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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의장직 사퇴…김근태에 '승계' 부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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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의장직 사퇴…김근태에 '승계' 부탁

'지도부 총사퇴' 여부는 5일 최종 결정키로

열린우리당 정동영 당의장이 취임 104일 만인 1일, 지방선거 참패에 책임을 지고 의장직에서 사퇴했다. 이로써 열린우리당은 지난 2003년 11월 창당한 지 2년 7개월 만에 8번째 당의장이 물러나는 진기록을 세웠다.
  
  정 의장은 "당이 어려운 상황에서 당의장직을 버리는 것이 최선이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이 참담한 결과에 대해 당의장으로서 책임 지지 않는다면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사퇴의 변을 밝혔다.
  
  정동영 "사력 다했지만 역부족…백의종군 할 것"
  
  
이날 오전 9시 15분 경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사퇴 의사를 밝힌 정 의장은 10시 30분 경 초췌한 모습으로 기자실을 찾아 이같이 밝혔다.
  
  정 의장은 "지방선거 결과에서 나타난 국민 여러분의 뜻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며 "약속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에 선거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당의장 직을 사퇴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정 의장은 "지난 2월 전당대회에 임할 때 나를 생각하는 많은 분들 가운데 (당의장 출마를) 만류하는 이들도 많았다"면서도 "그러나 내가 감당해야 할 운명으로 받아들였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그는 "동서남북에 걸쳐 서울에서 제주, 독도까지 사력을 다해 발로 현장을 뛰었다"면서 "무너진 신뢰를 일으켜보기 위해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닫힌 국민의 마음을 열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이어 "우리당이 결과적으로 국민들의 마음을 얻는 데 실패했지만 실패보다 더 무서운 것은 좌절"이라며 "우리당이 지켜온 평화, 민주, 개혁, 국민통합의 가치는 어떤 일이 있어도 버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절실한 각오로 새 희망을 찾아야 한다"며 "나 또한 백의종군 하겠다. 가장 낮은 곳에서 희망의 싹을 틔우는 데 땀 한방울이라도 보태겠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서두에서 정 의장은 '사나이는 낭떠러지에서 마땅히 손을 탁 놓아버려야 한다'는 '현애철수장부아(縣崖撤手丈夫兒)'라는 문구를 인용하며 "이는 백범 선생께서 윤봉길 의사께 전한 말씀"이라고 '비장한 각오'를 드러내기도 했다.
  
  31일 저녁 김근태 만나 '질서있는 수습' 당부
  
  
정동영 당의장은 사퇴하기로 결정했지만 최고위원회의는 지도부 개편 등 향후 진로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날 오전 9시15분부터 약 1시간 30분 동안 격론을 벌인 최고위원회는 결국 "6월 5일 오후 2시에 국회의원-중앙위원 연석회의를 열어 결정하자"며 최종결정을 연기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이런 중요한 문제는 당내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는 판단으로 며칠간 시간을 둔 것"이라며 "지도부 거취와 당의 진로 문제가 모두 연석회의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사퇴 의사를 굳힌 정동영 전 의장은 이미 전날 밤 김근태 최고위원을 만나 '질서있는 수습'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 대변인은 "정 의장이 어제 저녁 7시경 김근태 최고위원을 만나 사퇴 의사를 밝히시면서 질서 있는 수습을 당부했고 김 최고위원께서도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씀하신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질서있는 수습'은 당의장직 승계 1순위인 김근태 최고위원이 의장 자리를 맡아달라는 부탁으로 해석된다. 우 대변인 역시 이런 해석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김 최고위원 역시 "선거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자리에 연연할 생각도 없다"며 일단 고사했다는 것이 우 대변인의 전언이다.
  
  취임 104일 만에 선거패배 책임을 지고 정동영 전 의장은 물러났지만 우리당의 향후 행보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당 내에서는 "지금은 책임론 보다 수습이 중요할 때"라는 목소리가 여전히 높아 5일 연석회의에서는 책임론을 둘러싼 치열한 격론이 오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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