을 과장 보고해서 훈장을 탔다는 악성 루머를 퍼트렸고 이 루머에 신빙성을 가미하기 위해서 같은 쾌속정에 타고 있었다는 가짜 병사 그룹을 만들어, 이들로 하여금 케리의 무공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게 했던 것이다. 이런 조작을 드러지 인터넷이 보도하자 머독의 <폭스 뉴스>는 이 기사를 연일 크게 보도해서 다른 TV와 신문이 따라 보도하게 만들었다. 나중에 '쾌속정 병사들"의 정체가 조작된 것으로 드러나지만 투표는 끝난 다음에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폭스 뉴스>의 용서할 수 없는 탈선이었다.

보수 우익이 그들의 방송매체를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서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데 도움을 주는 언론의 역할을 수행하기보다는 보수 정권과 대기업의 정치적 상업적 이념적 목적을 수행하는 도구로 설립 육성하고 있다는 실증하는 또 하나의 실례이다. 보수 방송의 탈선이 시정되는데 는 아직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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