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입장에서 가장 골치 아픈 선수는 누굴까? 팀 사정 무시하고 골 넣겠다고 달려드는 선수다. 개인기량에서 확연히 달리는데도 앞으로 치고나가려는 선수, 수비하기 싫다며 공격만 하겠다고 징징대는 선수. 이런 선수 꼭 있다. 일본 얘기 하나. 혼다는 수비하기 싫다고 했다. 그래서 일본은 나머지 9명이 경기장에서 파리 떼처럼 수비만 해야 했다. 심지어 툴리오도 수비만 했다. 10분은 공격하겠다고 감독 허락까지 받았는데. 혼다 하나로 인해 일본 대표팀은 툴리오의 그 강력한 헤딩 능력을 제대로 활용 못해봤다. 신은 혼다에게 원샷원킬 재능을 내리셨고 수비 마인드를 뺏어가셨다.
고엽제 전우회. 수비수다. 참여연대가 일단 날카로운 공격을 시도했으니, 이거 막아야 한다. 압박수비가 필요할 때다. 그런데 어째 수비는 하기 싫고 공격만 하고 싶으신 듯. 도가 지나쳐서 총폭탄 정신 고수하는 분도 있다. 한 40년 전에 전역하신 것 같은데, 차에 가스통 달고 막 몬다. 북쪽에 사는 뽀글머리 아저씨와 판박이다.
일단 총폭탄 정신의 아저씨들 포메이션부터 살펴봐야겠다. 가스통 달고 돌진하는 아저씨는 센터백 되시겠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실제 역할은 원톱 스트라이커였다. 다른 아저씨들도 혹시나 터질까 두려워서 근처에 못 간다. 고독한 스트라이커다. 엘피지통 패스하려 해도 핸들 이어받으려는 사람 없다. 이 아저씨가 나중에 외친 말. "설마 내가 진짜 터트리려 했겠어?" 아, 이거 정말 뽀글머리 아저씨다.
▲수비수가 지나치게 공격에 가담하면 조직력이 흐트러진다. 피아 구분이 불가능해질수도…. ⓒ프레시안(최형락) |
뽀글머리 흉내 내면서도 욕하니 이걸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어설픈 수비는 실점위기로 이어진다. 이거 손해배상청구도 가능하고, 테러위협건으로 형사처벌 가능성 있는 것 같고, 주민들의 행복추구권을 방해한 혐의도 짙어 보이며, 불법 주차 딱지도 얼마든지 떼일 수 있을 듯하다. 불법 차량 개조 혐의도 적용될는지 잘 모르겠다. 아무튼 역습 허용.
이걸로 끝나면 다행이게? 누리꾼들한테 욕이라도 먹으면 다행인데 그냥 비웃음만 사고 있다. 이 정도면 혼다는 고사하고 골 넣는 수비수 툴리오에 비유해야 한다. 골망을 흔들긴 했는데 알고 보니 우리 골대. 하는 짓이 워낙 북에 있는 뽀글머리 아저씨랑 비슷해서 반국가행위를 적용해야 할 기세다. 정부는 국보법을 사수하라!
수비도 제대로 해야 한다. 세련된 압박 수비, 적절한 태클. 뭐 이런 게 필요한 때다. 이분에게 제대로 된 수비법을 제시한다. 첫째, 수비위치를 제대로 잡아라! 참여연대가 유엔으로 슛을 날렸으니, 뉴욕 맨해튼의 유엔 본부 앞에서 압박 수비를 펼칠 때다. 둘째, 공격의 핵심을 묶어라! 엘피지통은 휴전선 너머로 몰고가는 게 마땅하다. 역시 수비가 대세다.
▲수비를 잘못하면 심지어 피를 볼 수도 있다. ⓒ뉴시스 |
(어이없어 실소만 나오는 일들을 진지하게 받아쳐야 할 때 우리는 홍길동이 됩니다. 웃긴 걸 웃기다 말하지 못하고 '개념 없음'에 '즐'이라고 외치지 못하는 시대, '프덕프덕'은 <프레시안> 기자들이 쓰는 '풍자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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